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빠 논란은 징계도 못하면서...”

중앙종회 무량회 8일 성명 고운사 주지 직무정지 형평성 지적 “감사통해 총무원 질타할 것 …입법취지 저버린 정치적 월권”

2020-04-08     서현욱 기자
중앙종회

조계종 총무원이 중앙징계위(위원장 원행 스님, 총무원장)가 최근 제16교구본사 주지 자현 스님을 직무정지처분했다. 중앙징계위는 삼보정재의 유실을 막을 필요가 있거나 불가피한 중대한 사안이 있을 경우 사찰 주지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만든 기구이다. 하지만 세속의 법원격인 조계종의 호계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아도 주지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어 종헌 위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고운사 못지않게 법주사 상습 도박의혹 사건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파돼 종단 위상을 실추시켰음에도 법주사 주지에 대한 직무정지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용주사 당시 주지 성월 스님의 쌍둥이 자식 논란으로 국민들의 엄청난 비판을 받았지만 중앙징계위를 아예 열지 않았다. 때문에 고운사 주지의 직무정지 결정은 조계종단이 세속정치 뺨치는 편향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94개혁종단 이전으로 퇴보, 정치적 악용”

중앙종회 종책모임인 무량회(회장 현민 스님)가 8일 오후 성명을 통해 자현 스임 직무정지 결정에 대해 비판했다. 자현 스님은 무량회 전 회장이자 현재 고문이다.

무량회는 중앙징계위 결정은 ‘총무원의 위상과 신뢰가 94년 개혁종단 이전으로 퇴보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무량회는 “중앙징계위원회 법을 제정할 당시에 이 법이 호계원 징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사찰 주지직을 면직시킬 수 없다는 종헌 규정에 위배되는 초종헌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어, 정치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었다.”며 “해당 사찰의 재산을 처분하려는 시도를 중단시켜 종단의 재산상 피해를 막기 위해 시급히 주지 직무를 정지해야 될 때만 적용된다는 중앙종회와 총무원의 공동의 양해가 있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승풍실추 혐의 조사결과 보고 없이 사찰재산 은닉·횡령 혐의 추가"

중앙징계위가 고운사 주지 직무를 정지시킨 이유는 봉정사 재임 시절 종단이 모르는 사찰명의 통장을 개설해 수천만 원의 돈을 입출금했다는 점이 포함됐다. 중앙징계위는 지난 1월 21일 그달말까지 조사위를 구성해 승풍실추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지만 결과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무량회의 주장이다.

무량회는 “교구본사 주지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처음에 제기된 승풍 실추 건에 대한 의혹은 밝히지 않고, 몇 년 전 봉정사 주지 재임 시의 사찰회계를 문제 삼아 교구본사 직무를 중지시킨 것은 종도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악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주지 재임시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있었다면 호계원에서 심판하면 될 일을 굳이 차분히 해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아니하는 중앙징계위원회를 소집해 교구본사 주지 직무를 정지시킨다면 주지 소임을 맡은 종도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자현 스님은 MBC·KBS에 적극 대처했는데…
종단 명예 실추시킨 제보자들 왜 징계 안 하나”

아울러 무량회는 MBC와 KBS 등에 종단 내부 사건을 제보한 자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언론중재위 제소와 방영금지 가처분 등으로 대처한 고운사 주지를 징계한 것은 종단의 합당한 처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무량회에 따르면 중앙징계위원회는 징계 회부 사유를 통해 ‘자현스님이 언론보도와 신도들의 혐의자의 징계를 바라는 탄원서 등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아니하고 방관하였다’고 주장했다는 것.

무량회는 “자현 스님은 안동MBC의 보도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KBS제보자들의 방영에는 방영중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처했다.”면서 “풍문을 남발한 자들을 형사고소를 해야 된다는 주장이라면, 그것은 교구본사 주지의 위의와 종법에도 벗어날 뿐 아니라, 일개 수행자에게 바랄 일이 아니라 종단이 적극 나서서 수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때문에 중앙징계위원회의 징계 사유도, 징계 처분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현 스님의 혐의들이 잇따라 수차례나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촌각을 다퉈 직무 정지를 결정할 만큼 긴급성이 필요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만 있는 것을 MBC와 KBS에 제보해 사회적으로 확대하여 종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제보자에 대한 징계조치는 않고 있다.”며 “고운사 주지 선거로 인해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의 갈등을 교구 안에서 해결하지 않고, 교구 밖으로 표출 시킨 당사자들에게는 다시는 종단 내부 일을 일반 사회 언론에 제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법적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선출직 교구본사 주지 직무정지하는 초법적 기구”

교구본사주지는 산중총회에 의해 교구 구성원들이 뽑은 선출직으로 종헌종법상 임기가 보장된다. 본사주지를 징계하는 것은 총무원이 지방분권화 시대에 교구본사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무량회는 “제36대 원행 총무원장 체제 출범 이후 삼권분립이 무력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힐난했다.

무량회는 “94년 개혁종단 직후 조계종단은 총무원장 체제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막기 위해 삼권분립을 강화하는 종헌종법 개정을 단행했다.”며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 알 수 있듯 중앙징계위는 명확한 입증 없이도 ‘종헌’ 제92조에 의거해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 교구 본사 주지를 직무 정지시킬 수 있는 초법적인 기구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36대 원행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 운영의 핵심 종책 과제로 ‘교구중심제의 실현’을 내세웠지만, 이번 중앙징계위 결정으로 총무원 집행부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본·말사 주지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라고 했다.

무량회는 “제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종헌종법 안에서 종단을 운영할 것을 요청한다.”며 “종헌·종법에 위배되는 종무행정에 대해서는 종도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종회의 감사와 종책질의를 통해서 강력하게 질타하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원행 총무원장 집행부에게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