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의 희망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현황ㆍ과제를 말하다
이재민들의 희망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현황ㆍ과제를 말하다
  • 차승지 기자
  • 승인 2019.09.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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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송필호 회장

[뉴스렙]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협회)는 1조4천억 원 이상의 성금 모금 및 배분, 3천만여 점의 구호물품을 지원했고, 또 상시적 구호활동을 대비해 자원봉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협회는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법정 구호단체이자 재난구호모금 전문기관으로, 지난 58년간 이재민에 대한 1조4천억 원 이상의 성금과 3천만여 점의 구호물품을 지원했으며, 상시적 구호활동을 대비해 자원봉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구호활동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한정된 정부 예산으로 기본적 구호 및 피해복구를 중심적으로 하는 반면, 협회는 이재민의 조속한 생활안정 지원에 중점을 두어 활동하고 있고, 이재민에게 생활용품, 식사, 주거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통해 재난구호 민간 대표 기관으로서 대규모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을 신속하게 구호하고, 재난약자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조직의 특징

우리나라 민간모금운동은 1920년 7월 폭우에서 시작됐다. 한강이 범람하는 대홍수로 용산 등 한강 일대가 모두 잠기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컸지만 일제 치하 시대의 구호책은 미미하기만 했다. 이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언론사들이 모금운동을 전개하여 ‘재난을 당한 이웃을 돕는 운동’을 우리 문화로 정착시켰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창립 당시에도 언론계가 전체 모금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주도적으로 모금운동을 펼쳐왔는데, 이에 1961년 전국의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재난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해 (사)전국재해구호협회를 설립했다. 

협회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신속한 구호와 대규모 성금 모금을 하기 위해 언론사 주도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재난보도를 통해 전 국민이 재난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모금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바로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문사 및 방송사가 협회의 이사 및 회원사로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신뢰성 있는 언론기관이 배분위원회에 참여해 공정하고 투명한 배분을 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 부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상시적 모금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제를 운영하며, 텔레마케팅,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정기후원자를 발굴한다. 재난 발생 시, 모집된 의연금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 지역에 차등을 두지 않고 형평성 있게 신속히 배분하여 이재민 생활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난 58년의 경험을 살려 각종 재해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활용하고 있다. 10년 이상의 재해구호 활동을 해온 직원이 다수 있으며, 재난안전 전문가와 사무국으로 조직돼 운영되는 재난안전연구소는 재난안전 정책 제안, 정부·대학·연구소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재난안전 분야의 민간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경기 파주, 경남 함양에 대형 재해구호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7월 1일 기준으로 구호물품 42만5천286만 점 보유)

사전모금의 필요성 - 재해구호의 달 부활 필요

재난이 발생한 후 모금이 이루어짐에 따라 구호기간이 2~3개월이나 소요되자 늦장 구호에 대한 이재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사전모금제의 도입이 절실했다. 사전모금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했다.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모금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던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정부에 ‘재해구호의 달’을 건의해 1966년 매해 5월을 ‘재해구호의 달'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물론 신문사와 방송국 모두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재해구호의 달 행사의 꽃은 ‘사랑의 열매달기’ 운동이었다. 사랑의 열매는 1966년 사랑, 구호, 봉사를 상징하는 세 개의 열매를 묶은 형태로 사랑의 열매 한 개당 10원 정도의 성금으로 구입해 패용하는 것이었다. 매년 재해구호의 달이 되면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YMCA, YWCA, 여자대학교 봉사원들의 협조로 거리에서 사랑의 열매판매가 이루어졌고, 육영수 여사와 양지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두모금을 펼쳐서 재해구호기금을 마련했다. 사랑의 열매 달기 운동은 1973년까지 하고 중단되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슈퍼태풍, 한파가 반복되며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재난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갑작스런 재난은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전혀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시기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규모의 자연재해를 맞닥뜨릴 수 있기에 구호계획과 사전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재난 발생 시 모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긴급 지원을 할 수 있는 재난기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재해구호의 달을 다시 부활해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는 사전모금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재난약자에 대한 구호 패러다임 변화

평소 협회는 재해구호물자를 전문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재난 중에 이재민이 발생할 소지가 있거나 이재민 구호가 필요한 대표적인 재난들은 태풍, 홍수, 호우(豪雨), 대설, 한파, 폭염, 지진 등이다. 이들 재난들은 풍수해(태풍, 홍수, 호우)와 동절기 재난(대설, 한파), 폭염, 지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풍수해와 동절기 재난, 폭염, 지진 등은 그동안 인명피해와 함께 재산피해도 발생시켜 왔다.

재난 피해 발생 시 재난약자인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소외계층인 저소득층 어린이와 독거노인 등이 한파나 폭염, 미세먼지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듯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재난약자들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에 재난약자인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대비의 일환으로 구호키트의 준비가 필수다. 또한 이들 재난 안전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또한 재난 발생 시 재난 유형별로 필요한 물품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물품들도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준비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대형화‧대규모로 일어날 새로운 형태의 재난대비 필요

협회에서는 지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원전사고 등 복합재난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활과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올 해 우리들을 괴롭혔던 폭염도 기후변화의 산물이고, 앞으로 다가올 겨울의 한파 또한 이러한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협회는 이러한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대국민 서비스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는, 제일기획과 서울시와 함께 미세먼지에 대한 대국민 캠페인을 펼쳤다.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건강을 넘어서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함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협회는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그리고 원전사고 등 복합재난을 포함한 다양한 재난에 대한 예방과 지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가장 아쉬운 점

지난 10년 30여 건 이상의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모금된 성금은 1천398억 원에 이른다. 대형 재해, 수도권 위주 피해 발생에는 참여하는 기부자도 많고 모금액이 크지만 중소 재해, 지방의 국지적 재난에는 동참하는 기부자도 적고 모금이 되지 않는다. 참여하는 기부자의 90%는 개인이지만 모이는 성금의 90%는 기업 및 단체의 기부금이다. 국지적 재난에 기업 및 단체의 참여가 저조하면 성금이 모이지 않아 이재민 지원에 어려움이 많다.

기부금 5조 원의 시대라고 한다. 2016년 한 신문사 특별취재에 따르면 개인 기부금 1천억 원이 넘는 공익법인 TOP 3에는 국제구호단체가 나란히 랭크되었고 대중 모금 상위 10위권 안에서 8곳이 사회복지사업을 하거나 해외구호개발과 관련된 단체였다. 그 해 태풍 차바로 1만9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재해의연금은 고작 137억 원을 모금한데 그쳤다. 국내 이재민 구호 성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0.27%에 불과하다. 또한 작년 태풍 솔릭 및 호우피해 성금은 1억8천만 원을 모금했는데, 18억5천여만 원이 지원되어 협회에 비축되어 있던 재해기금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자연재난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의 재해는 피했지만 내일의 재해는 나의 일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환난상휼의 정신으로 어려운 일을 서로 도우며 살아왔다. 재난 피해 이웃을 돕는 활동에 전 국민이 회원이 되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협회에서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계획

우리나라는 매년 호우, 태풍, 대설 등 재난재해로 인하여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재난재해에도 불구하고 재난관리 및 재난 피해 생존자들이 향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구호모금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이재민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 및 생활 복귀에 관련한 사례조사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재난관리 정책 및 구호시스템 개선에 반영하겠다.

또한 재난발생 시 지방자치단체와 재난구호 협약을 통해 재해구호 네트워크와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구호서비스 개발과 현장대응능력 강화하며, 재해구호 전문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2018년 5월에 ‘재해구호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재해구호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재해구호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재민 구호를 위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재난현장의 대응 능력을 강화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한 교육은 공무원 50명과 일반인 270명을 교육하였다. 2019년에는 파주뿐만 아니라 함양재해구호물류센터까지 교육장을 추가 지정받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2014년 발생한 비극 세월호의 침몰사고는 피해자와 생존자 및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정신적 폐해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에 작년에 재난 심리지원의 효율적 방안을 고려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조사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자료를 공공기관이나 재난관련 기관에 배포하여 공공기관이나 심리지원 제공자의 일방적 시혜활동이 아닌 피해 당사자와 해당 지역 사회 공동체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자기 회복을 위한 활동 기반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또 중요한 문제 하나가 고령화 문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인구 비율은 13.8%인데. 2030년이 되면 24.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혼자서 대피할 수 없는 고령자 가구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협회에서 이러한 고령자 사회에서의 재난안전망 구축을 위한 조사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고령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들에 대한 재난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 연구보고서 또한 관련기관에 홍보하여 재난대응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협회 역량 강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중부권 재해구호물류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재해구호물류센터는 경상남도 함양군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전국을 커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교통기간망 등을 고려해서 중부권 특히 충북-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강원 동부와 경북 지역의 재해구호 연결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중부권 재해구호물류센터를 검토하고 있다. 중부권에서 고려하고 있는 물류센터는 단순히 물류센터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재난안전체험교육과 대피소 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예정다.

재난 대비 관련해서 북한 재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남북 통일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홍수 등 자연재난이 많은 북한 재난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화산이 언제든지 분출할 수 있는 ‘활화산’으로 분류되는 백두산 분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만일 백두산이 다시 분화가 된다면 용암류와 자갈·돌멩이 등이 섞인 화산쇄설류에 의한 1차 피해와 화산재 확산에 따른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두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분화할지에 대한 연구와 함께 화산폭발에 대비해 국가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재해구호를 실시해야 한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우리 이웃들이 갑작스런 재난을 당하면 재난 이전의 삶을 되찾기까지 어렵고 긴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한다. 또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에 그에 대한 트라우마도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재난 피해 이웃들이 하루빨리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긴급 구호에 이어서 지속 돌봄 서비스(Care)가 이어져야 한다. 재난복지에 대한 정의와 함께 이들에 대한 구호 체계를 다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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