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은 ‘딴따라’일 뿐이다
김제동은 ‘딴따라’일 뿐이다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0.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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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김제동의 착한 미소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가수 윤도현이 지난 7일 저녁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에서 첫 미니음반 '하모니(프레즌트 포 날아라 펭귄)' 쇼케이스를 하는 도중 김제동이 무대에 올라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김제동 퇴출은 반민주적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독점’의 사유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은 그저 ‘딴따라’다. ‘어릿광대’다. ‘꼭두각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치판의 ‘병풍’이다. 나서면 안 된다. 이른바 튀면 안 된다. 조용한 뒷배경에 그쳐야 한다. 잠시 수선을 떨어 사람을 끌어 모으고 조용히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양심이 없어야 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애초부터 꿈꾸지 말아야 한다. 아예 정치적 사상과 정치적 양심은 가질 필요도 없다. 그것이 생존법칙이다.

단 하나 예외는 있다. 극단적인 보수, 혹은 꼴보수의 생각을 가지면 된다. 그때는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이병순의 목표와 비누 재벌의 목표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KBS 이병순 사장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김제동 퇴출이 갖는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와 모순되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목표가 비누 재벌의 목표와 다르지 않다면 왜 언론사가 미국 수정헌법 조항 제1조(표현의 자유)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가.”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톰 플레이트의 말이다(어느 언론인의 고백, 2009년 8월).

뭐가 다를까. 도대체 이병순 사장이 말하는 공영의 의미는 무엇일까. KBS를 언론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자의적으로 운영해도 되는 자신만의 구멍가게로 생각하는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출연료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그러면 모든 유명 연예인들은 다 퇴출되어야 하고, 시장의 모든 고가품들은 다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공영방송이 시장일 순 없지만 시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행패란 말인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직자 혹은 사회적 리더들의 순전히 자기 자리보전을 위한 자기만족적 업무행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KBS 사장이며, 누구를 위한 언론자유일까.

방송 출연자인 연예인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생각의 자유, 말할 권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코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제동 교체의 진실은?(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KBS 조대현 제작본부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KBS, 방송문화진흥회, EBS 국정감사에서 전문 MC 김제동 교체 이유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2009.10.12uwg806@yna.co.kr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연예인은 웃기면 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연예인은 웃기면 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연예인은 웃기면 된다

대한민국에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 그 순간 공산당이다. 5.16 군사쿠데타 이래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국민은 생업에 전념하라”고 주문해 왔다. 전두환 쿠데타 때도 그랬다. 이 논법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연예인은 그저 웃기면 된다라는 것이다. 당신들은 생업에나 종사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다 알아서 만들어 주고 먹여줄테니 조용히 생업에 종사하며 우리 하는 일에 감 놔라 팥 놔라 하지 마라는 것이다. 정치는 우리 멋대로 할테니 신경 쓰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다. 조용히 있으면 떡 하나 더 주고, 시끄럽게 굴면 그나마 그것도 없다는 식이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4년마다 혹은 5년마다 한번 투표장에 가서 도장 찍는 것으로 만족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주권자의 최고의 권력이라고 한정 짓는 것이다. 시장과 투표가 존재하는 한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한번 위임 받은 이상 어떤 식으로 독점하고 어떤 식으로 독식하건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철저히 합헌성을 획득한 이상 간섭은 곧 불법이라는 식이다. 한번 저질러진 일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기왕의 일이라는 사고방식과 결합되는 순간 어떠한 비판도 어떠한 시정도 불가능하다. 모든 것은 위임받았고, 지나간 모든 것은 과거의 일일뿐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과거 파헤치기고, 과거청산일 뿐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시민들은, 연예인들은 생업에만 종사해야 하고, 주어진 법과 질서에 충실해야 하고, 소모적 논쟁은 벌일 필요 없이 일사분란하게 국민소득 4만달러를 향해 총매진해야하는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연예인은 사람이 아니다. 김제동씨에게 미안하지만 그저 ‘딴따라’일 뿐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도 된다는 생각이 너무도 팽배하다. 시장에서 독점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서 일체의 반응이 없다. 가장 시장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시장의 원리를 사회 구석구석에 적용하는 데는 서툴다. 하긴 대한민국 주식회사라는 말에 그 모든 진리가 들어있다. 주식회사는 대주주가 다수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민주주의는 1인1표이지만, 주식회사는 5천원이 1표다. 5천원을 많이 가질수록 여러 개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그저 승자의 전리품이요, 주식회사일 뿐이고, 거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에 따라 회사의 운영을 좌우해도 되는 극단적 사기업일 뿐이다.

정치권력은 스타권력을 두려워한다

다른 한편 정치인들은, 권력자들은 유명 스타들이 신격화되고 권력을 갖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유명 스타들이 갖는 영향력이나 신성시 되는 권력을 두려워한다. 정치권력 이외의 또 다른 권력, KBS 사장이라는 방송권력 이외의 또 다른 권력을 두려워한다. 결코 양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양성에 터 잡은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이다. 괴로움이다. 공포다.

이런 공포는 색다른 의미의 공포정치로 주입된다. 늘 그렇듯 연대가 사라진 곳에 조직은 분열되고 사람은 원자화된다. 구획과 구분을 통해 연대를 차단하고, 고립된 개인을 사실상 폭력이나 소외로 앙갚음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용인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고립과 유형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결코 건강하게 자라날 수 없다.

수잔 서랜든, 숀 펜, 오프라 윈프리가 부러운 이유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은 미국의 진보적 연예인들이 부러울 것이다.

미국 최고의 문화권력이라는 오프라 윈프리는 늘상 진보적 입장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펼치고, 이를 자신의 프로그램에까지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자신의 토크쇼에 사실상 민주당의 비주류에 불과하던 버락 오바마를 초대해 대담을 나누고,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반전 운동가로 이름난 수잔 서랜든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수잔 서랜든은 미국 공화당의 권력이 정점에 달했던 시절,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다. 숀 펜도 마찬가지였다. 숀 펜은 아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 등에 자기 돈을 들여 부시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2006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부시 대통령에 대해 “악마이자 벙어리 같은 존재”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 물었다. 그랬더니 숀 펜은 “스타라면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해 정치가 바르게 되도록 해야 한다”고 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숀 펜에 대한, 수잔 서랜든에 대한 보복은 없었다. 그렇다고 미국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가 오프라 윈프리를 더 특별하게 대우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이 반대편에 KBS가 있고, 이병순이 있고, 김제동이 있다.

순간이라도 김제동씨를 ‘딴따라’에 비유해서 미안하고 죄송하다. 가슴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이 모두는 우리 탓이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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