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한담] 재산 뺏기인가, 내로남불인가?
[풍경한담] 재산 뺏기인가, 내로남불인가?
  • 한북 스님
  • 승인 2019.07.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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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을 뺏는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법의 감시가 그물망처럼 촘촘한 법치국가에서 그 같은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최근 한 불교언론이 지난 1월 24일에 개정한 우리 선학원의 <분원 관리 규정>을 두고 ‘재산 뺏기’라고 보도한 바로 그 문제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보도기사의 경우 제목과 첫 문장에서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함축적으로 나타나므로 해당 기사의 첫 문장만 옮겨봅니다.

‘분원 관리 규정’ 개정이 ‘재산 뺏기’?

 “재단법인 선학원이 분원 등록 이후 취득한 재산까지 모두 법인에 무상증여하도록 ‘분원 관리 규정’을 개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사실상 재단 등록 사찰과 창건주·분원장이 소유한 모든 재산의 증여를 강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이행 시 창건주 권한 정지, 분원장 해임, 사고 사찰 지정 등 사실상의 중징계조치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는 전체 분원과 분원의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내용임에도, 개정안에 대한 공표나 안내 절차조차 없다는 점에서 ‘선학원이 의도적으로 재산 뺏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재산 등록은 ‘삼보정재로 영구 보존하는 절차’

▲ 한북 스님/불교저널 편집인, 재단법인 선학원 총무이사

기사를 하나하나 뜯어보겠습니다. “개정안은 사실상 재단 등록 사찰과 창건주·분원장이 소유한 모든 재산의 증여를 강제하고 있다”라는 부분입니다.

‘재단에 등록한다’는 것은, 사찰에서 형성된 재산은 개인의 재산이 아니므로 재단법인 선학원에 증여절차를 거쳐 영구히 삼보정재로 보존되도록 행정 절차를 거치는 것을 말합니다. 등록의 주체가 출가한 스님이든, 신앙심이 깊은 재가불자든 상관없습니다. 이 부분은 조계종도 같습니다. 사찰 이름 앞에 ‘재단법인 선학원’이나 ‘대한불교조계종’을 붙이려면 기부행위가 이미 이루어졌거나 소유권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난 뒤에 기부행위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그러지 않고 재단이나 종단의 이름을 붙이게 된다면 사칭(詐稱)에 해당되어서 범법행위가 됩니다.

우리 재단은 사찰을 등록할 때 분원장 스님으로부터 ‘등록 이후에 형성되는 사찰재산을 재단에 추가 증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분원의 재산이 개인명의로 되어 있을 경우 우리 재단은 그 재산이 영구히 존속될 수 있도록 지켜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유실된 사례들이 제법 있습니다.

등록 이후 취득한 사찰 재산을 개인이 소유하면 횡령·배임

다른 하나는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법조인은 “사찰을 등록한 이후 사찰이 취득한 재산은 사찰의 운영이나 사찰에 대한 신도들의 시주 등으로 형성된 것이므로 이는 당연히 사찰의 재산이다. 이를 주지 개인이 소유하는 것은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하므로 재단이나 종단에 증여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사에서는 이걸 <분원 관리 규정>을 개정해 강요하는 것처럼 ‘강제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악의적이지요.

재단 등록, 창건주 승계·위임 시 이미 ‘추가 증여’ 약속

위에서 인용한 기사에서는 추가 증여에 대한 약속이 마치 지난 1월 24일 개정에서 처음 규정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기자가 잘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입니다. 우리 재단에 사찰등록을 할 때, 그리고 창건주 지위를 승계하거나 위임 받을 때, 제출하는 서류 가운데 하나가 ‘약정서(約定書)’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은 위 분원의 창건주(분원장)로서 위 분원에 속한 일체의 재산을 관리 보존하는 책임을 가집니다. 그러나 사정으로 인하여 본인이 직접 분원장(주지)에 취임하지 않을 시에는 <분원 관리 규정>에 의하여 위 분원의 재산을 관리할 스님을 분원장(주지)으로 추천할 것입니다.(단, 수도도량으로서 위배된 행위가 있을 시는 재단에서 분원장을 경질하여도 이의가 없습니다.) 본인이 귀 재단에 등록한 사찰과 재산은 모두 귀 재단에 귀속된 재산이며, 귀 재단에 등록한 이후에 발생하는 분원의 모든 재산은 창건주·분원장(주지)의 개인 명의나 분원(사찰) 및 단체 명의로 소유하지 않고 귀 재단에 무상증여할 것을 약정합니다.”

이미 약속하고 알고 있는 내용 ‘재산 뺏기’로 왜곡

또 ‘분원 재산 명의 변경 동의서’라는 서류도 제출합니다. 여기서도 “본인이 재단법인 선학원에 위 분원의 창건주 권한을 인정받음에 따라, 이후 형성되는 분원 재산을 창건주(분원장) 또는 사찰명의로 된 사유재산을 형성하거나 유지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분원에서 형성되는 모든 재산을 재단과 분원의 계속유지자원으로 보존하고자 귀 재단에 무상증여하여 등록하고, 즉시 그 명의를 재단법인 선학원으로 변경할 것을 동의하여 이에 확약합니다.”라고 하여 등록 이후에 형성되는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재단에 사찰을 등록한 스님, 창건주 지위를 승계하거나 위임 받은 스님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기자는 마치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도대체 이게 뭐가 문제입니까? 분원장이나 창건주가 신도들로부터 시주받은 삼보정재를 사유화하지 않고 재단에 추가 증여하겠다는 것이 왜 지탄받을 일입니까? 오히려 정론직필을 주장하는 언론이라면 삼보정재를 사유화하거나 종단 혹은 재단에 등록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스님들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삼보정재 사유화 질타 않고 지키려는 선학원 ‘비난’

우리 분원장 스님들 대부분은 등록 이후에 형성되는 재산을 재단에 추가 증여하겠다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도량을 확장하면서 토지를 매입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추가 증여합니다. 조계종의 일부 승려들이 수백 년 동안 보전돼 온 경내지를 팔아서 도박을 하거나, 유흥비로 쓰거나, 개인이 착복하여 해외로 도피행각을 할 때에도 우리 분원장 스님들은 눈물겹도록 근검절약하여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매입해서 등록하고 있습니다. ‘무루(無漏)의 공덕(功德)’이란 이런 걸 말합니다.

근래에 사악한 조계종 권승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일부 분원장들이 도량의 토지를 사유화하거나 조계종에 이중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이들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그걸 기사에서는 “불이행 시 창건주 권한 정지, 분원장 해임, 사고 사찰 지정 등 사실상의 중징계조치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자칭 ‘선학원미래포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분탕질을 치고 있는 승려들에게 묻습니다. 그곳에는 그런 사람 없습니까?

조계종, 개인재산 종단 귀속 유언장 의무화…미이행 시 제재

선학원미래포럼 승려들이 그토록 짝사랑하는 조계종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조계종의 <승려법> 제34조의 2에는 조계종 스님의 개인 재산 처리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1항에서는 ‘스님이라면 본인이나 세속의 가족을 위하여 개인 명의의 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고, 스님이 입적하거나 환속했을 경우 종단에 개인 재산을 넣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유언장을 쓰도록 했습니다. 조계종은 이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언장을 제출하지 않은 스님에 대해서는 갖가지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과 표현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가등록 시 법인재산 외 모두 명의 변경…인감증명서도 제출

조계종의 <승려법>을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른다고 하는 분을 위해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조계종의 모사꾼들이 귀가 얇은 우리 일부 분원장들을 꼬드겨 가등록이란 걸 받았습니다. 그때 ‘미등록 사찰보유법인 소속 사찰 가등록 신청서’와 함께 ‘창건주 서약서’를 받습니다. 거기에 ‘이행사항’이 있는데 “종단 가등록 승인 후 3개월 이내에 법인 소유 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을 ‘대한불교조계종 00사’ 소유로 등기명의를 변경하겠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인감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까지 첨부하게 돼 있습니다. <분원 관리 규정>을 개정한 걸 두고 ‘재산뺏기’라고 보도한 언론과 선학원미래포럼은 대답해야 합니다. 당신들 논리대로라며 이건 강제로 뺏는 게 아닙니까?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유언장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조계종, 조계종유지재단 이사장에 유언집행자 위임 강제

조계종은 유언장이라는 걸 자필로 쓰게 합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유언자 본인 명의의 일체의 재산을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유지재단이나 혹은 조계종 사찰, 또는 종단에 소속된 법인 중 한 군데에 유증(遺贈)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사자가 입적하면 종단으로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또 “이 유언집행자의 지정에 관한 일체의 권한은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유지재단(서울 종로구 견지동 45) 이사장에게 위임한다”고 하여 유언이 지켜질 수 있도록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강제로 쓰게 합니다.

유언장 안 쓰면 제재…품서, 주지 취임, 사찰 창건 불가

조계종 스님들, 예를 들어 대종사나 종사 특별전형에 지원하는 스님들은 자필 유언장을 써야 됩니다. 안 쓰면 품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본말사 주지가 될 때도, 분한신고를 할 때도, 각급 고시에 응시할 때도, 해외에 사찰을 창건할 때도 예외 없이 써야 합니다. 심지어는 복적을 할 때도, 귀종승에게도 받습니다.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권·피선거권도 주지 않으니 유언장을 안 쓰고 버틸 도리가 없습니다. 사미·사미니계부터 구족계까지 수계도 할 수 없으니 유언장을 쓰지 않으려면 아예 조계종 승려가 되려는 꿈을 접어야 합니다.

조계종, 선학원과 달리 상속받은 재산까지 모두 귀속

그런데 우리 재단에 제출하는 서류와 조계종 유언장의 결정적인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앞서 설명해주신 법조인은 “조계종의 유언장은 승려의 모든 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키도록 하는 것이어서 승려가 사찰 운영이나 신도들의 시주와는 무관하게 형성한 재산, 예를 들어 상속받은 재산마저도 종단에 귀속시키도록 한다는 점에서 선학원과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재단은 상속받은 재산까지 내놓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사안인데 조계종이 하면 로맨스, 선학원이 하면 불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떠올라 검색해보았더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조계종이나 우리 재단이나 삼보정재를 귀하게 여기고 지키려는 것은 같은데 ‘중도’ 또는 ‘정론’을 팽개치고 이렇게 조계종 편에 서서 우리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해당 언론과 미래포럼에 묻습니다.

첫째, 주지 스님이 사찰을 운영하면서 신도들의 시주로 마련한 사찰재산을 재단에 증여하도록 하는 조치가 잘못된 것입니까. 그렇다면 사찰재산을 주지 개인이 소유하도록 방치하여야 한다는 것이 선학원미래포럼이나 해당 언론의 입장입니까?

둘째, 신도의 시주로 취득한 사찰재산을 스님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다가 사후에 속가나 친척에게 넘어가도록 방치해도 좋습니까?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겁니까?

셋째, 우리 재단에 재산을 증여했거나, 스승 혹은 다른 분으로부터 승계나 위임을 받은 스님이 자신이 쓴 ‘약정서’나 ‘분원 재산 명의 변경 동의서’를 무시하고 우리 재단의 사찰을 통해 형성한 재산을 종단에 증여하여 이중등록을 해도 됩니까?

넷째, 재단·종단 할 것 없이 삼보정재의 유실(遺失)을 막기 위해 대비하고 있는데, 조계종의 조처에 대해서는 군말하지 않으면서 왜 우리 재단에 대해서만 시비를 합니까?

다섯째, 우리 재단이 분원의 재산을 뺏은 사례가 있습니까?

악의적 글쓰기로 재단과 분원 ‘이간질’

이렇게 나열해두고 보니 한숨이 나옵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해당 언론과 기자가 우리 재단과 분원을 이간질하기 위해 ‘강제’라는 표현을 동원하면서 악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같은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요.

마지막은 짧게 씁니다. 기사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공표나 안내 절차조차 없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원 관리 규정>을 개정한 것은 분원 재산을 착복한 일부 분원장들과 조계종 권승들의 앞잡이가 되어 재단에 해악을 끼치는 일부 승려들 때문입니다. 그런 분원은 기껏 해봐야 몇 곳에 불과합니다. 대다수의 선량한 분원장과 스님들은 사찰을 등록할 때, 혹은 창건주 권한을 승계·위임 받았을 때 했던 추가증여 약속을 잘 지키고 있으니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산을 뺏는다’는 것이 가능합니까? 국가의 통제를 받는 공익 재단법인인 선학원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분원의 재산을 뺏는 것이 과연 가능합니까?

한북 스님 | 불교저널 편집인, 재단법인 선학원 총무이사

#이 기사는 제휴언론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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