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실로 천 조각에 만드는 나만의 꽃
오색 실로 천 조각에 만드는 나만의 꽃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9.07.09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위 스님 ‘자수정원’
▲ 브.레드|1만 5000원

책 전체에 꽃이 피었다. 한땀 한땀 수놓은 자수꽃이다.

수놓기는 분주하고도 무료한 우리 삶의 수행이자 예술 활동이다.

정위 스님은 출가할 때 어머니에게 길쌈한 무명 한 필을 받아 장롱 깊숙이 뒀다가 어느 날 꺼내 꽃 한 줄기를 수놓았다. 한 땀에서 시작해 한 필이 다되도록 무명 위에 갖가지 꽃을 담았다. 꽃도 멀리 있는 꽃이 아니다. 뒷밭 부추꽃과 줄딸기, 부엌 창가에서 피어난 무꽃, 마당에서 고이 기른 야생화 등 눈에 보이는, 스님에게 친근한 꽃이다.

정위 스님은 수 작업을 “오색 실로 천 조각 안에서 마음껏 내 꽃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하늘거리는 꽃잎, 줄기 휘어진 모습, 각기 다른 초록 잎의 변주를 보고 있으면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색실을 골라 그저 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자연의 모습을 살핀 수행자의 마음이 무명 위에 드러난다.

마땅한 색이 없어 이리저리 맞추다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야기, 잎을 메울지 비울지, 어떤 색을 고를지 하며 허송세월한 에피소드, 바람결에 꺾어진 가지 주워온 이야기 등 스님의 수 이야기를 읽으며 잔잔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얻는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