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佛, 사르코지의 ‘족벌정치’
실패로 끝난 佛, 사르코지의 ‘족벌정치’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0.2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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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대학에 재학중이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차남 장(23)이 라데팡스 개발위원회(EPAD) 후임 의장직을 포기키로 했다. 널리 알려져 있듯 라데팡스는 프랑스 최대의 신흥상업중심지이고, EPAD의 의장은 이사회의 활동을 감독하는 핵심 요직. 장은 10여일 전 ‘족벌정치(네포티즘)’의 논란 속에 후임 의장으로 내정됐었다. 

▲ 니콜라 사르코지와 장 사르코지 <퓨어피플닷컴 캡처>

그런 장이 22일 방송인터뷰에서 “의구심으로 얼룩진 승리를 바라지 않는다”며 EPAD 의장직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장이 후임의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야당인 사회당 등은 명백한 ‘족벌정치’의 전형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사회당 후보 루아얄은 "라데팡스가 차기 선거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물론 사르코지 측근들은 철저한 능력에 따른 인사라며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했었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직접 나서 "아들이 이유 없이 늑대들의 먹이감이 됐다"며, 나아가 비판하는 쪽은 "장이 아니라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며 변호했었다.
논쟁의 중심에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까지 등장했다. 서로의 편리에 따라 능력과 평등의 가치를 끌어다 쓰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논쟁의 나라 프랑스답게 흥미로운 논쟁으로 번져간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흥미로운 캠페인이 벌어졌었다. 야당인 사회당 청년조직과 시민단체들이 얼마 전 ‘사르코지 가문 입양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캠페인을 벌이게 된 이유를 이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의 성이 사르코지라면 직업을 구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입양을 통해 “(여러분들이 사르코지의 아들이 되면) 여러분들의 새 아버지가 보수 좋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해줄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사회당은 청년 실업자들에게 웹사이트에서 입양신청서를 내려받아 엘리제궁(대통령 관저)으로 보낼 것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현재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약 24%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회당은 성명을 통해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들에게 제공한 것과 똑같은 성공의 기회를 프랑스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던 차에 장이 후임자 내정을 포기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이번 사례는 먼 나라 프랑스의 사례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시작부터 종결까지를 평가해 볼 때 프랑스 혁명의 이념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자 다른 한편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에 비추어보고 싶은 소박한 속내다.
정치적 캠페인의 다양성,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역시 정치적 캠페인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와 시위는 충분히 다양해질 수 있다. 대학생들의 정치참여 또한 잠재워서는 안 된다. 대학진학률 세계 1, 2위를 다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청년 실업문제는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다. 코드정치, 족벌정치는 대한민국이라고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의사표현과 주권행사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항시적으로 견인해 낼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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