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원희룡 그들만의 리그
오세훈, 원희룡 그들만의 리그
  • 이혜조
  • 승인 2009.12.24 0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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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1.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의 비판이 있었고, 오세훈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의 블로그를 통한 반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희룡 의원의 블로그를 통한 재반박이 있었지요.

▲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나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세훈 시장이 ‘재선을 포기하고픈 심정’이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공인이 공적비판을 공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적감정으로 치환시키는 ‘사적(Private) 시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요. 순전히 인간관계라는 측면, 동료였다는 측면, 실망이라는 측면, 정신적 충격이라는 측면, 사적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지요.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둘은 원희룡 의원이 지적한 서울시정의 ‘실정’ 부분입니다.
“서울의 실업률은 4.8%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출산율은 1.06명으로 두 번째로 낮습니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41년을 저축해야 서울에서 집장만이 가능합니다. 3년전에 비해 평균 10.7년이 늘어난 것입니다. … 서울시 부채가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중 2조4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오세훈 서울시의 현 주소입니다. 그러면 이것이 전적으로 오세훈 시장만의 책임일까요. 중앙정부도 한나라당입니다. 중앙의회도 한나라당입니다. 서울시장도 한나라당입니다. 서울시 의회도 한나라당입니다. 그것도 거의 97~8% 지배입니다. 강동을 제외한 서울시 전 구청장도 한나라당입니다. 서울시 구의회도 모조리 한나라당 지배입니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만의 책임입니까.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2. 얼마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2009 서울 도시 사회의 질 연구’란 논문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의 내집비율이 2004년 63.4%에서 2007년 55.1%로 떨어졌습니다. 가구부채는 2006년 36.4%에서 2007년 52.1%로 늘었습니다. 내용을 따져보니 주택임차 및 구입이 64.1%이고, 교육비가 11.2%를 차지합니다. 결국 집과 사교육 문제입니다. 2008년 총선을 두고 결국 사교육과 아파트 문제가 민주당을 뒤집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오세훈 시장이 그 질곡을 답습하고 있네요. 아니 한나라당이 그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 원희룡 한나라당 국회의원
용산참사 문제도 따지고 보면 오세훈 시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원희룡 의원도 이 문제를 지적했더군요. 딱 한번 가고 아직까지 간 적이 없지요. 서울시 홍보예산은 디자인 시장답습니다. 고건 전 서울시장은 4년 동안 홍보비로 306억원을 썼고, 이명박 전 시장은 343억원을 썼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1,104억원의 홍보비를 썼습니다. 전임 시장들의 두 배를 넘습니다. 두 전임 시장의 홍보비를 3년만에 사용합니다.

16대 시ㆍ도의 올해 홍보비 예산과 비교해볼까요.
서울 481억, 부산 44억, 대구 12억, 인천 36억, 광주 23억, 대전 14억, 울산 27억, 경기 66억
강원 43억, 충북 26억, 충남 7억, 전북 12억, 전남 16억, 경북 24억, 경남 15억, 제주 25억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ㆍ도의 홍보예산 합계가 390억원입니다. 서울시 홍보예산 481억원의 80%입니다. 홍보 시장이지요.
이명박 전 시장의 성과로 꼽히는 버스준공영제의 심각한 적자문제도 오세훈 시장은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6년 동안 누적적자가 1조 1,399억원에 이릅니다. 1년 평균 2천억 원의 적자입니다. 전세대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디자인 수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팬들을 상대로 한 홍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나서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홍보에 나설 정도입니다. 한강 르네상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강은 이제 거절하기 힘든 데이트 코스로 자리잡아 갑니다. 그럼에도 상대적 빈곤률은 3년 사이에 10.7%에서 12.5%로 높아졌습니다.

3. 디자인과 홍보는 오세훈 시장 말대로 열린 시정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광장만큼은 철저히 닫힌 광장을 추구합니다. 광장에 대한 공포입니다. 진정으로 열린 공간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제한적 공간, 일방적 광장만을 선호합니다. 서울의 자랑은 강과 주위를 둘러싼 산입니다. 그런데 억지로 천막친 광장을 만들고, 시민들의 출입을 억제하는 광장을 만들어냅니다. 로마시대 독재자들이 꿈꾸었던 일종의 그런 폐쇄적 광장으로서 콜로세움입니다. 주어진 잔치, 주어진 놀이, 주어진 입장권만을 가지고 구경거리를 관람해야 하는 관객의 처지로 전락합니다. 검투사들의 경기, 맹수들의 피로 시민들의 환심만 사려고 하던 고대국가의 철학입니다. 로마는 이런 방식으로 일체감과 애국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정치적 목적도 가지고 있었음을 상기합니다. 이런 도시에서 시민은 주권자가 아니라 관객입니다. 주체가 아니라 객체입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자신들만의 개방입니다. 한나라당 자신들만의 세상입니다. 자신들만의 공적 토론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만의 대표성으로 서울시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그들만의 리그를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피에르 클라스트르(Pierre Clastres)의 책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야노마미족 전쟁 추장 푸시웨의 이야기입니다. “원시사회의 추장이 불가피하게 원시사회의 법을 어기게 되었을 때 어떤 운명에 처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푸시웨는 적들을 습격해서 대단한 승리를 거둔 전쟁 영웅으로, 부족원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추장이 되었다. 그는 부족이 원하는 전쟁을 기꺼이 계획하고 지휘했다. 그는 전사로의 능력과 용기를 부족에게 선물함으로써 그 사회의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부족에게 추장이란 부족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에 불과하기에 추장이 과거에 거둔 승리는 쉽게 잊혀진다. 추장이 영원히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다시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과거의 공적을 환기시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전사인 그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계속해야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진한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그의 전쟁에 대한 욕망은 부족의 욕망과 일치하는 한에서만 힘을 갖는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추장의 욕망이 평화를 갈구하는 부족의 욕망을 압도할 때, 추장과 부족의 관계는 역전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 그것은 원시사회의 추장은 ‘권력 없는 추장’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위신에 대한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시킬 힘이 없다는 점 사이에 갇힌 죄수이다. 푸시웨는 전망 없는 전투에 혼자 참가해야 했다. 그는 사람들이 원치 않는 전쟁을 하도록 부추겼기 때문에 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는 홀로 전쟁을 수행했고, 결국 적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 원시사회에서 권력에 대한 의지의 가능성을 지닌 추장은 이미 죽음을 선고받은 존재이다(고병권,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그린비에서 재인용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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