고척4구역, 대우건설 무혈 수주 예상하다 현대엔지니어링 만나 악전고투
고척4구역, 대우건설 무혈 수주 예상하다 현대엔지니어링 만나 악전고투
  • 차승지 기자
  • 승인 2019.06.1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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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제안 곳곳서 허점 노출…무색해진 건설 명가

[뉴스렙] 고척4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보름 정도 앞 둔 가운데 대우건설 사업제안서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치쌍용2차와 은행주공에서 꼼꼼한 특화설계를 준비해 막판까지 경쟁사를 몰아부친 대우건설답지 않다는 지적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조합원들과 경쟁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적한 대우건설의 사업제안에 대해 회사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을 무혈입성하려다 현대엔지니어링이란 큰 암초를 만나 서둘러 전투태세로 돌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올해 한남3구역, 갈현1구역과 같은 재개발 최대어에 집중하느라 고척4구역에 빠질 것으로 예상, 이 구역을 쉽게 주워 먹으려다 탈이 났다는 지적이다.

 

① 건축위원회 심의의결조서, 반영 안했나 못했나

대우건설이 제시한 특화설계안과 관련해 건축위원회 지적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조합 내부에서도 나오면서 대우건설 입장이 난처해졌다.

고척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지난해 2월 건축심의 결과 단지 내 외부 공간 레벨차이 극복을 위한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며 시정을 요구 받은 바 있다. 건축심의 의결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인허가를 받을 수 없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특화설계안에는 단지 내 외부 공간에 레벨차이 극복을 위한 에스컬레이터 설치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지 않고 승강기 용량을 확대하는 특화설계안을 제시해 대조를 보인다.

익명의 고척4구역 조합 임원은 “대우건설이 조합설립인가 직후부터 고척4구역 시공권 확보를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고 들었는 데 건축위원회 심의의결에서 지적받은 내용조차 반영하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고척4구역을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회사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건축위원회 심의의결조서 지적사항을 특화설계로 제안한 대우건설의 사업제안서 : 건축위원회에서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대용량 엘리베이터 설치를 권고했다. 

② 무이자 이주비 지급 가능한가?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입찰제안서를 통해 제시한 산업은행과의 사업비, 이주비 조달 금융협약 체결 또한 진실 공방에 휩싸였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이주비 등 재개발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관련해 “KDB산업은행과 금융 협약을 체결했다”고 홍보중인 가운데 산업은행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며 충격을 주고 있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진검승부로 압축된 이번 수주전에서는 양사의 안정적 저금리 사업비, 이주비 지원 내용이 키포인트로 꼽히는 만큼 조합원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고척4구역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금융자금 조달! 국내 최고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함께 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찰제안서를 배포했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조합 사업비, 조합원이주비(추가이주비 포함) 조합원 분담금 등 정비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대해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별도 홍보 전단을 통해 “정부 규제 한도인 LTV 40%를 기본 이주비로 지급하고,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해 LTV 30%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조합에 제안했다.

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 이주비 30%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됐다. 대우건설의 재정상태가 불안정(부채비율 276.83%, 2018년 12월 IFRS 연결기준)해 직접 대여가 어렵고, 재개발 이주비 대출 한도를 낮춘 정부 정책에 반해 신용공여해줄 은행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자사의 불안정한 재무상태, 매각설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코자 자구책으로 입찰제안서에 산업은행 협약서까지 포함시켰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산업은행이 ‘고척4구역 이주비 협약서’와 관련해 대우건설의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산업은행 고객센터는 “재개발 이주비‧사업비 대출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고척4구역에 대해 협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개발 조합 사업비 또는 조합원 이주비 등을 조달하기 위한 협약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산업은행의 공식 입장은 고척4구역 조합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대우건설의 산업은행 협약체결에 대한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고척4구역 한 조합원은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이주비와 관련해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이주 차질과 사업지연으로 조합원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협약의 진위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 특화설계 강조하며 CG까지 재활용..조합원들 ‘진정성’ 의심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조합에 특화설계안을 제시하고, 단지명을 '푸르지오 더 골드(가칭)'로 제안했다. 황금과 같이 빛나는 차별화된 아파트를 지어 조합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겠다는 야무진 포부가 담겼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에 제안한 특화설계안 일부는 앞서 대우건설이 장위6구역에 제안했던 특화안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에 전달한 제안서 81 페이지에 서 확인할 수 있는 ‘호텔식  주동출입구’의 경우 장위6구역 제안서 126~127 페이지에 등장한 ‘호텔식 주동출입구’와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두 제안서에 제시된 로비 부분의 CG 이미지는 등장 인물 마저도 똑같았다.

또 고척4구역 제안서 95페이지에 제시된 문주(문짝을 끼우려고 문 양쪽에 세운 기둥)의 경우 장위6구역 제안서 84페이지에서 확인된 문주와 매우 유사했다. 오른쪽 기둥의 BI (Brand Image)가 최신 버전으로 변경되고, 경비실 좌우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아울러 고척4구역과 장위6구역의 스카이 커뮤니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척4구역의 스카이 커뮤니티는 상부가 곡선(제안서 88~89p)이었고, 장위6구역의 스카이 커뮤니티 상부는 직선(제안서 60p)이라는 점만 차이를 보였다.

고척4구역과 장위6구역의 유사한 특화설계안에 대해 조합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차별화된 특화단지를 강조했던 만큼 특화설계 재활용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고척4구역 한 조합원은 “대우건설이 다른 구역에서 사용한 설계안을 다시 써먹었다는 것보다 차별화된 설계안이라고 강조하며 조합원들을 현혹시켰다는 것이 더욱 괘씸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고척4구역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우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획득할 경우 건설사간 암암리에 맺은 ‘정비사업 수주 판짜기’에 지각 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수주 실적에 구멍 날 경우 이를 메꾸기 위해 타사에 양보하기로 한 구역을 뺏아와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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