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종부세 폭탄론’에서 ‘부동산세 인상론’으로
중앙, ‘종부세 폭탄론’에서 ‘부동산세 인상론’으로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09.12.0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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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2009년 12월 2일,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자

‘소득세 내리되, 부동산 보유세를 올려야.’
오늘자 중앙 사설제목입니다.

소득세를 인하하면서 동시에 같은 규모로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자고 했습니다. 부자감세에 따른 재정위기의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흥미로운 일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부동산 보유세라 하면 ‘종합부동산세’의 악몽이 떠올라 기겁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는 어차피 인상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래세(등록·취득세)에 편중되고 선진국들에 비해 보유세 비중이 턱없이 낮은 기형적인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지금까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중앙일보 기사와 사설의 일관된 입장은 ‘세금폭탄론’입니다. ‘종부세 징벌론’입니다. 부자들에 대한 응징의 성격을 가진 세금이라는 것이겠지요.

▲ 중앙일보 2009년 12월 2일자 사설 캡쳐
2007년 12월 1일, 종부세는 세금 폭탄이다

지난 2007년 12월 1일자 사설을 볼까요. “한번 종부세를 물게 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갈수록 파괴력이 큰 세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의 소득과 무관하게 단순히 고가 주택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것은 국가 징세권의 남용이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어떤 차이가 있지요. 어떻게 물리자는 거지요. 물론 중앙은 그때도 ‘부동산 보유세’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출구전략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동산 보유세’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같은 성격을 가진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세금 폭탄’이고 ‘징벌’이라며 비판했다는 점이지요. ‘부동산 보유세’의 현실화는 현실성을 가진 착한 정책이고, ‘종합부동산세’는 부자들에 대한 응징의 성격을 가진 나쁜 정책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갔었지요.

그 당시 중앙일보가 구별했던 기준은 이렇습니다.
“재산세 부담에 얹어 징벌적인 종부세를 물리는 것은 조세체계를 왜곡하고 과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차기 정부는 보유세 체계의 조정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재산세를 올리는 것은 보유세의 현실화고, 재산세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이름으로, 별도의 세금을 매기는 것은 세금 폭탄이라는 것이지요. 참 재미있는 논리이지요.

2008년 11월 14일, 종부세를 당장 폐지하자

다시 2008년 11월 14일자 사설로 가 볼까요.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날입니다. 당시 헌재가 결정한 위헌론의 핵심은 ‘부부합산 과세 조항’이 문제라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거주 목적의 1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의 염려가 있기 때문에 과세기준 등을 재평가하는 좀 더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수준이었지요. 이 날자 중앙일보의 사설입니다.

“원래 종부세는 탄생부터 잘못된 운명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5년 전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종부세를 도입했다. 2005년 부과 기준을 ‘세대별 합산’과 ‘6억원 초과’로 확대하면서 완전히 징벌적 세금으로 변질됐다. 종부세는 사실상 지난 정권의 이념적 도구였다. 올해의 경우 종부세 부과액이 전년 대비 65.3%나 늘어날 만큼 담세 능력을 초과한 세금 폭탄이었다. 노 정권이 부동산 가격 안정이란 근사한 포장을 씌웠지만, 그 아래에는 상위 2%를 겨냥한 포퓰리즘이 깔려 있었다. 종부세는 반시장적 코드가 낳은 기형적 산물이다.”

종부세를 당장 폐지하자는 거였지요. 물론 보완책도 주문했습니다. 이때도 보유세 현실화 이야기가 언급되기는 합니다.

누구나 궁금해 할 수준의 이야기입니다만, 폭탄인 세금과 정상적인 세금의 기준은 무엇이지요. 중앙일보가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명목으로, 어떤 세율로, 어떻게 매기는 것이 폭탄이 아닌 세금이 되는 건가요. 같은 부동산을 놓고 세금을 올리게 될 때 이름만 같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나요. 그냥 재산세라는 이름이면 되는 건가요. 누진세율은 어떻게 할 건가요. 고가주택에 대해선 당연히 세금을 더 많이 물릴 생각인가요. 그때의 고가주택 기준은 어떻게 할 건가요. 그때는 조세저항이 없는 건가요. 같은 세금이라도 명목만 같으면 되고, 인상의 주체가 현재의 야당진영만 아니면 상관없는 건가요. 한나라당이 하면 세금인상도 곧 선이 되는 건가요. 부자들에 대한 세금 폭탄이 아니라는 거지요.

감세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으신가요. 부자들이 세금을 좀 더 여유롭게 내주지 않으면 거기에 대한 궁극적 부담은 누구에게 가게 되지요. 혹시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가 더 힘겨워지는 것 아닌가요. 누진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이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불온시 되고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을까요.

부동산 보유세 인상 좋습니다. 동의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1등 언론을 지향하는 중앙일보라면 막연하게 현실화의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지,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요. 일관되게 현실화론을 주문해왔었다고 하겠지요.) 그리고 종부세와 부동산 보유세의 현실화가 어떻게 다른지, 만일 인상한다면 목적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세금을 올리는 게 옳을지를 좀 더 책임 있게 해명하고 선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 때 비로소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량을 발휘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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