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과 역사
깨달음과 역사
  • 불교닷컴
  • 승인 2009.12.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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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장 현응 스님 개정증보판 내

| 현응 스님 글 | 336쪽 | 신국판 | 불광출판사 | 2009년 12월 23일 출간 | 13,800원
관련 분야 : 인문, 철학, 사상, 불교 | ISBN 978-89-7479-758-4 (03150)
∥ 불광출판사 ∥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46-21, 3층
∥ Tel 02-420-3300 ∥ Fax 02-420-3400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일구어낸 불교역사철학 에세이.

통찰과 혜안이 빛나는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열릴 것이다.

달력을 달랑 한 장 남겨둔 12월이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새해를 열어 가리라 다짐하는 기운이 충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를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빛보다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 바쁘게 열심히는 살아왔는데,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온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삶의 근원적인 물음이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다. 삶을 근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안목이 절실 이즈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구어낸 『깨달음과 역사』가 바로 그 책.

“불교의 인식론과 존재론을 깨달음(보디)의 영역으로, 현실과 실천의 범주를 역사(사트바)의 영역으로 거두어들인 최초의 불교역사철학 에세이로 새롭게 불교해석을 함으로써 불교도에게 세상을 보고 역사를 인식하는 안목을 열어주고, 보살행 실천의 지침을 제공해 주는 역작.”이라는 찬사에서 보듯 이 책은 현응 스님이 민주화의 열기가 봇물처럼 넘쳐나던 1980년대 중후반에 쓴 원고를 모아 1990년도 초판을 냈을 때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된 뒤로는 복사본을 만들어 돌려보는 등 독자들의 한결같은 성원에 힘입어 20년 만에 불광출판사에서 새롭게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다. 역사의 시계를 혼돈과 격동으로 얼룩진 과거로 돌린 듯한 오늘 2009년 말,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 온다.

깨달음(보디)이 높디높은 경지가 아니라 다급한 현실의 중요한 근간이며, 역사 곧 중생(사트바)과 둘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이 책을 통해 불타는 집 같은 세상에서 자비 보살행을 실천하는 삶이 곧추세워질 것이다.

『깨달음과 역사』라는 제목처럼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주제는 깨달음과 역사이다. 두가지 다 만만치 않은 주제이다. 특히 깨달음은 더더욱 고원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 책의 저자인 현응 스님은 깨달음(보디)이 높디높은 경지가 아니라 다급한 현실, 역사의 중요한 근간임을 강조한다.

깨달음이란 변화와 관계성의 법칙을 깨닫는 것, 다시 말해 삼라만상이 서로 연기적(緣起的)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는 일임을 역설한다. 한편 깨달음을 소극적이거나 허무적인 세계관으로 이해하는 이들에게 “절대적인 가치체계에 종속되지 않는, 열려진 적극성이며 변화를 지향하는 역동성이 바로 깨달음의 세계”라고 일침을 가한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를 지향하고 있다. 대승불교의 이상형은 보디사트바(보살)이다. 현응 스님은 이 책에서 보디와 사트바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의미 부여를 하였다.

“보디사트바(보살)란 ‘깨달음(보디)’과 ‘역사(사트바)’의 합성어가 되는 것입니다. 통속적인 표현으로 ‘깨달음의 역사화’, ‘역사의 깨달음화’라고 하고 싶습니다만, 이 보살의 삶에 있어서는 그의 깨달음에 기초하는 역사로부터의 자유로움만 만끽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와 교섭하도록 적극 참여하여 그 자신을 투사시킨다고나 할까요. 표현은 뭐 합니다만, 저는 이것을 ‘역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being and history)’와 ‘역사에로의 자유(freedom to being and history)’를 겸한 삶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현응 스님은 깨달은 사람이 깨달음의 영역에 자족하지 않고 역사의 길에 나서는 것은 존재에 대한 사랑(慈)과 연민(悲) 때문이며, 자비야말로 역사적 행위의 원동력으로서 깨달음과 역사를 묶어 내는 고리임을 거듭 강조한다.

스님의 글을 읽다 보면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데, 극단적인 경쟁논리, 이기주의가 신종인플루엔자보다 더 심각하게 세상 사람들을 전염시켜가고 있는 이때, 현응 스님의 사색과 통찰의 지혜와 자비가 빛나는 이 책을 통해 자비 보살행을 실천하는 보디사트바들의 탄생이 예감되기 때문이다.

깨달음과 역사, 조계종단에 새로운 활력을…

요즘 조계종 교육원은 열기가 가득하다. “명석한 두뇌에 경학도 깊이 공부했고, 자기 사상과 입지가 분명한 사람”, “마음 씀이 부드러우나 일을 함에 굳은 신념을 가지고 추진하는 외유내강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는 현응 스님이 교육원장 소임을 맡고나서 교육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일찍이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기획조정실장으로 현 종헌 종법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종단의 굵직굵직한 중책을 맡아 탁월한 능력을 발휘, ‘조계종의 재사(才士)’라는 별명을 얻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스님은 동서양 고전을 섭렵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 나온 인문학 서적들도 챙겨 읽으면서 세상과 소통한다.

『깨달음과 역사』는 현응 스님의 독서와 사색, 수행, 실천행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예리한 통찰력과 열정으로 깨달음의 사회화, 역사화를 꿈꾸었던 현응 스님이 조계종 교육원장을 맡으셨으니, 앞으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 조계종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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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구성

1장 사제(師弟)에게 보내는 열두 번의 편지

‘대승과 소승’, ‘윤회와 해탈’, ‘색즉시공 공즉시색’, ‘돈오 그 혁명적 깨달음을 위하여’ 등 중요한 여러 가지 불교 주제를 편지글로 알기 쉽고 속 시원하게 설명, 대중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불교 교리가 매우 쉽게 다가온다. 불교입문서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다.

2장 각(覺)-깨달음

계명대학교 목요철학세미나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원고인데, 깨달음에 대한 개념과 수행법, 깨달은 사람의 삶의 모습, 보살이 역사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분명하게 일깨워준다.

3장 깨달음을 위한 산책

산책이 아니라 등산쯤 될 성 싶은 글인데, 깨달음에 대한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엿볼 수 있다. 특히 ‘십우도를 통해 본 깨달음의 세계’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불교적 관점을 우화에 곁들여 부연하면서, 현대적 의미로 구체화 한 내용이 매우 신선하고 돋보인다.

4장 돈오점수, 돈오돈수설 비판

한동안 불교계에서는 돈점 논쟁이 치열했었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 방법은 선(禪)이다. 그런데 이 선수행에서 양립할 수 없는 대조적인 시각이 뒤섞여 있으며,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방향을 잡거나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어떤 수행론이 되든지 ‘돈오점수설’과 ‘돈오돈수설’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불교의 수행을 점검하고 확충하기 위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내용이 담겨 있다.

5장 역사에 다가가는 불교

불교도의 사회적 실천을 불교적 교리로 비판하고 재단하려고 하는 불교 중심적인 논리적 혼돈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역사적 성공과 성취 여부에 관계없이 깨달음을 체득하는 일이야말로 모든 이에게 기본적인 관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한편 ‘민중불교의 대승적 전개를 위하여’는 70, 80년대의 한국 불교의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소개하고 새롭게 떠오른 ‘민중불교운동’에 대해 분석하면서 ‘민중불교운동’을 ‘보디사트바운동’ 곧 ‘대승불교운동’으로 끌어올린 글이다. 보수정권이 득세를 하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하여 젊은이들도 보수화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새로운 안목을 열어 줄 것이다.

6장 젊은 날의 단상(斷想)

책 전체의 흐름과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편집자가 강권하여 현응 스님의 담백하고도 유려한 글맛이 느껴지는 에세이를 모아놓았다. 특히 ‘그리움과 오기’는 현담 스님과 법연 스님이 공동시집으로 낸 『길에서 길을 묻다』에 쓴 발문으로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글이다. 효림 스님은 “근자에 내가 본 글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문장이었다.”고 극찬하였다.

● 저자 소개

현응(玄應)스님은 1955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불교에 인연이 있어 1971년 해인사로 출가해 종성(宗性) 화상을 은사로 수계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였고, 민족문화추진위원회의 국역연수원에서 수학하다가 봉암사, 해인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하기도 하였다.

해인사승가대학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불교단체(대승불교승가회, 선우도량, 실천불교승가회 등)를 결성하여 활동했으며 사찰과 종단 소임을 역임했다(총무원 기획실장, 중앙종회의원, 불교신문사 사장, 해인사 주지). 현재는 조계종 교육원장으로 선출되어 재임 중이다.

● 차례

서문_ 『 깨달음과역사』를다시펴내며... 2

1장 ●

사제(師弟)에게 보내는 열두 번의 편지 ... 11
1 월에 보낸 편지
대승과 소승 ... 13
2 월에 보낸 편지
무심시도(無心是道) ... 20
3 월에 보낸 편지
확연무성(廓然無聖) ... 27
4 월에 보낸 편지
윤회와 해탈 ... 34
5 월에 보낸 편지
색즉시공 공즉시색 ... 41
6 월에 보낸 편지
돈오, 그 혁명적 깨달음을 위하여 ... 48
- 공(空)의 이중적 구조
7 월에 보낸 편지
돈오, 그 혁명적 깨달음을 위하여 ... 54
- 대도무문(大道無門)
8 월에 보낸 편지
돈오, 그 혁명적 깨달음을 위하여 ... 62
- 깨달음과 역사
9 월에 보낸 편지
돈오, 그 혁명적 깨달음을 위하여 ... 69
- 돈오점수설, 돈오돈수설에 대해
10 월에 보낸 편지
마음·부처·중생 ... 76
11 월에 보낸 편지
보살만행(菩薩卍行) ... 83
12 월에 보낸 편지
불국정토(佛國淨土) ... 90

2장 ●

각(覺) - 깨달음 ... 99
바쁜 와중에도 철학함은 계속돼야 ... 101
깨달음의 순간 - 줄탁동시( 啄同時) ... 102
깨달음의 입장 - 연기적(緣起的)
관점에 섬 ... 106
‘동시적 풀려남’- 돈오(頓悟) ... 114
묵조선(默照禪)과 간화선(看話禪)의 수행법 ... 117
깨달은 사람의 삶의 모습 ... 123
보살의 역사에의 꿈 ... 127

3장 ●

깨달음을 위한 산책 ... 133
모든 현상은 식(識)이다 ... 135
감추어진 공의 두 가지 의미 ... 148
깨달음의 혁명성 ... 154
십우도를 통해 본 깨달음의 세계 ... 170

4장 ●

돈오점수, 돈오돈수설 비판 ... 195
쟁점의 대두 ... 197
깨달음(보디)과 역사(사트바) ... 201
두 주장의 문제점 ... 208
맺음말 ... 215

5장 ●

역사에 다가가는 불교 ... 217
불교와 사회 ... 219
불교의 사회적 실천 ... 230
민중불교운동의 대승적 전개를 위하여 ... 241
대승불교승가회 창립취지문 ... 269

6장 ●

젊은 날의 단상(斷想) ... 273
계절의 봄 역사의 봄 ... 275
어느 봄날의 망신기 ... 279
대춘부 ’92 ... 283
해인사는 바닷가에 있는 절이 아닙니다 ... 286
구월의 단상(斷想) ... 289
시작하는 가을 ... 293
몸이 가을바람에 ... 296
할리우드의 불교영화를 감상하면서 ... 299
그리움과 오기 - 현담 스님과 법연 스님을 말한다 ... 302

● 본문 미리 보기

깨달음의 세계는 초월적이거나 특별한 세계를 지칭함이 아니니, 왜곡되고 굴절된 현실의 삶을 올바로 보게 해 주는 시각이다. 따라서 깨달음의 입각처로서의 장(場)은 바로 이 현실이며 역사다. 깨달음의 세계의 내용이 사물 그 자체로 돌아옴은 불교와 다른 종교를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차이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신심 깊은 독실한 불자까지도 더러 불법이 지향하는 세계를 이 속세(사바세계)를 떠난 초월의 세계로 잘못 생각하는 혼돈을 보이기도 한다. 곧 해탈의 세계, 열반의 세계는 이 세계를 벗어난 그 어떤 성스럽고도 진리로 충만된 세계라고 믿곤 하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깨달음을 통해 획득하는 것은 공간적 거리의 단축이나 횡단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내용의 전환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불교는 그 출발점에서부터 도달하는 귀착지까지 한 번도 우리의 삶, 이 땅의 현실(역사)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 관심과 문제에서 실천과 해답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출가 동기이자 그가 문제 삼은 내용도 네 가지 고(苦), 여덟 가지 고(苦)로 상징되는 바는 우리 삶의 문제였고 그 해결에의 의지였다. 그리고 마침내 해결한 결론은 삶의 문제(실상)를 바로 통찰하여 올바르고도 적절하게 삶을 운용하는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불교의 연기론적(비실재론적)인 세계관은 존재를 온전히 수용하는 자세로서 존재를 터럭 끝하나 손상시키지 않으며, 축소시키거나 버리지 않는 존재관이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얼음처럼 굳게 하지 않고, 개체화․고정화․실재화시키지 않고, 변화와 역동 속에서 드러나고 전개되어 가는 ‘사물 자체 그대로’에 나아가게 한다.

따라서 깨달음의 세계는 역사의 장 밖에 달리 추구해야 할 영역을 설정하는 일이 수정되어 역사 속으로 돌아오는 일이며 역사와의 올바른 만남이며 떳떳한 마주섬이다. 그리고 번민과 고통과 욕망의 현실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일이다. 그러나 선이나 악으로 지칭되는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직시함으로써 그것들의 노예가 되지 않는 일이며, 선이라 불리든 악이라 불리든 모든 인간적인 요소, 사회적인 요소들의 정체를 이해하는 일이다. -본문 중에서

깨달은 사람이 깨달음의 영역에 자족하지 않고 왜 역사의 길에 나서게 되는가? 존재에 대한 사랑(慈)과 연민(悲) 때문이다. 자비야말로 역사적 행위의 원동력으로서 깨달음과 역사를 묶어 내는 고리이다. 이 자비가 구체적으로 표출된 모습이 방편(方便), 원(願), 역(力)이라 부르는 불교적 행동양식이다.(중략)

이제 역사의 문제에서 보살(보디사트바)이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며 실천하는가 하는 것은 깨달음(보디)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역사(사트바)의 차원으로서의 방편과 원력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 방편과 원력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일 때에만 그 생명이 피어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보살은 어떠한 역사적 원력으로 무슨 방편을 펼쳐야 할 것인가?

우선 우리 모두의 삶의 형태와 상황은 어떠하며,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제는 무엇인가를 살필 일이다. 그래서 진지하면서도 뜨겁게 고뇌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역사적 성찰을 바탕으로 보살은 마침내 역사를 선택하고, 결단하고,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깨달음이란 변화와 관계성의 법칙, 곧 공의 시각으로 삶을 조망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삶과 존재들에서 실재성의 장막을 벗겨내는 일입니다. 이것은 모든 삶과 존재들을 비실재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서, 존재를 변화의 과정에 있는 가설적인 것, 환상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일입니다. 또한 그것을 깨닫는 주체도 역시 비실재요, 환상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따라서 깨달음의 세계는 어떤 주관적인 인식의 틀이 있어 그것이 대상 존재를 이렇다 저렇다 하고 이해하는, 소위 서구적인 인식론의 차원이 아니라, 대상 존재와 인식주관의 영역이 서로서로 생성하고 결부되어 영향을 주고 규정하는 것을 깨달아 이러한 인식의 영역과 존재의 영역과의 상관성을 깨닫고 그것들의 비실재성을 동시에 통찰해 내는 일입니다.

결국 깨달음이란 삶들의 영역이 공-변화와 관계로서의 세계-임을, 비실재(무아)임을, 가설적이요, 환상적임을 깨닫는 일입니다. 한편 그와 달리 개인의 삶에서 능력과 덕을 계발하고 확충하는 일이나 사회에서의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넓은 의미에서 통틀어 역사의 영역이라고 말한다면 역사의 세계는 존재의 실재를 잠정적으로 또는 확정적으로 인정해 두고서 그를 바탕으로 존재의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일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러한 중생의 영역에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 심지어 무생물, 자연생태계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다양한 영역들이 상호 관련과 변화로서 총칭되는 것을 ‘사트바’ 즉 중생이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라는 말로 치환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보살이란 ‘깨달음’과 ‘역사’의 합성어가 되는 것입니다. 통속적인 표현으로 ‘깨달음의 역사화’, ‘역사의 깨달음화’라고 하고 싶습니다만, 이 보살의 삶에 있어 서는 그의 깨달음에 기초하는 역사로부터의 자유로움만 만끽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와 교섭하도록 적극 참여하여 그 자신을 투사시킨다고나 할까요. 표현은 뭐 합니다만, 저는 이것을 ‘역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being and history)’와 ‘역사에로의 자유(freedom to being and history)’를 겸한 삶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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