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둘러싼 비리와 파행에 대해 중앙승가대학교 학인들까지 가세, 승가다운 선거와 종단의 청정성 회복을 촉구했다. 학인들은 이런 파행의 발단이 교육의 부재에 있다며 봉은사를 중앙승가대 지원사찰로 지정해 유일한 승가교육기관의 재정안정화를 요구했다.
중앙승가대 학생회는 11월 6일 강남 봉은사에서 대규모 법석을 열기로 했으나 사정에 따라 법회 장소를 총무원 청사 앞마당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있어 종단의 파행적 운영과 승가대 안정적 재정확보를 둘러싼 마찰이 행동으로 표출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승가대 총학은 23일 발표한 '승가인이여 깨어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작은 생각을 버리고 큰 생각으로 성큼 일어나야 할 때가 왔다"면서 "학교를 구하고 종단을 구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봉은사에 모여 법석을 마련할 것"을 천명했다.
총학은 "종회 선거를 앞두고 종단의 지도자급 스님들이 행하는 있는 작금의 형태를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머리깍은 수행자로서 부끄럽고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다"면서 "지금 종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주된 원인은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총학은 "봉은사를 통해 안정적인 재정확보는 물론 승가대와 봉은사간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종단의 어른 스님들이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총학은 아울러 금권선거를 멈추고 승가다운 선거와 종단의 청정성 회복을 촉구했다.
다음은 중앙승가대학보에 실린 총학생회 성명서 전문이다.
승가인이여 깨어나라!
"작은 생각을 버리고 큰 생각으로 성큼 일어나야 할 때가 왔다"
종단의 의결기관인 종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종단의 지도자급 스님들이 행하고 있는 작금의 형태를 면면히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머리 깎은 수행자로서 부끄럽고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다. 타락한 선거의 극치, 과거의 정치 집단들보다고 더 못한 금권 선거를 그것도 수행자로서 조그마한 양심도 없이 행하고 있으니, 한국 최고 최대의 종단인 조계종단을 앞으로 어찌해야 한다 말인가. '닭 벼슬보다도 못한 것이 중 벼슬'이라고 옛 어른들은 가르쳤는데, 현재 지도자급 스님들은 출가당시의 마음을 잊었단 말인가.
깨어나라! 종단의 지도자들이 권력에서 깨어나고, 돈에서 깨어나라!
어리석음에서 깨어나 종단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지금 생각해 보라!
예부터 국가의 백년대계는 교육이라 하였는데, 지금 종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 주된 원인은 제대로 된 교육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머물러 현 종단의 어른 스님들을 탓하고 신세타령만 할 수 없다. 종단이 살아나는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것은 오직 교육불사에서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그 제도를 지키고 이끌어나갈 인재가 없으면 그 제도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교육불사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모자람이 없다. 봉은사를 중앙승가대 강의 운영사찰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스님을 교육하기 위해 종단의 어른스님들에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현재의 재정적인 상황에서 승가대학의 발전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면 후퇴할 수 밖에 없는 상태이다. 우리가 봉은사를 요구하는 것은 안정적인 재정확보는 물론 봉은사와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산학협력체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종단의 살림을 사시는 분들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봉은사를 중앙승가대학교의 운영사찰로 허락하고, 나아가 관리하여 한국불교의 중심도량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 종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정작 제쳐 두고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달 총무원 역사기념관에서 중앙승가대학교 발전방향 세미나를 개최하였는데 교육원이나 총무원 관계자는 한 명도 참여를 하지 않았다 하니 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중앙승가대학 출신 스님들의 사회적 역할을 종단에서는 인정하고, 이를 좀 더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자세로 능력 있는 스님들이 중앙승가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타종단은 물론 타종교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모습을 종단의 어른스님들은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보고, 종단의 앞날은 교육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종단의 지도자급의 스님들은 어서 잠에서 깨어나라!
종단을 중흥하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대장경을 팔아서라도 학교를 지어 중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성철 큰스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한다.
- 고전과 현대를 잘 접목하고 조회시켜 승가대학이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삼보정재의 집행을 종단에 촉구한다.
- 봉은사를 중앙승가대학 운영사찰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 봉은사는 학인스님들의 현장 수행의 도량이 되어야 하고, 이는 봉은사가 종단의 정치적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불교도의 진정한 신행의 도량이 되는 길이다.
- 우리들은 종단의 행태를 보고 좌시할 수 없어 젊은 승가의 이름으로 종단의 환골탈태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 금권선거를 멈추고 승가다운 선거를 촉구한다.
승가인이여 모여라!
11월 6일 월요일 오후 2시 봉은사 법왕루에 다 함께 모이자! 학교를 구하고 종단을 구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모여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법석을 마련하자.
종단은 하루빨리 청정성을 회복하라!
불기 2550년 10월 23일
중앙승가대학교 학생회
"봉은사, 종권나눠먹기 희생물 안된다"
신도회 청원서 총무원 전달
한편 서울 봉은사 신도 10여 명이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봉은사는 나눠먹기식 종단정치판의 희생양이 될 수 없으며, 종단 정치의 희생양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 는 내용의 청원서를 전달함으로써 봉은사가 정치적 거간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시종일관 주장해온 중앙승가대의 주장과 맞물려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봉은사 신도회(회장 김경남) 회원들은 25일 오후 3시 총무원을 방문, 총무원장 지관스님과의 면담을 요청하고총무부장 현문스님에게 청원서를 전달했다.
봉은사 신도들은 청원서를 통해 "봉은사는 그동안 포교와 불사에 추호의 소홀함도 없이 정진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금권, 타락 선거로 과열되고 있는 지금 봉은사 주지 소임 역시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판의 나눠 먹기판에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분기와 경악스러움에 휩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회는 "봉은사는 종단 정치를 잘하는, 교학에 빼어난 스님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종단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승에 의해 낙하산식으로 봉은사에 부임한 정치승으로 인해 봉은사가 그 동안 일구어 놓은 포교의 탑을, 정법의 탑을 무너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악행으로 봉은사가 혼란에 휩싸인다면 20만 불자들은 정법의 칼날을 높이 든 사천왕이 되어 그 책임을 준엄히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봉은사 신도회와 봉은사 청정도량 가꾸기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총무원에 전달한 청원서 전문.
청 원 서
- 강남 봉은사는 나눠 먹기식 종단 정치판의 희생양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부디 봉은사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법도량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지켜주시기를 간청합니다. -
존경하는 총무원장 지관 큰스님, 그리고 총무원 집행부, 대중 스님들!
1200여년의 고찰이자, 서울 강남의 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강남 봉은사는 그 동안 주지 스님 이하 종무원, 20만 불자가 일심이 되어 도심 포교와 불법 홍포의 중심도량으로서의 기능을 다해 왔습니다. 2만여 평의 너른 자연 환경 위에 전통 사찰로서의 사격을 여법하게 갖추기 위한 불사에도 추호의 소홀함도 없이 정진해 왔습니다.
알다시피 봉은사의 정면에는 세계 교역의 관문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 문화 교류의 장인 무역센터와 공항터미널이 있어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또 테헤란로에는 미래의 경제 리더를 꿈꾸며 창조적인 꿈을 키워나가는 젊은 기업인과 CEO들이 있어 포교 도량으로서의 그 책무가 막중하다고 할 것입니다. 20만 불자들은 그 동안 수도권 포교의 미래를 설계하고 다양한 형태의 포교 방안을 강구, 실천해 온 봉은사가 한국 불교의 참 모습을 일구기 위해 작은 소홀함도 없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작금의 종단 현실은 봉은사 불자들은 물론 1200만 한국 불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둘러싸고 들려오는 온갖 추문들과 이로 인한 갈등들은 20만 불자들에게 실망과 좌절감, 나아가서는 봉은사의 미래를 걱정하게 하고 있습니다.
봉은사 주지 원혜 스님은 재임 당시 ‘사흘이 멀다’하며 이어지는 종무 감사다, 호계원 조사다, 특별 감사다 해서 제대로 그 소임에 임할 수 없었습니다. 숱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궁극에는 모두가 결백함이 확인됐습니다. 20만 불자들은 이 모든 과정이 봉은사를 어찌해 보려는 정치승들과 권력승들에 의한 농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봉은사 주지 스님의 실질적인 임기는 2년도 채 안된다는 씁쓸한 목소리가 봉은사 내 불자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금권, 타락 선거로 과열되고 있는 지금 봉은사 주지 소임 역시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판의 나눠 먹기판에 포함돼 있다는 불교 언론 매체들의 보도로 불자들은 다시 한번 분기와 경악스러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20만 불자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입니다. 봉은사 주지 스님 이하 모든 불자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포교, 교육, 중창, 정진 불사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봉은사의 중차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불자들은 한 마음으로 현 주지 원혜 스님이 다시 한번 주지 소임을 맡아 봉은사가 추진하고 있는 대작 불사를 원만하게 회향하고 임기 중이라도 봉은사를 이끌어 갈 만한 종단의 중진 스님에게 평화롭게 종무를 이양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봉은사 불자들은 중앙종회의원 선거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 종단의 혼란이 이른 시일 내에 깊은 산 골골을 휘감았던 안개가 따뜻한 햇볕으로 인해 거치 듯 종단의 화합을 통해 수습되기를 앙망하고 있습니다.
총무원장 지관 큰스님!
종단 정치의 파행적인 흐름을 보면서 기도와 수행, 불법 홍포에만 매진해 온 봉은사 사부대중은 봉은사에서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불안해하고 이로 인해 동요하고 있기도 합니다.
봉은사는 그동안 종단의 복잡하면서도 이익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갈등과 풍파로 인해 많은 내우외환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주지 원혜 스님의 안전정인 사찰 운영의 기반 아래 “공부하는 도량, 기도하는 도량, 이웃과 함께하는 도량”이란 슬로건으로 전법 도량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정진하고 또 정진해 왔습니다. 종단의 숙원사업인 도제양성과 역경사업, 포교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지난 88년 봉은사를 둘러싸고 빚어진 폭력 사태의 아픔도, 98년 종권 다툼으로 촉발된 갈등의 상처도 모두 잊었고 상처 위에는 전법의 탑을 높이 쌓았습니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라”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사자후처럼 우리는 늘 禪氣와 보살행의 바람이 차고 넘는 봉은사를 신행의 터전으로 삼으며 신도 조직 사업을 비롯한 교육과 포교, 사회봉사, 복지 등 다양한 불사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어른 스님들께 말씀 올립니다.
봉은사는 종단 정치를 잘하는, 교학에 빼어난 스님을 원하지 않습니다. 종단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승에 의해 낙하산식으로 봉은사에 부임한 정치승으로 인해 봉은사가 그 동안 일구어 놓은 포교의 탑을, 정법의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20만 불자들은 “봉은사가 나눠 먹기식 재물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의를 거듭 천명하면서 봉은사가 한국 불교의 세계화를 견인하는 글로벌 도량으로서, 한국 불교의 신행 및 포교 문화를 선도하는 도량으로서, 사회 전체를 바꾸어가는 최상승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 도량으로서 거듭날 수 있기만을 발원합니다.
20만 불자의 원력으로 포교 불사에만 전력을 다해 온 봉은사는 시골은 조그만 도량이 아닙니다. 한국 불교의 얼굴이자, 한국 불교의 장자 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의 상징인 수사찰입니다. 섣부른 정치 역량으로 잠깐 사이에 봉은사의 전체 운영 현황을 파악해 운영할 수 있는 그런 도량이 아닙니다.
금년에 발표된 2005년 인구센서스의 통계 자료에서 보듯 서울의 중심인 강남 지역에서 불교는 이미 제3의 종교로 추락했다고 합니다. 그 만큼 도심 포교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제일의 당면 과제인 것입니다. 도심 포교의 모범적인 모델을 하나 둘 만들어가고 있는 봉은사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이 때 낙하산식으로 특정 권력승의 심부름이나 할 수 있는 정치승이나, 학승이 봉은사를 맡게 되는 사태를 총무원장 스님의 혜안으로 막아 주실 것을 20만 불자들은 마음을 모아 간청 드립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종단의 정치 소용돌이가 크게 휘몰아치는 지금 한국 불교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종단 정치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나눠 먹기식 미봉책으로 때우는 일이 진정으로 한국 불교를 위하는 길인가요, 아니면 우리 앞에 놓여있는 한국 불교의 미래를 위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과제들을 푸는 것인가요? 봉은사는 지금까지 불자들을 중심으로 불법 홍포에 전념해 왔으며 포교와 전법, 수행, 보살행의 실천이라는 화두를 놓은 적이 없습니다.
가장 많은 불자들을 종단에 등록했으며 활발한 사회 복지 활동, 선진적인 포교 방안, 체계적인 신도 육성, 불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 사업 등을 펼쳐 왔습니다. 오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에 합장한 채 서 있는 불자는 물론 봉은사의 20만 대중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큰스님과 집행부에 정치판의 이익을 위한 거래 대상에 넣으려는 세력을 정화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더불어 만약 이와 같은 악행으로 봉은사가 혼란에 휩싸인다면 20만 불자들은 정법의 칼날을 높이 든 사천왕이 되어 그 책임을 준엄히 물을 것임을 천명하며 저희들의 뜻이 관철되기를 바라 용맹정진을 계속할 것입니다.
불기 2550년 10월 24일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신도 일동
봉은사 청정도량 가꾸기 비상대책위원회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