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안 스님] 애종과 해종 사이?
[석안 스님] 애종과 해종 사이?
  • 석안 스님/비구니 수좌
  • 승인 2019.10.0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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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의 바른 개혁을 염원하고 승가공동체 구성원이 부처님 법답게 살기를 발원하며 지난해 13일간 단식했던 석안 스님이 기고문을 보내왔다. 석안 스님은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가 종단개혁을 외쳤던 청안한 스님들을 '해종행위자'로 몰아 가며 호법부에 징계를 요구하는 처사에 크게 실망했다. 스님은 조계종단과 불교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개혁운동에 힘을 보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하며, '해종'이라는 낙인을 찍어 징계하려는 태도에 종단이 애종심을 가진 종도들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당부를 기고문에 담았다. 석안 스님의 글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 석안 스님.

저는 행자교육 1기생으로 89년도에 청도 운문사로 출가한 올해 29년 비구니스님입니다.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석남사 선방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선방에서만 수행을 해왔습니다. 종단에서 실시하는 승가고시 3급, 2급, 1급을 통과하고 법계품계 현덕을 받는 등 종단의 교육체계와 종헌종법을 준수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 우연히 보신각에서 개최되는 촛불법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종단의 여러 가지 문제를 알게 되었고 도반인 선광스님과 함께 총무원 앞 천막법당에서 단식하는데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8월 승려결의대회에 참석하고 다시 선방으로 돌아가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해제기간에 불교신문을 보던 중 중앙종회에서 촛불법회와 승려결의대회에 참석한 스님들 가운데 54명에 대해 호법부에 징계를 요구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곳에 해종세력 핵심주동자 ‘석안’이라는 나의 법명을 확인하는 순간 내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순박한 스님들이 애종심으로 타락한 불교를 살리자 외쳤던 것이 해종세력이라며 징계를 요구한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중앙종회 스님들과 불교신문에 감사했습니다. 왜냐하면 때에 맞게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을 열어줬기 때문입니다.

지난달에 비구니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나이와 법랍을 떠나서 대중스님들이 존경하고 대중스님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스님이 표를 많이 얻어 비구니회장에 당선되는 걸 보았습니다. 내가 아는 정보로는 육문스님을 지지하는 총무원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본각스님이 당선된 것은 직선제야 말로 대중의 뜻을 받드는 선거라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비구니스님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새로운 비구니회장스님이 종단을 건강하게 하는 데 노력해주시고 비구니스님들의 권익향상에도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평소에 사판스님들이 주지소임을 마치면 1년 정도는 대중수행처소에 들어와서 수행을 한 뒤에 다시 포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중처소에서 대중과 함께 수행하고 포교한다면 건전한 수행풍토가 될 것이고 자자와 포살의 전통도 살려낸다면 개인적으로도 수행이 증폭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임을 보는 스님들이 주지라는 자리를 권력과 명예와 돈을 얻는 자리로 생각하고 계속 주지를 하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나 불자들에게나 종단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게 보입니다. 늘 수행자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소임자가 정기적으로 수행처소에 들어가는 제도가 만들어져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25년 동안 선방에서 생활하는 동안 해제비를 받았는데 비구니선방의 해제비는 평균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입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이 다른 사찰을 방문하더라도 객실이 없어서 방을 내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구니스님들은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 아파트형 집단 거주처를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논산의 법계사 경주의 금련선원과 여래선원과 달마선원 등입니다. 그 곳에서는 각자가 돈을 내어 들어가 살더라도 생활비가 없어서 속가에서 생활비를 조달 받거나 각자가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부전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종단이 스님들의 노후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 비구니스님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모여살고 있지만 수행공동체 분위기에 맞지 않게 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비구니회에서라도 운영청규를 만들어서 죽는 날까지 노후생활과 수행생활이 여법하게 유지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요즈음은 출가자가 급감하고 있는데 특히 출가하는 여성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출가한 스님들이 귀한 줄 모르고 종단을 위해 바른말을 하는 스님들을 해종행위자라고 몰아붙여 징계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 같아 보입니다. 왜 출가자로 30년을 살았는데 종단에 대해서 쓴 소리를 못합니까? 부처님도 당신의 허물을 지적해달라고 대중에게 청하는 탁마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승가가 아닙니까?

우리를 해종세력이라고 말하는 스님들이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 스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제가 출가한 것은 깨달음을 얻어 스스로를 제도하고 나아가 일체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출가한 이래로 종단에서 요구하는 교육의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오늘날까지 나름대로 선방에서 수행을 열심히 해 왔습니다. 저는 우리종단이 불교의 생명력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 집단으로 거듭나기를 발원했을 뿐입니다. 종단은 이제라도 애종을 해종으로 둔갑시키지 마시고 출가자가 귀한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석안 스님/비구니 수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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