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여 명 무대서 음악으로 '묘법연화경' 공양
1300여 명 무대서 음악으로 '묘법연화경' 공양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9.08.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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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 ‘묘음으로 피어나는 하얀 연꽃’ 예술감독 성의신 단장
▲ 성의신 천태예술단장.

대한불교천태종이 종단의 소의경전인 묘법연화경을 30곡으로 구성해 천태합창단 1300여 명이 출연하는 창작 교성곡을 발표한다. 법화경 28품과 서곡, 회향 편을 더해 총 30곡 전곡을 작사, 작곡했으며 전국 천태종 사찰 소속 96개 합창단의 2300여 명 단원 중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300여 명이 출연한다. 연주를 맡은 국악단과 솔리스트까지 합치면 무대 규모는 더 커진다.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 규모인 교성곡 묘법연화경 ‘묘음으로 피어나는 하얀 연꽃’ 공연의 예술감독 성의신 씨는 2018년 천태예술단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또 KBS국악관현악단의 해금연주자, 마하연실내악단의 단장이다.

어머니부터 대를 이어 천태종의 오랜 신도인 성 단장은 대학교 1학년 때 법당에서 처음 ‘영산회상’을 연주했다. KBS국악관현악단에 입단한 이후 창작음악을 접하면서 국악과 불교음악의 접목을 늘 꿈꿨다. 그래서 1993년에는 KBS국악관현악단 중 불자를 단원으로 마하연실내악단을 결성했다. 하지만 창작곡을 만드는 데 작곡가가 불교음악을 이해하지 못해 기악곡 위주의 곡을 쓰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장소를 대관해 놓고도 연주를 못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국악인으로 살면서,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그에게 영산회상은 숙제 같았던 그는 2010년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영산회상을 새롭게 해석해 ‘미래회상’이라는 이름으로 음악회를 기획한 것이다. 조선시대 풍류를 아는 이들이 즐기던 종교음악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즐기는 이가 적다는 생각으로 ‘미래’와 ‘영산화상’을 조화시켜 9곡 모두 해금 연주곡으로 창작했다. 공연은 가야금, 소금, 생황, 양금 등의 국악기와 인도악기 시타르, 서양악기 첼로를 비롯해 여창가곡, 남창가곡, 한국무용, 붓글씨 등과 협연했다. 이 공연으로 ‘불교음악의 미래가 보인다’는 불교계의 격려와 국악계로부터 기획과 공연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0 KBS 국악대상’ 대상을 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2013년에는 마하연실내악단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영산재 중 많이 쓰이는 9곡을 선정해 범패를 무대화한 ‘마음으로 올리는 나의 노래’를 공연했다. 그가 화두로 삼는 불교음악 중 ‘영산회상’, ‘범패’가 실현됐고 이제 남은 것은 ‘묘법연화경’이었다.

성 단장은 천태종의 소의경전인 법화경을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발원을 10년 전부터 해왔다고 밝혔다.

천태종은 지난 2003년 교성곡 ‘천태종 중창조 상월원각대조사’를 창작해 초연했고 2011년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0주년 기념 공연에서 같은 곡을 1200여 명의 천태합창단이 노래했다. 이런 성공적인 경험이 바탕이 됐고 또 성 단장의 발원이 합해지니 법화경 교성곡에 성큼 다가갈 수 있었다.

2016년부터 천태종은 성의신 단장과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마음을 모았고 2017년 8월에는 작곡가와 작사가를 선정해 작업을 의뢰했다. 2018년 1월부터는 전국의 천태합창단의 오디션을 진행해 연습했다. 이를 토대로 9월 15일 서울 KBS홀에서 열린 13회 천태예술제에서 서곡을 비롯해 먼저 만들어 연습하던 11곡을 선보였다. 공연은 아름다웠고 웅장했다. 공연 후 2019년 1월 성의신 마하연실내악단 단장은 천태예술단장으로 임명돼 더욱 본격적으로 교성곡을 준비하게 됐다. 3월, 6월에 오디션을 다시 개최해 최종 1300여 명의 출연자를 선정했고 6월 이후에는 지역별, 사찰별로 연습에 매진했다.

이번 교성곡의 특징 중 하나는 곡을 만든 이들이 다 불자라는 데 있다.

작사는 금강대 교수인 광도 스님과 고우익 교수가 맡았고, 작곡은 국악작곡가인 조원행, 김백찬, 함현상 씨가 했다. 국악장단인 엇모리, 세마치, 국거리, 자진모리 등의 교성곡은 전체적으로 경쾌하면서도 내용이 갖는 장엄함, 숭고함을 넘나든다.

또 다른 특징은 솔리스트만 부르는 4곡을 제외한 26곡에 천태합창단이 참여하며, 26곡 모두 악보 없이 외워서 노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이드녹음을 개인에게 배포해 파트별로 각자 끊임없이 연습해야 했다.

“20년 전부터 천태종의 모든 사찰에서 법화경을 봉독해왔기 때문에 노래를 배우고 익히고 부르는 과정이 종도들에게 더 환희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어떤 보살님은 노래를 시작하면 눈물을 자꾸 흘려서 제가 단단히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흔들리면 안 되니 공연할 때는 절대 울지 마시라고요.”

성 단장은 자신이 기획하는 모든 공연에서 두 가지 단서를 단다. ‘현대적’이고 ‘한국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번 교성곡도 경전이지만 현대인이 듣고 느낄 수 있는 현대적 감성을 기반으로 했으며 국악작곡가가 참여한 만큼 한국적인 느낌으로 해석했다.

여기에 무대가 풍성도록 정가, 경기소리를 포함한 동서양 성악가들의 협연에 무용단의 율동, 다양한 영상효과가 1300여 명의 합창단 소리와 어우러진다. 이번 공연은 마하연국악단 47명이 연주하고 청주시립국악단 조원행 지휘자가 총지휘하며, 가천대 이재성 교수가 총연출하고 성의신 단장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다.

묘법연화경 교성곡 ‘묘음으로 피어나는 하얀 연꽃’은 8월 25일 오후 7시 30분 구인사 조사전 앞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참가를 원하는 이들은 무료로 볼 수 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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