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YWCA보다 못한 '조계종단 출범'?
YMCA, YWCA보다 못한 '조계종단 출범'?
  • 이혜조
  • 승인 2009.11.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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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광화문광장 '역사물길' 연대기 유감
기독교·가톨릭 등 타종교 대비 조계종 누락

 

▲ 광화문 '역사물길' 돌판에 새겨진 역사적 사실들. 1920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창간, 1922년 YWCA 창립은 자세히 기록돼 있으나 1962년의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은 기록돼 있지 않다.ⓒ2009 불교닷컴
광화문광장이 시민들 사이에 명물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눈에 띈 것은 '역사물길'이다.

'역사물길'은 1392년부터 2008년까지 617년간의 역사적 사실들을 빼곡하게 기록한 돌판 위에 2cm 깊이의 물을 흘려보내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보는 듯 하다.

1392년 태조 즉위에서부터 2008년 숭례문 화재에 이은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취임까지를 훑어보다 이상한 점을 여러가지 발견했다.

1903년(광무 7년) YMCA 창설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몇 발자국을 내려오니 1922년에 시선이 머문다. 'YWCA 창설'이라고 씌여 있다.  

▲ 광화문광장 '역사물길'. 1903년 YMCA 창설을 역사적 사실로 기록하고 있다. ⓒ2009 불교닷컴
종교단체의 창설도 기록하나 싶어 다른 종교는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해졌다. 아래쪽을 쳐다봐도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은 기록해 놓지 않았다.  

그러나 1784년(정조 8년) 이승훈, 천주교 선교, 1860년 (철종 11년) 최제우, 동학 창시, 1909년 (융희 3년) 나철, 대종교 창시, 1916년 박중빈, 원불교 창시는 잘 기록돼 있다.

심지어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 김대건 순교(1846년), 노기남, 한국인 최초로 주교에 임명(1942년), 김수환 대주교, 추기경 서임(1969년)까지 자세하게 나온다.

조선 말기인 1885년 2월 29일 고종이 미국 선교의사인 호러스 알렌의 건의를 받아들여 서울 재동에 설립한 광혜원도 기록돼 있다.

명동성당 준공(1898년), 동학, 천도교로 명칭 변경(1905년)도 들어있다.

조계종은 대한민국 종교단체 가운데 최대의 종단인데 기록에 없다니. YMCA, YWCA보다 못한다는 판단에서 조계종 출범은 생략한 것일까? 조계종 출범은 청계천 준설보다 못한 역사적 사실인가.

바로 위 1920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창간도 연대기에 들어있다. '1758년 (영조 34년) 영조, 청계천 준설에 대해 여론 청취, 1760년 (영조 36년) 청계천 준설'이라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기독교 출신의 초대 대통령,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의 건국 기준으로 삼아 지난해 60주년 기념식으로 호들갑을 떤 출발점인 이승만 대통령은 1,2,3대 취임기록까지 자세히 나와있다. 

▲ 광화문 '역사물길'. 1916년의 원불교 창시, 1917년의 이광수의 소설 <무정> 연재까지 기록돼 있으나 조계종은 기록에 없다.ⓒ2009 불교닷컴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8,9대 대통령 취임은 기록하지 않았다. 11대 전두환 대통령도 생략됐다. 들쑥날쑥한 기준에 혼란스럽다.

 통합종단 출범은커녕 그나마 1994년과 1998년 분규를 기록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여기는 것이 좀 위안은 된다.

아무리 이웃종교를 배려하고 YMCA, YWCA의 사회적 공헌도를 고려하더라도 조계종 출범을 기록하지 않은 점, 승병을 일으켜 풍전등화 같은 나라를 구하고 임금의 친서를 들고 일본에 가서 담판을 지은 뒤 3,500명의 한국인 포로를 데려온 유정을 생략한 점, 정동교회 장로 이승만 대통령과 다른 대통령의 차별... 소명교회 장로 출신의 MB정부 들어서 연이어 당한 탓인지 '종교편향' 이라는 데에 생각이 멈춘다.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는 10월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4회 불자·기독자교수 공동학술회의 발제문에서 정치 영향력이 커질수록 교세는 쇠퇴한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개신교 인구는 1940~1945년,1955~1962년,1995~2005년 등 세 번에 걸쳐 감소현상을 보였다.

첫번째는 개신교의 교권세력이 일제 식민지 정권에 완전히 굴복했던 시기다. 두번째는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 등 정치권력 핵심부에 개신교 인사들이 집중 포진했을 때다. 마지막은 개신교 장로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기였다.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풍토를 민심은 안다. 치우친 역사의 물길을 바로잡을 수 있는 혜안이 민심으로부터 나오길 기대한다. 민심은 곧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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