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스님 "마곡사 치욕·금권선거 불교위기"
수경스님 "마곡사 치욕·금권선거 불교위기"
  • 불교닷컴
  • 승인 2006.10.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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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에 장문의 특별기고 "총무원장은 자정의지 실천을"

화계사 주지이자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인 수경 스님이 현 종단의 비참한 실태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스님은 아예 불법(佛法)도량이 아니라 불법(不法)의 소도라고 이름지었다.

스님은 20일 법보신문 인터넷판에 기고한 '위기의 한국불교'라는 글을 통해 "부처님을 마주하기에도 차마 부끄러워 회한의 눈물이 쏟아진다. 차라리 먹물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종단의 현실을 표현했다.

스님은 '마곡사 치욕'에 대해 "(마곡사에 대한 야간 압수수색)은 10.27법난과 같이 정권에 의한 종교탄압이나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라 종단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자초한 치욕"이라고 규정했다. 스님은 "종단 내 지도급 스님들의 속인을 능가하는 범죄 작태들이 권력 암투나 치부의 전형으로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것은 종단이 치유불능의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회의원 선거를 둘러싼 각종 불법과 탈법 사건에 대해 스님은 "정치권보다 더 치졸한 권력다툼과 폭력과 해외원정 골프, 도박, 은처, 매관매직, 고급 룸싸롱 출입뿐 아니라 종회의원 선거에서 6억쓰면 당선되고 4억쓰면 떨어진다는 것이 진정 악성루모일 뿐인가"라고 반문했다.

수행환경과 불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설한 수경스님은 "수행자들은 도덕불감증에 걸려있고 정숙해야할 수행처는 불법 건축물로 구성돼 있다"면서 화계사의 경우 수억원의 벌금이 누적돼 있는데 이는 전국 대부분의 사찰이 해당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 "너무나 간단하다"면서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14대 종회의원 선거에 대해 총무원장이 금권선거 등을 자행하는 당사자등의 엄벌과 낙선을 천명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수경 스님이 법보신문에 기고한 글 전문이다.

佛法위한 도량인가, 不法의 소도인가
수경 스님, ‘위기의 한국 불교’ 법보신문에 특별 기고

이 청청한 가을 하늘마저 막막하고 막막하다. 어쩌면 하나의 상징물에 불과할지도 모를 법당의 부처님을 마주 하기에도 차마 부끄러워 회한의 눈물이 쏟아진다. 차라리 먹물 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주지 소임을 맡은 뒤 오직 행자시절의 초발심으로 돌아가고자 새벽도량을 돌며 염불을 하고 또 해보지만 ‘이 땅에서 성직자 혹은 수행자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여전히 절망 그 자체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힘들다.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몸부림을 쳐보지만 한없이 부족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니 이 심사를 어이하랴.

돌이켜보면 참으로 오랫동안 먼길을 걸으며 우리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출가 후 내내 선방을 드나들면서, 그리고 ‘삼보일배’ 혹은 ‘생명평화 탁발순례’ 도중에 교회와 성당과 교당에서 먹거리와 잠자리를 구걸하면서 종교의 3대 요소인 신앙의 대상, 신념체계, 종교집단에 대해 수많은 고민과 의문을 던져보았다.

초심으로 돌아가려 염불 또 염불

솔직히 말하자면 경외심과 부러움, 비판과 비난과 비탄이 내 자신의 참회를 넘어 수없이 교차했다. 불교인뿐만이 아니라 여타 종교인들의 확고한 신념이나 신심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한없는 외경심과 부러움이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의 뉴스를 접하다보면 일부 종교인들의 자질논란이나 범법행위가 자주 불거지고, 그만큼 비난의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모범을 보여야할 종교인의 자세나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불신의 골이 너무나 깊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종교인들의 타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성이나 사찰과 교회 등의 경영권을 두고 벌이는 고질적인 이전투구가 그러하고, 성직자가 아니라 범법자로밖에 볼 수 없는 종교인들의 온갖 추문과 악행이 오히려 세속보다 더 천박하게 불거져 나온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성직자들의 신심이 오히려 신도들보다 못하고 수행의 치열성 또한 그러하지 못하다면 말이 되겠는가. 살기가 힘겨워질수록 담배와 술의 소비량이 늘어나듯이 그만큼 삶에 지친 국민들 또한 그만큼 더 많이 종교에 귀의하지만, 의지처 혹은 소금이 되어야할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은 그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 같아 내내 뒤통수가 따갑고 입맛이 쓰다.

사하촌에 가보면 스님 몇몇은 영락없이 ‘땡초’나 ‘돌중’으로 불린다. “골프를 치거나 젊은 보살들과 함께 기름진 음식을 먹고 룸살롱 밀실에서 값비싼 양주를 마신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신부님 몇몇은 ‘알콜 중독자’로, 목사님 몇몇은 ‘간통쟁이’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극소수 종교인에 대한 세속인들의 비난이겠지만, 행여 도덕적으로 절대 우월해야할 종교라는 ‘성역’마저 무너질까 두려운 게 사실이다.

도덕적으로 우월해야할 성역 무너질까 두려워

종교와 종교인은 언제 어디서나 성속을 불문하고 모두의 의지처이자 희망이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오직 결단과 신심만으로 나설 수 있는 성직자의 길을 두고도 오죽하면 ‘일생이 보장되는 취직’을 했다고 비하하겠는가. 타종교에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언제나 자랑스러워야할 대한불교 조계종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들의 희망인가, 재가불자들의 희망인가, 승가와 종단의 희망인가, 그도 아니면 도대체 그 누구의 의지처인가.

마곡사 압수수색은 자정 능력 상실로 자초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따름이다. 속인들이 스님들의 용맹정진에 감화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활에 지친 속인들이 찾아와 합장을 하며 환환 미소를 보내올 때마다 이 청청한 하늘을 보기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는커녕 출세간의 상징인 먹물옷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니 이 어찌된 아이러니인가. 도대체 상구보리 하화중생은 어디로 가고 치욕의 날들만 여여하단 말인가.

160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불교가 어쩌다 내우외환의 이 지경을 자초하였는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본사 주지들의 국고보조금 횡령사건 등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더니 급기야 제6교구 본사가 검찰에 의해 야간 압수수색을 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그러나 이는 ‘10.27 법난’ 등과 같이 국가나 정권에 의한 종교 탄압이나 길들이기 차원의 것이 아니라 종단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자초한 치욕이 아닐 수 없다. 94년과 98년의 홍역을 새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노라면 종단의 무능과 도덕 불감증이 거듭 심화되다 못해 신성한 불법(佛法)의 도량마저 압수수색이나 당하는 불법(不法)의 저자거리로 전락시킨 셈이다.

종회의원 선거선 ‘6억 당선 4억 낙선’

이번 마곡사 사태는 이미 예견된 사건이 아닌가. 행여 이를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종단 내에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게 내재돼 있으며 자정 능력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종단 내의 부정과 비리는 이미 자정 능력을 넘어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 아닌가. 일부 부도덕한 스님들뿐만이 아니라 종단 내 지도급 스님들의 속인을 능가하는 범죄적 작태들이 권력 암투나 치부의 전형으로 하나 둘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종단이 치유불능의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굳이 승속의 갖가지 풍문들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정치권보다 더 치졸한 권력다툼과 폭력과 해외원정 골프, 도박, 은처, 매관매직, 고급 룸살롱 출입뿐만이 아니라 종회의원 선거에서의 6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6당4락’ 등이 진정 악성 루머일 뿐인가.

종단 내 훼불 절망의 포즈로 보고만 있나

세계적으로 한국 불교가 더없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데다 사회적으로 불교에 대한 인식이 날로 새로워지는 마당에 종단만은 어찌하여 훼불과 폐불과 멸불의 작태를 저지르거나 짐짓 뒷짐을 진 채 나몰라라 절망의 포즈로 지켜보고만 있는가. 한국 불교는 마침내 불법(佛法)의 도량이 아니라 범죄를 일삼아도 면책되는 불법(不法)의 소도란 말인가.

그 누구보다 도덕적이어야 할 수행자들은 심각한 불감증에 걸려 있고, 더 없이 정숙해야할 수행처는 온갖 불법 건축물로 구성돼 있으니 이 어찌된 일인가. 수행자가 맑아야 수행처도 맑아지고, 수행처가 떳떳해야 수행자도 떳떳해지는 것 아닌가. 수행자와 수행처가 모두 중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공원 사찰들 불법 건축물로 벌금만 수억

몇 달 전에 어쩌다 시절인연으로 덜컥 화계사 주지 소임을 맡고 보니 더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제선원답게, 그리고 사찰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에 맞게 생태적인 수행 도량으로 만들어보려 하지만 이마저 암초에 걸린 것이다. 화계사 또한 불법 건축물로 인해 십년이 넘도록 수억 원의 벌금이 누적돼 있는 처지였다.

아름다운 계곡의 하천부지 무단 점유나 애초의 계획보다 더 높은 신축 건물 등 말하자면 일종의 불법과 무법으로 누더기가 된 도량이었다. 사실이 이러하니 먼저 문제의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서는 적법하게 생태적으로 복원하거나 가꾸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것이다.

이는 비단 화계사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본말사에서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추진한 대형 불사 또한 거의 모두 이러할지니 크건 작건 전국의 모든 사찰에 해당되는 사안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찰에서의 수행환경과 자연환경은 서로 다른 개념인가. 어쩔 수 없는 교세의 확장 등으로 상충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도도한 불교 역사나 교리 어디를 보더라도 수행환경은 곧 자연환경이었다.

관광개발 등으로 외부적 침해를 받는 수행환경 수호도 중요하지만 우선 불교 내부의 환경을 바람직하게 가꾸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불교는 먼저 수행처를 잘 보존하고 보전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속도-대형-물질주의 수행자부터 바꿔야

그러자면 먼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인적 청산과 더불어 속도주의, 대형주의, 물질주의,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젖어 있는 수행자들부터 바뀌어야 하며, 온갖 규제 일변도의 비현실적인 법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 불살생의 계율과 불이사상, 연기론, 방생 등에 녹아 있는 생태학적인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며 수행과 삶을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진정한 참회다. 지금까지의 대형불사 위주의 환경파괴와 그에 따른 갖가지 불법과 비리에 대한 종단 차원의 진정한 발로 참회가 우선시되지 않고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악순환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찰은 종단의 귀속 재산이므로 본말사의 모든 불사를 심의하는 ‘불사심의특별위원회’ 같은 기구를 이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범종단 특별기구에서 정부의 비현실적인 관련법 개정을 연구하고 공론화할 뿐만 아니라 불교의 수행가풍과 어울리지 않는 ‘동양 최대’ 혹은 ‘세계 최대’ 등의 수식어가 붙는 대형불사가 갖는 허구성을 직시하는 동시에 꼭 필요한 작은 불사까지도 오랜 시간을 두고 계획하고 점차적으로 진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진정한 참회 뒤 비현실적 법 개정 공론화

무조건 불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두서없이 마구잡이식으로 파괴된 수행환경을 제대로 복원하고 더욱더 잘 보전하자는 것이다. 심각한 사유재산 침해의 성격이 짙은 관련법과 정부의 불법 조장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법을 합리적으로 바꾸는데 힘을 모아 이미 산재해 있는 수많은 불법 건축물의 해결과 친환경적인 수행처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동안 불사의 이름으로 자행되던 공공연한 금권 비리를 근절할 수 있을뿐더러 수행환경이 곧 전 국민의 쉼터이자 수많은 불자들의 희망과 의지처로 거듭나는 단초가 될 것이다.

한국 불교는 지금 크나큰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불교가 유례없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생태적인 패러다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의 전통 불교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맞고 있으나, 냉정하게 종단을 둘러보노라면 이러한 불교 중흥의 기회마저 오히려 위기로 만들고 있으니 이 무슨 한심한 꼬락서니인가.

총무원장, 청정 선거위해 금권선거 엄벌을

쉽지는 않지만 언제나 문제해결의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그 어떤 방편도 필요 없이 수행자는 수행자의 본분사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출가승들은 초심을 찾아 승풍 진작과 청정교단 수호에 추호의 흔들림도 없어야 하고, 총무원 집행부는 온갖 부정과 부도덕과 불법을 더 이상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말고 문제해결의 정면에 서서 호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종단의 재정 투명성과 과도한 권력의 집중을 없애기 위한 개혁에 종단의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

총무원장은 종단의 수장답게 모든 것을 걸고 당장 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부터 청정하게 치르기 위해 금권선거 등을 자행하는 당사자 등의 엄벌과 낙선을 천명하고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불명예스러우면서도 반불교적인 저간의 흉흉한 소문들을 일축해내야 한다.

세상은 종단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불법(不法)이 불법(佛法)으로 용납되거나 슬그머니 호도되던 시대는 지났다. 자정능력을 되찾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검찰의 압수수색 같은 종단의 치욕 정도가 아니라 한국 불교의 공멸을 스스로 선언하는 꼴이 될 것이다.

여전히 가을 하늘은 청명 또 청명한데, 세상사 두두물물이 사천왕의 두 눈을 부릅뜨고 작금의 한국 불교 구석구석을 노려보고 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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