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복수노조 시대…단체교섭 단일화 악용 우려 커져
조계종 복수노조 시대…단체교섭 단일화 악용 우려 커져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10.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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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앙종무기관 일반직 종무원 노조 출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조계종 지부(지부장 심원섭, 이하 조계종 노조)가 지난 6월 20일 연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 철회 촉구 결의대회’.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조계종 지부(지부장 심원섭, 이하 조계종 노조)가 지난 6월 20일 연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 철회 촉구 결의대회’.

조계종에 두 개의 노조가 생겼다. 지난해 9월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이하 조계종 지부)가 출범했고, 지난 10월 11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노동조합’이 노조 설립 신고를 종로구청에 완료하면서다.

조계종은 ‘노조’에 반대해 왔다. 조계종 지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교구본사주지회의 등 조계종의 대부분 기구들이 노조에 강경 대응해 왔다. 그런데 ‘조계종 지부’과 결이 다른 중앙종무기관 노동조합에 조계종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 관심이다.

중앙종무기관 일반직 종무원들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완료했다. 노조 정식 명칭은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은 김한일 총무원 재무부 회계팀장이 맡았다. 부위원장은 이선화 직할교구 사무처팀장, 사무국장은 송재일 기획실 기획팀 행정관이다.

일반직(재가자) 종무원들이 노조를 설립한 것은 두 번째다. ‘중앙종무기관 노동조합’은 설립에 앞서 낸 입장문을 통해 ‘조계종 지부’를 외부세력이 개입한 노조로 몰았고, 자신들은 ‘우리 삶의 주인은 바로 우리임을 당당히 선언합니다’라며 새로운 노조를 설립했다.

조계종 지부는 노조 설립 후 지난 1년 동안 조계종 총무원에 단체교섭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중앙종무기관 노조는 종무원으로서 정체성과 자주성을 지키겠다면서 노조를 설립해 조계종 지부와는 매우 다른 노조을 표방하고 있다. 중앙종무기관 노조는 일반노동자와 다른 불자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의 성격은 결국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것이어서 어떤 주장을 펼쳐갈지 주목된다.

조계종단에 근무하는 일반직 종무원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이다.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 중앙종무기관에 종사하는 종무원과 산하기관 종무원이 일하는 조직이 나뉘어 있다. 조계종지부에는 중앙종무기관 종무원과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종무원이 포함돼 있고, 중앙종무기관 노조에는 산하 시설의 종무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 양 노조의 규모도 서로 비슷해 보인다. 조계종 지부에는 40~50여 명이 노조원으로 가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앙종무기관 노조 역시 입장문을 통해 공개된 참여 인원은 60여명 수준이다.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 중앙종무기관의 종무원은 정규직이 130여 명 정도 이다. 중앙종무기관 정규직 종무원 규모만큼의 종무원이 산하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중앙종무기관 노동조합이 출범해 조계종에는 복수노조 시대가 열렸다.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동조합과 조합원 수는 증가하지만, 노조의 교섭력이 약화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오히려 사용주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 8903개에 달하던 노동조합(30인 이상 사업체 기준)은 2015년 1만819개까지 늘었다. 노동 조합원 수도 132만 명에서 136만 명으로 증가했다. 노조 수와 조합원 수를 놓고 보면 ‘자유롭게 노조할 권리’가 생긴 듯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기업별 복수노조와 단체교섭’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조직률은 2005년 26%에서 2015년 21.8%로 떨어졌다. 복수노조 합법화 이후 전체 노조원 수는 증가했지만 늘어난 임금노동자 수에 견주어 보면 노조원 증가폭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사용주들이 기존 노조의 투쟁력을 약화시키고 적대적인 노사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복수노조를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노동연구원이 복수노조 설립 사업체를 분석한 결과 사용주의 노조에 대한 반감이 크고 노사관계가 적대적일수록 복수노조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대규모 파업이 있었던 사업장에도 새 노조 설립이 잦았다. 복수노조를 통해 기존 노조를 분열시켜 교섭권을 박탈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복수노조는 ‘교섭단체 단일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종무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복수 노조가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결국 공동교섭단을 꾸려야 한다. 사용주가 교섭단체 단일화를 악용하면 노동자의 목소리는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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