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 이기표 원장
  • 승인 2009.12.21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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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춘추전국시대, 영웅호걸들이 어지럽게 난립하여 패권을 다투며 서로가 경쟁의 선두에 나서려고 채찍을 가했으나 앞서는 것은 패망의 지름길이었다. 누군가가 전쟁을 이겨 세력을 넓히면 그것을 두려워한 이웃나라들이 힘을 합쳐 큰 세력을 멸망시켰기 때문이다.

열강 가운데 주(周)나라 임금이 그 이치를 제일 먼저 깨닫고 경쟁에서 앞서고 싶은 스스로의 욕망을 경계할 목적으로 고안해 낸 것이 의기(欹器)라고 물그릇이다. 이 그릇은 물이 비어있으면 기울어지고 가득차면 엎어지게 만들어 진 것이다. 주왕은 그 물그릇을 옥좌 옆에 놓아두고 스스로의 욕심을 경계하는 교훈으로 삼았던 것이다.

주왕은 자신 뿐 아니라 신하들에게도 탐욕을 경계하라는 뜻의 박만(撲滿)이라고 하는 기물을 나누어주었다. 흙으로 빚은 벙어리저금통으로 그 속에 집어넣은 돈은 꺼낼 수가 없기 때문에 가득차면 깨뜨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러니까 그 것 역시 ‘撲滿’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득차면 박살나고 마는 운명이다.

주왕이 그것을 만들어 관리들에게 나누어 준 까닭은 권력이든 재물이든 분수에 넘치면 온전하게 생을 마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함이었다.

무엇이든 ‘욕심이 넘치면 깨지고 만다.’는 진리를 깨우치고 그것을 엄격히 실천한 주나라였기에 요순(堯舜)같은 성군이 나와 당대 최고의 이상 정치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주변열강을 굴복시키고 막강한 주왕조(周王朝)를 건설하여 천하통일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던 힘 역시 탐욕을 경계하는 지혜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조선의 선비정신이란 것도 탐욕을 수치로 여기는 청빈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선비가 재물을 탐하면 인간성을 상실한다고 하여 분에 넘치도록 축재하는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여겼다. 그들은 탐욕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돈을 몸에 지니지 않았고, 직접 물건 값을 흥정하거나 그 값을 셈하는 일조차 금기로 여겼다.

그래서 옛날 선비들은 하인을 시켜 값을 흥정하게 하고 값도 하인을 시켜 치르도록 했다. 하인을 부릴 수 없는 가난한 선비가 부득이 돈을 만져야 할 경우에는 왼손을 쓰거나 젓가락을 사용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좌전(左錢)이요 ’젓가락돈‘이었던 것이다.

서양속담에도 ‘한 집안을 망하게 하려면 그 집 마당에 큰돈을 떨어뜨리라’는 말이 있다. 그 돈을 놓고 혈육 간에 다툼이 일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는 얘기다. 이를 보면 탐욕을 경계함에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불교사상의 원전(原典)이라고 할 수 있는 반야심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란 구절이 있다. 보이는 것은 모두 허무한 것이고 속이 비어있다는 뜻이다.

경제의 풍요 속에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릴수록 욕구불만의 목소리가 커진다. 물질이 풍족하면 할수록 또 다른 형태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고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형 아파트로도 생활의 불편이 없지만 더 큰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부럽고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욕심 앞에 풍요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두가 허무하고 허무한 것일 뿐이지 않은가. 탐욕이 커질수록 고통도 커진다는 오온성고(五蘊盛苦)! 즉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의미를 깨닫는 일이야 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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