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강주를 점검하는 시스템 필요"
"강사·강주를 점검하는 시스템 필요"
  • 이혜조
  • 승인 2009.12.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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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 스님 "불교중흥 위해 강원 살리고 경전 공부"
<치문> 1,2,3권 완간 "외워서 자기 것 만들어야"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서는 전통강원을 되살려 '경'을 철저하게 배우게 해서 스님이나 불자들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말을 하고, 부처님이 행한대로 행하는 육화가 중요하다."

교선사인 원순 스님은 <치문> 1, 2, 3권 완간을 계기로 서울 열린선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한국불교 강원을 비롯한 교육체계와 경전을 등한시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원순 스님은 "조계종은 선을 표방하면서 경을 등한시하고 백안시했고 불자들도 경을 멀리한다"며 "읽을 만한 불서를 만들어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스님은 그런 차원에서 강원의 현재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문의 경우 조계종에서도 어렵다고 해서 1/3만 추려서 가르친다. 어려운 한자가 많아 제대로 가르칠 교재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 이유다"고 말한 스님은 "치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수행은 이런거다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어 사미(니)계를 받고 예비승려가 되면 강원 1년차에 배우는 책이다"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치'는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은 검소한 수행자, '문'은 올곧은 수행을 통해 부처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말한다. 따라서 치문을 들여다 보며 달달 외워야한다.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면 그때부터 차근차근 경전과 어록들을 공부해가는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어느 사찰에 있다보니 서울대 법대 출신을 비롯해 우수한 인재들이 사미계를 받고 강원에 와서는 몇달을 못버티고 나가더라. 강사 강주들의 실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강사 강주들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자격 없는 강사 강주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했다.

스님은 "강원교육 체제는 훌륭하다. 경전은 고전이다. 읽을 수록 맛이 난다. 현대인에게 감명을 줄 수 있다."며 "불교가 중흥하려면 한국의 전통, 전통강원을 살려내야 한다. 내전에 정통해야 한다. 승가대 백날 해봐야 서울대 연고대 못따라가는게 사실 아니냐. 승가대에 들어가는 돈을 강원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불교 세계화는 강원교육 강화에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일반에서 오해하고 있는 성철 스님의 '책을 읽지 말라'는 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스님은 "스님 생전에 백련암 들어가면 일본어를 독학하라고 시켰다. 한국에는 읽을 책이 없으니까 일본 경전을 읽어라는 뜻이었다"며 "고급인력들이 경전으로 2-3년 동안 기반을 닦은 다음, 정립되면 참선에 몰두하라는 의미가 '책을 보지 말라'라는 말로 둔갑됐다"고 설명했다.

"경을 보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맞다.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성철 스님이 지은 책들 모두가 경전과 어록에 박식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다. 성철 스님은 책을 엄청나게 봤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또 경전의 한글번역 중요성도 역설했다.

스님은 "총무원에서 '올해의 불서 10권'을 선정하는데 대중성 운운하며 경전을 한 권도 포함하지 않는다"며 "경전과 어록이 불서의 근간인데 요즘은 수필을 쓰는 게 대세다. 그러다 보니 불서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스님은 "한글이 보조수단이 아니라 순 우리말로 된 경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용담 스님의 <선가귀감> 등 잘 번역된 게 있어도 그를 '빨갱이'로 몰아 사장시켜버린다. <법화경> 번역 때도 순 한글만 사용했는데 강원에서 왜 한문을 뺐느냐고 항의하더라. 성철 스님이 번역한 게 있는데 감히 상좌가 새롭게 번역했다고 야단을 치더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원순 스님이 풀어쓴 <치문>은 '스님들이 가야할 길', '수행은 중생의 복밭이다', '모두 함께 깨달음을' 등 3권으로 구성됐다. 스님은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한문과 한글을 대조해 편집했다. 한문본에는 독음을 다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스님은 성총 스님의 주해에 본문 내용에 맞는 주를 더하여 당시 글을 쓴 스님들의 간절한 뜻이 현 시대에도 온전히 이어지도록 했다.

도서출판 법공양. 각권 2만원.

 

원순 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참선정진했다. <禪스승의 편지> <선요> <한글 원각경> <육조단경> <몽산법어> <선가귀감> <큰 믿음을 일으키는 글> 등 20여권의 경전과 어록을 우리말로 옮겼다. 조계종 교재편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조계종 기본선원에서 어록을 강의하는 교선사다. 1996년부터 송광사 인월암에서 안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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