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원이 불법복제의 온상?
신림동 고시원이 불법복제의 온상?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0.1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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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불법 복제 교재가 만연하고 있다는 기사가 주말언론을 장식했습니다. 저도 한때 그 동네 고시원 출신이라 당연히 검색을 했지요. 기사에 따르면 현재 신림동에는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 3만여명이 몰려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불법복제인데, 학원 동영상 강의, 학원 교재, 학원 모의고사 문제 등에 대한 복제의 문제를 지적했더군요.

국민일보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고시생이 불법복제 교재를 이용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학원측은 “미래 법조인, 고위 공직자가 될 고시생이 불법으로 공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언론의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입니다. “법 어기며 법 공부하는 고시촌”이라고 달았습니다. 

저도 어렵게 공부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몇 가지 변명을 해보겠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법학교육의 형해화가 몰고 온 당연한 귀결입니다. 법학은 없습니다. 고시로서의 법률과목만 존재할 뿐이지요. 법학 교과서, 법학 논문집 자체가 순전히 고시 준비를 위한 책일 뿐입니다. 법학은 없습니다. 법률시험만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법과대학 자체가 이미 고시 준비를 위한 학원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따라서 당연한 귀결입니다.

둘째, 독학으로 고시공부를 하고,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고시 공부도 순전히 돈의 힘이 좌우합니다. 좋은 교재, 좋은 선생, 좋은 강의, 심지어 좋은 개인교습, 좋은 팀들로 이뤄진 그룹스터디, 더 나아가 사법연수생들의 개인과외까지 이미 그 형편은 여러 가지입니다. 법학 공부의 고시화, 법학공부의 학원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다보니, 고시는 곧 돈이 되는 것이고,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고, 따라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불법복제에 자연스럽게 편향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셋째, 고시도 여전히 바늘구멍이고, 고시만이 살 길이라며 갈수록 학생이나 직장원들은 고시원으로 몰려듭니다. 로스쿨은 어떻게 판사를 뽑을 것이며, 어떻게 검사를 뽑을 것인지, 어떻게 변호사들을 훈련시킬지에 대해 아무런 예측을 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고시 준비를 해야되고,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해야됩니다. 그런데 합격률은 도저히 늘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편법과 지름길을 찾아 학원으로, 신림동으로 몰려 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지하시장이 성립되게 되지요.

넷째, 인정합니다. 불법복제가 불법이라는 것. 하지만 이 기사가 지나치게 근본문제는 도외시하고 학원측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근본문제는 무엇일까요.

제 일관된 주장은 많이 뽑자입니다. 그리고 예측가능하게하자입니다. 법조인은 대단한 자리가 아닙니다. 상식의 총합이면 됩니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법기술자가 되는 그런 동네가 아닙니다. 창조적인 동네도 못됩니다. 법을 해석하는 법기술자라고 비난해도 특별히 할 말이 없는 동네입니다. 우리나라 사법현실이 지나온 지난 몇 십년의 현대사를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부끄러운 법제도사였고, 법원사였으며 사법역사였습니까.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법을 대중화하고 상식화해야 합니다. 법률가들에가 덧씌워진 입신양명과 천재와 신비주의의 이미지를 끄집어 내려야 합니다. 구름 속에서 땅으로 끄집어 내려야 합니다. 로스쿨에서 혹은 법대에서 공부는 세게 시키고 수련과정을 통해 철저히 시장원리를 작동시키되 진입의 장벽은 허물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어느 법대 출신의 고시원을 노래한 시입니다.
시 제목은 “고시원은 괜찮아요”입니다.

고시원은 괜찮아요 - 차 창 룡

이 선원의 선승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오직 혼자이지요
홀로 존귀한 최고의 선승들입니다
108개의 선방에는 선승이 꼭 한 명씩만 들어갈 수 있어요
여느 선방과 달리 방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잠을 자든 공부를 하든 밥을 먹든 자위행위를 하든
혼자서 하는 일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가끔 심한 소음이 있어도 자기 일이 아니면 가급적
상관하지 않습니다 정 참지 못하면
총무스님에게 호소하면 됩니다
중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그리고 한국
식탁에는 온통 외국인뿐입니다
이곳은 외국인을 위한 선원인 것이지요
금지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양간에 함께 모인 선승들은 말이 없습니다
말은커녕 입도 벌리지 않고
그들은 밥을 몸속으로 밀어넣습니다
다년간 수행한 덕분이지요
오래 수행한 선승일수록 공양할 때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뱃속으로 고요의 강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면
가끔 화장실에 갑니다 화장실은 늘 만원입니다
괜찮습니다 참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수행법입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불이 나도 괜찮아요
13호실에 비상용 사다리가 있지만
서로 간섭하지 않는 미덕이 습관이 되어
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일에는 끼어들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불이 나도 어차피 열반에 들면
누구에게도 방해되지 않을 테니까요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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