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비전을 말 한다
불교비전을 말 한다
  • 이기표 원장
  • 승인 2009.11.2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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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은 2009년은 사회적 이슈가 넘쳐난 해였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세상을 떴습니다. 정치권은 방송법, 세종시법, 4대강사업과 같은 쟁점법안을 놓고 치열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계 또한 ‘종교편향’이라는 화두에 갇혀 한 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종단을 초월한 전국의 스님들과 불교인들이 땡볕의 아스팔트로 몰려나와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청정사찰에서 묵언수행 하시던 스님들이 주먹을 휘두르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참으로 참담했습니다.

유구한 세월, 민족종교로 숭앙받던 불교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한 마디로 사회적 영향력이 저하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류였다면 감히 불교를 얕보는 행동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의 위상을 되찾을 방법은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습니다.

우리 불교가 사회 속으로 더욱 깊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극화’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외로움을 치유하는 일에 불교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덤벼들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 불교인들은 ‘자비나눔’이라고 하는 보살정신을 실천하는 종교인답게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여 왔으며, 그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되고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타 종교단체의 그것에 비해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불교계가 운영하는 민간복지시설도 기독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20년 전에 실시한 복지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당시 고아원이나 양로원 또는 재활원 같은 민간복지시설의 90%를 기독교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서양 선교단체의 원조를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그 때부터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불교계에서도 그러한 점을 인식하고 민간 복지사업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종단차원의 사회복지재단이 설립되었고, 사회봉사단의 발대를 계기로 봉사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 본 말사 주지스님들을 통한 사회복지교육이 일반신도들에게까지 파급되는 등 ‘구제중생’을 실천하는 종교로서의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08년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중 종교계가 운영하는 3000여 개의 시설가운데 조계종 관련 시설이 600여개로 예수교장로회, 천주교와 더불어 3대 그룹에 들어갈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조계종 자원봉사 조직은 국내 어느 종교단체의 그것보다 강한 조직력을 갖췄습니다. 지난 태안 기름유출사고현장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은 수많은 민간단체와 종교단체 가운데 대통령상을 수상할 만큼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포교 사업으로 연결되느냐 하는 데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포교는 홍보 싸움입니다. 그리고 복지나 봉사활동 같은 자선사업은 불교정신을 알릴 가장 호소력 있는 홍보자료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를 내세우지 않는 불교의 미덕으로 그 활동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불교인임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조그만 것을 가지고도 큰 목소리를 내는 기독교의 선교방식에 비해 불교인들의 포교방식은 너무 소극적인 것입니다.

불교가 사회 속으로 더 깊고 넓게 자리하기 위해서는 나눔과 봉사도 중요하지만 포교효과까지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문제가 시급합니다. 또한 사찰이나 종단끼리 연대하여 활동규모를 키우는 것도 불교를 사회에 알리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불교계의 복지사업과 봉사활동의 지평이 확산된 만큼 불교신행 따로, 사회복지 따로 라는 생각을 벗어나, 불교인이면 누구나 봉사가 신행이라는 자세로 생활할 때 우리 불교가 사회의 주류로 거듭날 것입니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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