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의 저력 쏟아야 할 곳은 따로 있다

[기고] 불국사 종상 스님에게 드리는 공개편지

2010-09-16     法應 스님
일면식도 없는 종상 스님에게 공개편지를 띄우는 것이 예의는 아닐 것이나, 공개편지라는 것이 본래 사회적 이슈나 접근하기가 어려운 분에게 공공의 목적을 위해 쓴다 할 시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씁니다.

이번 불국사 주지선거에서 종상 스님은 유감없이 힘을 과시했습니다. 앞으로도 불국사에 대한 스님의 역량이 지속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스님의 그러한 에너지를 과거 세계중심이었던 신라문화, 더불어 그 중심인 불국사를 오늘에도 세계중심의 불국사로 장엄하여서, 불국사는 물론 한국불교의 저력을 과시하기를 청하고자 합니다.

역사에 전문적 식견은 없으나 경주는 과거 실크로드의 한반도 종착지로서 유라시아 (Eurasia)의 문화의 보고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저명 유리미술가이자 고미술사가인 ‘요시미즈 츠네오’는 ‘로마문화 왕국-신라’ 라는 저서[원제:‘ロマ文化王國 新羅’(2001)]에서 신라의 찬란한 유리제품과 왕관 및 각종 금 공예품들은 바로 중앙아시아의 ‘스텝 루트’를 통해 들여온 로마 제국의 문화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즉 신라는 과거 세계문화를 받아들이고 꽃피웠으며 역수출한 세계소통의 국가로서 그 중심에 불국사의 찬란한 불교문화가 존재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몇 해 전 <불교닷컴>의 인터넷 지면을 빌어서 불국사가 중심이 되어 불국사를 출발하여 실크로드를 따라 불교문화의 자취를 더듬어 21세기의 새로운 문화실크로드를 탐사, 개척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더불어 그 실크로드의 몇몇 지점에 불국사 명의로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것을 건축하여 여행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면 한국불교의 국제포교성과는 물론 불국사를 세계문화의 중심사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국내의 모 방송사와 대학들이 실크로드탐사를 몇 번 했습니다. 불교계, 불국사가 중심이 되어 실크로드를 탐사, 그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되새기며 교훈을 새롭게 창출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실크로드는 신라의 혜초 스님 등 이 땅의 구법승들이 목숨을 걸고 오고 갔으며 이 길을 통해 세계의 온갖 문물이 유입된 우리역사의 길입니다. 기독교 역시 이 길을 통해 전파됐습니다. 그동안 실크로드 중심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전통적으로 불교국가였던 나라에 기독교가 선교에 박차를 가하는 다소 씁쓸한 현실입니다.

종상 스님께서 능력을 발휘해 실크로드의 국가들과 문화교류에 앞장선다면 국가 간 이해의 증진은 물론 전통문화의 보존과 한국불교문화를 국내외적으로 알림에 큰 업적을 남길 것입니다. 나아가 새로운 질서와 문화의 창달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불국사가 국내외적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힘과 방편은 무궁무진 합니다. 불국사를 종무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나, 해야 할 일은 불국사의 잠재된 역사와 문화 등 물과 문적 가치의 역량들을 세상에 발휘하는 것입니다.

일년 정도의 준비 기간, 이후 불국사를 출발하여 본격적으로 실크로드 탐사의 대 장정에 첫 발을 내 딛는다면 이 얼마나 장엄하며, 한국불교의 저력을 과시하고도 남음이 있겠습니까? 종상 스님의 능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기여할 곳에 기여치 못하는 힘은 힘이 아닙니다. 불국사는 불국사만의 사찰이 아니라 조계종과 한국불교 나아가 세계문화의 중심 불국사임을 자각할 때 불국사의 의미와 가치, 이 시대 승려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옵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불국사가 주관하고, 종상 스님이 주도해 실크로드를 따라 불교문화의 자취에 대한 탐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인식 될 것입니다.

불국사! 과거, 현재, 미래 세계문화의 영원한 중심, 불국토의 영원한 중심으로 기억되고 존재하기를 앙축합니다.

/法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