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자비나눔이 가장 절실한 곳과 때는 '지금 아이티공화국'이다. 강도7 규모의 지진은 살아남은 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할 정도의 참사로 이어졌다. 몇 만 명이 죽었는지 파악조차 안된다. 아직 얼마가 더 생존해있는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물과 식량은 바닥 났다. 고온에 전염병마저 창궐할 태세다. 아비규환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취임일성은 불교의 사회참여였다. 젊은 스님의 선언은 불교가 중흥을 넘어 깨달음을 사회화하는 계기로 작동돼야만 한다. 불자와 국민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아이티 지진참사를 대하는 조계종, 불교의 태도는 사뭇 실망스럽다.
참사 직후 전세계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구호활동은 철저하게 기독교계열 위주였다. 아이티 국민 중 80%가 가톨릭과 16%가 개신교 신자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 목사와 선교사들도 제법 현장에서 선교활동을 폈다는 점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신부와 목사들의 현장 인터뷰가 이어졌다. 기독교계열 단체와 교회 성당들은 대규모 모금을 통해 이들을 직간접 지원하며 구호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단체는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월드쉐어, 해비타트... 아비규환의 현장에 어김없이 기독교 단체들이 있다. 하루에 서너 건의 기사가 외신을 통해 또는 현지에서 취재 중인 국내 언론을 통해 포털사이트와 신문지상을 장식한다.
21일 오후에는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의료봉사단 아이티 지진지역 파견 발대식'을 갖고 현장 의료봉사에 뛰어들었다.
급기야 전 세계 Soka Gakkai International(SGI) 조직들이 아이티를 지원하기 위해 기부를 했다. 이들은 특별기도회도 마련했다. 이웃 국가 도미니카의 SGI 회원들은 NPO Socio Cultural Movement for Haitian Workers(MOSCTHA)에 2,400개의 생수병, 캔 음식, 분유 그리고 크래커를 기부했다. 두 명의 의사를 포함한 네 명의 도미니카 SGI 회원들은 아이티로 가서 MOSCTHA 팀과 함께 응급 의료 활동을 지원하는 등 전세계 SGI조직이 움직이고 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아산병원 및 울산의대 의료진으로 구성된 의료팀도 18일부터 포르토프랭스시내 아이티 지역병원에서 골절환자 등 응급환자들에 대한 1차진료를 계속했고, 현지 병원에 한국에서 가져온 의약품을 전달했다. 불교계가 운영 중인 동국대병원은 왜 현장을 달려갈 생각을 하지 않을까.
물론 조계종도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21일 오후 5시 현재 12개 사찰과 개인 30여명이 동참, 1억2,55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성금을 낸 사찰과 스님, 불자들의 자비정신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총무원장 스님의 로드맵은 너무 거창했고, 불교의 '소극병'은 고질병으로 남을 것 같아 아쉽다.
조계종 보도와 관련, 알려드립니다
2010년 03월 22일 (월) 09:19:07 [조회수 : 325] 이혜조 기자 reporter@bulkyo21.com
본지 지난 1월 21일자 <아이티 참사 불교계 역할을 주목한다>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한국전력공사에서 수천만원의 예산을 긴급편성해줄테니 조계종과 의료지원단을 꾸려 아이티 현장을 가자는 제안을 했으나 총무원은 21일 오전까지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조계종은 한전으로부터 의료지원단을 꾸려 아이티 현장에 가자는 제안을 받은 바 없습니다. 다만 한전의 사외이사가 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에게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제공한 적은 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월 5일부터 9일까지 아이티 현지에서 아이티 구호 의료봉사단(단장 묘장스님, 총무원 사회국장)활동을 하고 온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