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에 보내는 공개편지
아베 신조 총리에 보내는 공개편지
  •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 승인 2019.07.2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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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승려

아베 신조 총리에 보내는 공개편지

한 나라의 총리에게 띄우는 공개 서신을 쓰면서 일반적인 경우라면 흔히 그러하듯 먼저 서두에 “존경하는”이라는 말로 정중히 예를 표하는 것이 상식이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어떤 인사치레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상황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반일감정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이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우면서도 적인 나라’가 돼 버렸습니다.

일찍이 유럽의 국가와 미국은 제국주의 팽창 정책을 펼치며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아시아 여러 나라를 식민화하면서 강압적인 무역과 자원 약탈, 노동력 착취, 그리고 인신매매 등을 통한 노예제 등으로 막대한 부를 이루었으며, 이를 기화로 근대 산업화를 촉진하여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는 초석을 삼았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자유무역협정’과 ‘국제투기자본’의 형태로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 법응 스님

일본 역시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연안은 물론 내륙까지 침략해서 식량과 문화재는 물론 부녀자와 기술자들을 납치해 갔으며, 조선조에는 우리 한국인들이 임진왜란이라고 부르는 7년 조일전쟁을 일으켰고, 불과 100여 년 전에는 36년간이나 이 땅을 식민지로 지배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기간 동안 일본은 연이은 대륙 침략 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 끔찍한 전쟁을 지속시켜나가기 위해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 전체를 마치 하나의 병영처럼 만들었습니다. 차마 필설로 형용키 어려운 갖은 악행과 인적, 물적 수탈을 자행함으로써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민족경제를 파탄 내었습니다.

패전의 결과로 일본은 곧 망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세계 냉전체제의 대리전이나 다름없었던 한국전쟁으로 인해 일본은 기사회생하였습니다. 전쟁 물자를 대면서, 또 휴전 후에는 전쟁에서 회복하기 위한 물자를 대면서 일본은 한국전쟁이란 이웃나라의 불행을 오늘날 일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대국으로 거듭나는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총리를 주축으로 하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과 각국의 지식인들은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문제는 강제징용 및 일본군 성노예제 등, 과거 총리의 선조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비양심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 여전히 제국주의 향수에 젖어 있는 세력들이 한국의 경제를 붕괴시켜서 경제적으로 일본에 종속시키고 나아가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욕망과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며 자국민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 또한 마땅한 책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웃 국가 간 무역과 관련된 법적, 상도의적 여러 협력체계와 약정들을 파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강압적 정책이라면 이웃 국가와의 우호는 지속되기 어려우며, 그에 대한 반발과 저항으로 끝내 자국 내의 경제 상황은 물론 국제 무역질서와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강압적 정책의 근거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은 어떤 식으로도 지지 받기 어렵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에게 당부합니다. 대한 수출 규제는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과 인류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더하게 될 것입니다.

첫째, 현대는 특정국가가 결코 독존일수 없습니다.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분야가 설사 우위에 있다 해도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과 촘촘한 그물망과 같이 얽혀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연기의 법칙이라 합니다. 일본의 모든 분야가 한국, 미국을 비롯해 각국과 서로 간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일본이 취약한 분야도 무수하니 일본이 일부 분야의 우수한 기술을 무기 삼아서 이웃 국가를 겁박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고 자국민에게도 고통만 안겨줄 뿐입니다.

둘째, 아베총리는 일본을 저급한 국가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어느 국가지도자를 막론하고 자국을 강하게 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냉엄한 국제사회라 해도 일정한 룰이라는 게 있으며, 공감을 얻지 못하면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지금처럼 비겁한 술수와 역사 발전에 역행하는 행태로 국가를 경영하며 국제간의 신의를 저버린다면 현재의 일본이 제아무리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다 해도 결국은 삼류국가로의 전락을 자초할 뿐입니다.

셋째, 장기적으로 일본경제에 악영향을 줍니다. 이번 수출규제로 인해 한국은 당해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자립의 길을 갈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서로 분업하고 협응을 통한 융섭을 지향해야 하는 국제경제 질서가 붕괴되고 각국이 독자의 길로 갈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총리의 조치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 북한을 긴장시켰으며 그들은 더욱 내밀하게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일본 스스로 국제 경쟁력에서 밀려나는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넷째, 장기화될수록 국제여론이 일본을 강하게 질타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습니다. 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미친 영향은 당연히 미국 등 각국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갈수록 국제사회 여론은 비등하게 될 것입니다.

다섯째, 한국 국민의 단결력은 그야말로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은 100년 전의 조선이 아닙니다. 한국의 통신망은 세계 최강의 기술과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여행 거부와 불매운동 등으로 대변되는 저항운동은 더욱 맹렬하고 지능적으로 지속될 것입니다.

여섯째. 총리는 일본 자국민으로부터 배척당합니다. 비록 일본이 경제적으로 한국보다는 우위이나 한국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는 일본인과 기업 또한 무수하니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은 일본인들의 반정부 정서는 확산할 것입니다.

일곱째, 일본의 양심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총리로부터 돌아서게 될 것입니다. 어느 나라건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지식인층이 있습니다. 이들이 총리의 독단과 반한정책 및 그로 인한 일본의 또 다른 피해에 대해 그 책임을 총리에게 물을 것입니다. 지식층과 리더그룹으로부터의 배척은 총리와 일본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여덟째, 총리가 정한론의 취해있다면 일본의 미래는 불행합니다. 요시다 쇼인의 음험한 정한론에 총리께서 매료되어서 향후 대한정책의 기조로 지속한다면 비록 총성은 없으나 일본은 한국을 지배하려 전쟁을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복속시켜서 다시 한 번 지배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불행하고 위험하며, 비정상입니다. 일본의 고립화만 심화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일본에 예속될 수도 없거니와 21세기 그 어느 국가도 일본이 대한민국을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예속되기를 바라거나 방관하지 않습니다.

아홉째, 동북아의 분열을 자초한 위험한 경제 조치입니다. 한국과 미국과 일본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가입니다. 한미일 삼각구도에서 한국을 고립시킨다면 동북아에서 일본은 스스로 약체화를 자초하고 종국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배력만 강화시키게 됩니다. 일본이 한반도를 대륙 진출로로 여겼다면, 반대로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일본을 방패막이 해주어 왔음도 역사가 증명합니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거나 약체화된다면 일본으로서는 결정적인 방패 국가를 상실하게 되는 일입니다.

상기하건대, 한중일 삼국은 한자문화권인 동시에 불교와 유교를 숭배했고 지금도 그 문화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소위 대승은 일체와 일심을 말합니다. 한중일 삼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국경과 인종과 언어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도 인간으로서 사유하고 판단하는 마음이 있기에 일체화와 일심으로의 합일이 가능합니다. 완전한 일체화와 일심으로의 합일은 어렵더라도 고의적인 고립과 분열을 하지 말아야 하며 융섭을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위기 때마다 국민들의 저력으로 일어서곤 했습니다. 이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반일 감정은 심화되고 동북아에서 새로운 냉전시대의 도래 등 그 누구도 예측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이 서신을 아베 총리께서 볼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맹구우목일 것입니다. 이 글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에 대해 조금만 공부를 했어도 오늘날과 같은 국가적 상황은 예방 가능 함에도 답답하고 무능하기만 한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각성할 것을 촉구하는 의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총리의 조치로 인해 한일양국의 선량한 국민들에게까지 피해가 간다면 개인적으로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총리의 조속하고도 지혜로운 결정으로 한일 간 우호교류가 회복되고 나아가 동북아에서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불기2563(2019)년 7월 28일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법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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