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박정희’ 친일 널리 알린 아들 ‘박지만’의 효도
아버지 ‘박정희’ 친일 널리 알린 아들 ‘박지만’의 효도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1.1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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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박지만 씨의 가처분 소송 기각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지만 씨가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이 6일 기각 되었습니다.

먼저, 최상천 교수가 정리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생을 한번 되돌아보지요.
‘시골의 평범한 학생→두목 급장→보통학교 교사→‘충성 혈서’→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제국주의자→만주 군관학교→일본 육사→오카모토 미노루(岡本實)→만주 주둔 일본군 장교→다시 박정희→가짜광복군중대장→대한민국 육군장교→공산주의자→남로당군 최고책임자→진압군작전장교→무기징역죄수→반공주의자→육군정보장교→반란군두목→민정이양공약→출마선언→대통령→“개헌은 없다”→3선 개헌→“이번이 마지막 출마”→종신 대통령→부하의 총에 사망’

민족문제연구소는 오는 8일 오후 2시 숙명아트센터에서 일제 시절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 4천370여명의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의 유족인 박지만 씨가 친일 인명사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이름도 빼고 배포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친일인명사전의 수록은 학문적 의견 개진 또는 표명에 가까운 것으로 이런 견해가 학문적 의견을 표명할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며 박씨의 소송을 기각해 버렸습니다.

사실,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습니다만 박지만 씨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된 셈입니다. 부친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송을 제기 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리어 박 전 대통령의 친일 행각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말았으니까요.

‘조중동문’과 ‘서울신문’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언론의 창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았네요. 미디어 오늘 기사를 볼까요. “5일 연합뉴스, 뉴시스, 노컷뉴스, YTN, MBC, KBS에 이어 6일에는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내일신문 등이 1면 또는 내부 지면에서 이를 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문화일보는 단신으로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중동문’과 ‘서울신문’이 손을 잡았네요.
그래도 일반 시민들이 알아차리기엔 충분 할 정도의 정보 제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까지 일관된 후속보도로 처리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지만 씨의 소송이 제기 되자 민족문제연구소가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혈서까지 쓰며 만주군에 지원했다는 내용의 옛 신문기사를 전격적으로 공개해 버립니다.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하여 최소한의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최상천, 정운현, 백무현, 박순찬의 노력

박정희의 변심과 배신을 대중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나선 사람은 최상천 전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이었습니다. ‘알몸 박정희(인물과 사상사)'라는 책을 통해서지요.

 그 다음으로는 친일문제 전문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입니다. ‘실록 군인 박정희(개마고원)'라는 책이지요.

이런 사실을 만화로 쉽게 담아낸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신문의 백무현 화백이 글을 쓰고, 경향신문 만평을 그리는 박순찬 화백께서 그림을 그린 공동 저작‘만화 박정희 1,2권(시대의 창)'입니다.

박정희의 군인으로서의 친일 행각에 대한 사실들

이번 기회에 사실관계를 조금 더 정확히 해 두기 위하여 이이화 선생의 ‘끝나지 않는 역사 앞에서(김영사)'를 인용합니다.

“박정희가 만주로 가게 된 직접적 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증언이 있다. 첫째, 문경에 있는 교장, 군수, 서장 등이 자행한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을 혐오해서 갔다. 둘째, 조선어 금지 등 학교 내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셋째, 아내와 별거관계를 유지하면서 화평하지 못해서였다. 넷째, 어릴 적부터 꿈꾸어오던 군관학교에 들어가 대장이 되어 출세하려고 갔다. 아마도 네 번째 동기가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군관학교에 입학을 청원하는 편지를 보내 허락을 받아내겠다고 하며, 군관학교에 ‘진충보국’이라는 혈서를 써내서 입학을 허가 받았다고도 한다. 이처럼 정상적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입학한 것이다.”

“그 해 2월, 문경심상소학교에서 주민, 교사, 학생 등 10여명이 모여 박정희의 간단한 출정식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에서 환송식을 가졌다. 그는 ‘긴 칼 찬 대장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고 말하고 붉은 글씨로 ‘무운장구’라 쓴 어깨띠를 두르고 떠나갔다 한다. 당시 일제 군인으로 출정할 때에는 장도라 부르며 이런 출정식을 갖는 것이 관례였다.”

“그는 2년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 예과 졸업생 240명 가운데 5등 안에 들었다. 곧 일본생도 2명, 만주생도 2명에 끼어 우등상을 받았다. 하지만 만계로 따지면 수석이었다.”

“연병장에서 열린 졸업식장은 엄숙했는데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창씨 명)를 부르는 호명이 있자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그는 일본생도와 함께 우등상을 타러 교장 앞에 엄숙한 자세로 섰다. 만주국 부의가 하사하는 금시계가 그에게 우등상으로 주어졌다.”

“이제 당당히 다카키 마사오에서 다시 더 일본인다운 이름인 오카모토 미노루로 변신한 박정희는 이한림, 이섭준, 김재풍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육사 본과 3학년, 유학생대에 편입했다. 그는 여기서도 성실하게 2년 본과 과정을 마쳐 1944년 4월 졸업할 때 유학생에서 3등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졸업할 때 일본군 교육 총감상을 받았다.”

다음은 백무현 글, 박순찬 그림의 ‘만화 박정희’ 에서 일부 인용 합니다.

“박정희는 전투가 없을 땐 별 말없이 음침하게 혼자 지내곤 했다.
‘내일 조센징 토벌 나간다. 차질 없도록!!’
‘좋다. 토벌이다!’
토벌만 나간다면 벽력같은 목소리로 좋아했던 박정희.
일본생도 출신들의 증언으로 재미언론인 문명자의 기록이다.”

박정희의 친일, 박지만의 효도

아들 박지만으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가처분 신청을 통해 파문을 잠재우려 했던 것이 도리어 강경대응을 불러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부친의 친일행각을 널리 알리는 일대 사변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물론 아들 된 도리나 입장을 이해하고 싶고, 한편 존중하고도 싶습니다. 그렇지만 역사 앞에 조금 더 겸손했어야 되지 않을까요? 부친의 친일 행각은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당시 어느 누가 사실상 일본 제국주의의 사관학교를 두 군데나 다닌 사람이 있습니까. 그것도 우등생으로 졸업하였고 만주군에서 근무까지 하지 않았습니까(전 세계 지도자 중에 사관학교를 세 군데나 다닌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 유일할 것입니다. 나중에 우리나라 육군 사관학교를 2기로 다녔기 때문이지요).

제발 겸손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의 객관적 역사적 사실 앞에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역사에 대한 충성이고 부친에 대한 효도일 것입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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