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구니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비구니계의 큰 어른으로 전국비구니회 회장을 지낸 태허당 명우 명사가 18일 오후 4시 5분 서울 정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80세, 세납 95세.
광우 명사(조계종 비구니 최고 품계)의 영결식은 계민문중장으로 22일 오전 10시 30분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엄수된다. 분향소도 동국대 일산병원에 마련됐다. 다비는 영결식 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광우 명사는 1925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15살 때인 1939년 직지사에서 성문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같은 해 남장사에서 혜봉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0년 서울 청룡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보살계와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광우 명사는 한국 비구니계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어느 비구니 보다 앞선 삶을 살았다. 1944년 최초의 비구니 강원인 남장사 관음강원을 1기로 나왔고, 1956년 비구니 최초로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에는 조계종 원로 비구니에게 내리는 최고 지위인 ‘명사’ 법계를 최초로 받았다.
광우 명사는 누구보다 비구니 스님들의 권익과 단합에 힘을 기울였다. 전국비구니회 회장 시절 서울 강남에 전국비구니회관 건립을 주도했다. 광우 스님이 아니었다면 비구니회관 건립은 뜬 구름에 불과했을 정도였다. 명우 종사가 주석한 서울 성북구 삼선동 정각사는 1958년 창건해 60여년 넘게 도심 포교에 앞장섰다. 법화산림법회를 10년 넘게 봉행하고, 법화행자로 살았고, 법화경을 널리 법보시했다.
광우 명사는 지난 2009년부터 정각사 주지 자리를 상좌인 정목스님에게 맡기고 오직 전법과 보림행에 힘써오던 중 고령으로 인한 미질을 앓다가, 18일 입적했다.
스님은 입적 전 상좌, 손상좌 등 문도들을 한 자리에 불러 후사를 당부한 후 “떠나는 바람은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왔다가 갈 뿐이다”라는 임종게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