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편지에서 삶의 체취 느낀다
옛사람의 편지에서 삶의 체취 느낀다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9.09.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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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옛 편지
▲ 한국고간찰연구회 지음| 다운샘 펴냄 |2만 3000원

‘한국고간찰연구회’라는 곳이 있다. 1993년 결성해 한 달에 한번 만나 옛 사람의 간찰(편지)을 읽으면서 초서를 공부하는 연구모임이다. 회원들의 전공은 한문학, 국문학, 역사학, 서지학, 불교학, 미술사 등 다양하여 하나의 간찰을 윤독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숨은 내용을 함께 공유한다.

그들은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 만나 초서를 타파한다는 뜻에서 스스로 ‘말일파초회(末日破草會)’라 불렀다. 그 동안 읽은 간찰을 번역하고 주석 달아 ‘초서강독 시리즈’를 펴내며 지금까지 다섯 권의 단행본도 발행했다.

이들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 동안 읽었던 옛 간찰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편지를 골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책은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며 △글의 멋과 맛 △생각과 실천 △그림과 글씨의 네 개 장으로 나눴으며 총 58편의 시와 편지가 실렸다.

그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이황, 이이, 송시열, 박제가, 김정희, 최익현 등이 쓴 편지가 등장한다. 또 당나라 승려 법장이 동문 선배인 신라 의상 스님에게 보낸 편지를 비롯해 만해 한용운 스님이 절친한 도진호에게 쓴 편지, 방한암 선사가 경봉 스님에게 답하는 편지 등 스님들의 편지도 나온다.

《고승유묵》에 수록된 만해 스님의 편지는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을 발행한 직후에 쓴 것으로 보여진다. 만해 스님은 불교개혁론을 제기한 상황 자체가 불교의 부끄러운 상태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 편지는 한문으로 돼있는데 김제란 고려대 강사가 번역과 해설을 맡았다.

편지에서 만해 스님은 “저는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거꾸러지고 하였는데,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유신론이라는 것을 어찌 일일이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만, 실로 불교계의 부끄러움입니다”라고 했다. 덧붙여 “거짓 유신은 참 유신의 어머니(바탕)라고, 이렇게 스스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김제란 강사는 이 편지를 “《유신론》이라는 불교 개혁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불교계의 부끄러운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 보고, 《유신론》의 발행이 진정한 유신, 즉 진정한 정신의 변혁을 이루어내는 바탕이 될 것을 믿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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