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과 생기

[연재] 풍수란무엇인가 12

2020-06-02     김규순
광릉_세조가

 

하늘의 기운은 천기(天氣)이고 땅 속의 기운은 지기(地氣)이다. 사람은 천기와 지기 모두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산 사람은 숨을 쉬면서 천기를 받아들이고 땅에서 난 식물과 그 식물을 먹고 자란 가축을 섭취하면서 지기를 받아들인다. 하늘은 무형의 세계이고 땅은 유형의 세계이다. 물도 하늘에서는 무형으로 땅에서는 유형으로 변한다. 하늘에도 기(氣)가 있고 땅 속에도 기가 있다. 기(氣)는 하늘과 땅 속을 오가며 운행한다. 천기는 넓게 골고루 혜택을 주지만 땅은 그 곳에 사는 생물에게 영향을 준다.

소령원_영조의

 

우리 세계는 유형의 세계와 무형의 세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식물은 유형의 땅에서 미네랄을 섭취하지만, 무형의 빛으로 광합성 작용을 하고 바람의 작용으로 땅으로부터 영양분을 끌어 올린다. 사람도 식물과 가축에서 영양분을 섭취하지만 그로 인해 정신활동이 가능해진다. 유형의 물질이 무형의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기를 통한 작용이다. 풍수학의 기는 무형일 때는 천지사방으로 운행하지만 유형에 스며들면 오랫동안 머문다.  

주희

 

풍수학의 기(氣)는 지기(地氣)가 조상의 유골을 만나 동기에 감응하는 기(氣)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살아있는 사람은 기(氣)가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뼈는 기의 응집체이다. 뼈는 공룡의 뼈와 같이 수 천 년에서 수 억 년을 지탱할 정도로 기의 결집체이다. 무형의 좋은 지기가 유골에 스며들어 유골의 후손과 동일한 기로 변환되어 조상의 사랑이 후손의 살아있는 뼈에 감응할 때, 후손의 총기가 배가되고 친화력이 배가 되는 과정을 거쳐 출세 또는 성공의 길로 나가게 된다는 것이 풍수학의 이론적 구조이다.

풍수학의 동기감응은 할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가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에 기인한다. 따라서 땅속의 길한 기운이 조상의 유골에 잠재된 기(氣)와 동조 반응이 일어나고, 그 다음 조상의 유골이 받은 지기의 감응이 유전자가 동일한 후손의 신체에 있는 같은 기운과 감응을 일으켜 음덕을 입게 한다.

중국

 

어떻게 보면 풍수는 기로 시작해서 기로 끝난다. 다만 보이지 않는 기가 만물의 형체를 만드는데 기여를 한다는 동양사상에 기인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속에 진실함이 있으면 밖으로 드러난다고 했으며(誠於中 形於外), ‘사기’에서도 주머니의 송곳은 밖으로 삐져나오기 마련(囊中之錐)이라고 한 것은 기(氣)는 형체 속에 가려져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무형의 기를 보는 방법은 격물치지(格物致知)에 덧붙여 예리한 관찰력과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고로 하늘이 감추고 땅이 비밀로 했다는 명당을 찾아 천명을 바꾸는 것은 군자(君子)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