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과 불매운동
선학원과 불매운동
  • 한북 스님
  • 승인 2019.07.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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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북 스님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표면적 이유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戰犯企業)에 배상을 청구한 데 대해 우리나라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개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판결의 핵심은 일제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간 우리나라를 불법 강점할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던 우리 국민 약 20만 명에게 해당 기업이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 아베 내각은 1965년에 한일 양국 정부가 맺은 한일기본조약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이다. 아베 이전의 일본 정부에서 일관되게 유지되어 오던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작년 연말 전후로 스스로 뒤집은 것이어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이나 정부를 탓할 일이 아니다.

아베나 일본의 극우파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으며 경제분야에서 부당한 수출규제를 하고, 이를 통해 일본 국내 여론을 결집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환경, 즉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분야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우리나라를 견제하려는 의도, 자주성이 강한 문재인 정부를 전복시키고 ‘다카키 마사오’ 같은 친일정부로 만들려는 위험한 의도도 감추어져 있다. 일본의 도발에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노림수가 있는 것이다. 일본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또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든 성토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한국인이라면 최소한 일본의 이 같은 의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최근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이 단 한 번도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965년부터 2018년까지 54년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604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08조 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여러 말이 필요 없이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식민지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일본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마치 우리 정부에 있는 것처럼 정치권 일각과 일부 언론에서 호도하고 있다. 이들의 정신이 얼마나 일본에 예속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은 ‘아베 신조’를 ‘아베(아비의 경상도 사투리)’로 받드는 정치권과 언론을 두고 ‘토착왜구’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침탈한 일본, 그리고 일본에 부역하며 권력과 부(富)를 장악한 친일잔재, 민족반역자에 대한 표현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이 있을까. 일본 아베가 일으킨 최근의 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민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아베는 어쩌면 우리에게 역행보살인지 모른다.

우리 선학원은 항일독립운동 중심에 섰던 불교단체다. 당시 친일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불교계에 맞서 만해 한용운 스님을 중심으로 한 민족자주독립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민족불교운동의 성지가 바로 선학원이다. 이 같은 역사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 선학원의 구성원이 우리 국민 사이에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만해 스님은 1919년 삼일운동으로 투옥된 상태에서 일본경찰에 제출한 〈조선독립(朝鮮獨立)의 서(書)〉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 민족의 독립 자결은 자존성(自存性)의 본능이요, 세계의 대세이며, 하늘이 찬동하는 바로서 전 인류의 앞날에 올 행복의 근원이다. 누가 이를 억제하고 누가 이것을 막을 것인가.”

독립운동가의 후예인 선학원의 구성원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통탄할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만해 스님 영전(靈前)에 덜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일 것이다.

한북 스님 | 재단법인 선학원 총무이사, 중앙선원 분원장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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