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사업가서 출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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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안 스님
  • 승인 2019.11.1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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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미국서 출가한 한국인,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3
출가일 삭발할 때
출가일 삭발할 때

 

저는 원래 매우 세속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출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처음 참선을 배우기 시작한 동기도 매우 불량해서, 수행을 통해 선정의 힘을 키우고 이에 따라 향상된 생산력과 집중력으로 돈을 더 잘 벌면 되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LA 근교에 위치한 매우 작고, 사람도 별로 없었던 노산사에서 영화 스님에게 처음 참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직장 생활도 성실히 하였는데, 마음은 늘 허전하고,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생각이 너무 많아 잠을 잘 못 잘 때가 많았습니다. 무엇이 부족해서 만족스럽지 못한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명상이나 참선을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막 시작했던 사업은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정도였고 직원도 파트 타임 한 명 뿐이었습니다. 그 해 겨울 선칠 (한국의 동안거와 유사)을 한다고 했을 때, 회사는 파트 타임 직원에게 무작정 맡겨두고, 노산사에서 3주간 정진에 참여했습니다. 결가부좌로 잘 앉지 못했기 때문에, 선칠에 참여하는 것이 시간 낭비가 아닐까라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스님은 앉기 어려울 때 도량 내에 계속 있으면서, 다른 일을 도우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중국 정통선의 법문인 선칠은 새벽 3시에 좌선을 시작해서 1시간 앉기, 20분 걷기를 반복하여 밤 12시에 끝나고, 다음 날 다시 새벽 2시반에 일어나서 새벽 3시부터 앉기를 시작합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스케줄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 했지만, 노산사에 머무르면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처음 했던 3주의 선칠 수행 동안에는 제가 앉아서 참선했던 시간보다 공양간에서 설거지하고 요리한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처음 참여한 선칠 3주가 끝나갈 무렵 영화 스님이 “네가 이제 이선에 들어갔다” 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필자는 이선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좌선하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는데, 마음이 무척 가볍고, 평화로웠습니다. 예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경험으로 태어나서 처음 수행의 “안락”을 맛보았습니다.

그 후로 꾸준히 참선을 매일 하고, 절에서 봉사 활동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선칠 (안거)도 모두 참여했습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는 시간을 내서 노산사에서 점심 공양을 하기도 했습니다. 점심 공양을 하는 동안 영화 스님이 하시는 말씀에 “아하”하고 번뜩 깨어나는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작한 사업은 매년 2~3배씩 성장해서 5년 남짓 지났을 때에는 매년 회사 매출이 25억을 넘게 되었습니다. 맨손으로 시작해서, 외부의 투자나 론도 없이 회사는 계속 성장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아메리카 드림”을 실현한 것입니다.

회사가 급성장하니 직원도 늘어나고, 해야할 일도 많아지고, 책임감도 커져 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과 겨울 선칠 전체를 참여하는 것은 항상 필자의 우선 순위 였습니다. 아무리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어느 정도는 포기하면서, 선칠(한국의 안거와 유사)에 하는 수행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선칠 기간에는 매일 저녁 영화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었고,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 계속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금전적으로 풍요로워지니, 언제든지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꿈꾸던 독일산 고급 자동차도 탈 수 있게 되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과일 나무가 많은 넓은 저택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40세도 되지 않아 어릴 때의 꿈을 모두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수행과 불교에 대한 가르침에서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것을 즐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 스님은 저에게 “세속 사람이 세속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원래 그런 것이다. 다만 탐심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라 말해 주셨습니다. 영화 스님은 제자들에게 항상 자유롭게 원래 성격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의 상태는 그렇지 않은데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려면 마음의 번뇌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영화 스님은 늘 저에게 “네 선정의 힘이 더욱 커지면 저절로 변할 것이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출가 전 제주 자성원에서 영화 스님과 함께
출가 전 제주 자성원에서 영화 스님과 함께

 

수행을 하면서 매년 점차적으로 더욱 큰 마음의 해방과 평화를 얻으니, 세속적인 즐거움도 더욱 잘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행을 통해 경험하는 안락과 내면의 즐거움은 세속의 즐거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세속적인 즐거움은 계속 지속되지 못했고, 선정에서 오는 안락은 길고 지속되었습니다. 세속적인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쉬지 않고 쏟아 붇는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업을 정리하고 출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나의 모든 시간, 노력과 에너지를 수행에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제 한 길에 모든 것을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속적인 복이 많아야 부자가 된다 하였지만, 수행을 할 수 있는 복은 훨씬 더 커야만 한다는 영화 스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사업하면서 만나게 된 미국의 큰 부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문제들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문제들이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큰 부가 있어도, 마음 속의 깊은 편안함은 돈으로 살 수가 없고, 돈이 많을 수록 마음은 더욱 산만해 집니다. 세속의 부를 버리고 출가의 길을 선택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현안 스님은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접하고, 유발 상좌로 참선 수행을 해왔다. 2015년부터 영화 스님의 지도 하에 미국 여러 도시와 중남미 등을 다니며 참선 워크샵을 해왔다. 현안 스님은 출가 전부터 영화 스님의 법문과 책을 통번역하는 일을 하였고, 여러 미국과 한국의 불교, 명상, 참선에 관련된 신문과 잡지에 집필하고 있다. 현재 위산사에서 수행 정진 중이다.

미국 LA 참선 수행 도량 [위산사]
사찰공식홈페이지 www.chanpureland.org/mastersunim
네이버카페 cafe.naver.com/mastersu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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