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쫓는 우리가 곧 ‘아귀’
탐욕 쫓는 우리가 곧 ‘아귀’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9.09.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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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관 ‘감로’ 전, 씨알콜렉티브에서 28일까지
▲ 김형관|자기이해를 위한 의례|혼합재료 설치|가변크기(2019) <사진=씨엘콜렉티브>

‘지금 네 모습은 어떠냐?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고통 받는 아귀와 다르냐?’

감로탱화에 등장하는 ‘아귀’를 사람에 빗댄 전시회가 열린다.

마포구 성미산로에 위치한 씨알콜렉티브는 2019년 올해의 CR 작가로 선정된 김형관의 개인전 《감로甘露(Sweet Water)》를 9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오랫동안 초자연적인 샤머니즘을 주제로 작업한 김형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탐욕에 주목해 아귀를 등장시켰다.

감로탱화는 영혼을 천도하는 불교의식에 사용된 조선시대 불화로 아귀에게 감로를 베푼다는 뜻에서 ‘감로도’라고 한다. 아귀는 탐욕을 다스리지 못해 고통을 당하는 육도(六道)중생으로, 몸이 앙상하게 마르고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늘 굶주림 속에 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간을 가로지르는 벽처럼 세워진 구조물에 괴물 같은 형상이 그려진 창문이 끼워져 있다. 화려한 색의 유리창에 빛이 비치고, 가까이 다가가면 내 모습이 비치며 유리에 그려진 아귀와 겹쳐진다. 보는 이의 탐욕을 끄집어내 아귀에게 투영한다.

▲ 김형관|아귀도|종이에 래디언트 라이트 필름, 색테이프, 컬러 시트지|116x91cm(2019) <사진=씨엘콜렉티브>

이번 전시는 아귀의 모습을 새시(sash) 창문으로 이루어진 확장된 공간에 등장시킴으로써 감로탱화 속을 거닐 듯 시공간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 그리고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유리창 안에는 다양한 아귀의 형상을 화려한 색과 단순화한 형태의 시각언어로 전환한다.

김형관 작가는 2013년 샤머니즘미술관에서의 《밤 그늘》 전시 이후 커팅 시트 및 다양한 색 테이프를 재료 삼아 화려한 색감의 도식화된 문양으로 공간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감로탱화를 현대적 화면으로 전환해, 자본문명을 잡아먹은 감각적 디스토피아를 표현함으로써, 유토피아를 놓치고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김형관 작가는 “아귀는 현대사회의 시스템이자 변형된 인간이 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라며 “자본의 패권과 무한한 권력, 신기술, 첨단과학이라는 이름의 탐욕과 욕망을 쫓아 흉측하게 된 아귀, 방송미디어를 통해 듣는 인간 세상은 어쩌면 육도에 윤회, 지옥도에 갇힌 아귀들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이번 전시가 “위험에 노출된 풍경과 사물을 통해 인류의 구원과 희망적 낙관을 기대 할 수 있는 것인가”를 묻는 의도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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