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 ‘착한소비운동’ 시작하자

[칼럼] 법응 스님

2020-04-01     법응 스님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슈라바스티 거리를 걸으면서 탁발을 하셨다.

경전의 서두에 묘사되는 풍경으로 부처님과 제자들의 탁발수행이 장엄하게 묘사될 만큼 당시의 사회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과 소비가 현저히 감소되고 있다. 소비자의 기본적인 구매욕구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사회의 얽히고설킨 수백만 분야의 산업과 경제망이 마비될 지경이다. 경제는 생물이기에 어느 한 순간 한 분야라도 정지 또는 마비가 된다면 전체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고 자칫 사회가 붕괴될 위험성도 있다.

필자는 진즉에 불교계 인사들에게 서신과 이메일 그리고 매체를 통해 반복해서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장기화 될 시 국내의 전 분야에 지대한 영향이 예상되는바 고등종교로서 불교가 사회의 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시장에서 구매 시 만원어치 더 사기, 한 물건 더 구입하기 운동으로 사회 저변부터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리이타 보살행을 사회적으로 실천해야한다.”고 공개제안을 했다. 조계종단이 나서서 이러한 국민적 운동을 현대 대승보살 운동의 차원에서 시작하기를 바라는 의도였다.

조계종단이나 사찰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나 한계가 있기에 사회적으로 근본에 가까운 대책을 불교계가 앞장서서 주도하기를 희망했다.

급기야 사회적으로 식당에서 2만원치를 먹고 5만원을 결제하면서 3만원은 미리 식대로 예치하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더 구입하는 ‘착한소비운동’이 시작되고 있다는 보도다. 금모으기 운동 등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나는 국민의 저력이 또다시 꿈틀대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소비운동을 불교계가 먼저 시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조계종단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기에 종단의 고위층이 한 마디하고 솔선수범하면 되는 일이다.

조계종단의 고위층 중 누군가가 “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가 마비되고 있으니 우리불자부터 단돈 만원어치라도 더 소비해서 활력을 불어 넣자! 작은 실천이 시장은 물론 국민경제를 살린다. 불교계부터 실천할 것이니 사회저변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한 마디의 말이면 족하다.

사회나 국가가 어려울 때 불교계가 할 일은 지혜로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지친 심신을 위무해주며, 삶에 희망을 주는 일이다. 사회에 보살행을 정착시키면서 대중을 성불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불교의 존재이유고 특히 종단을 운영하는 승려들의 본분사가 아닌가 한다. 불교계가 ‘착한소비운동’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절대 늦지도 자존심이 상할 일도 아니다.

불교계가 앞장서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지혜롭게 지치고 침체된 사회에 희망의 기를 불어넣자. 불교가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일이 그리 어려고 복잡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아쉬움의 여운이 가시지를 않는다.

/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