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녕

[연재] 풍수란무엇인가 16

2020-07-06     김규순
단양의

 

혈(穴)은 풍수학의 핵심 용어중 하나이다. 혈은 지기(地氣)가 피어나는 곳이며 천기가 강림하는 곳으로 길지라고 부르며, 일반적으로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풍수용어로 능선을 용(龍)이라 하면 혈은 여의주에 비견된다.

혈은 우리나라 말로는 구멍이고 사투리로 구녕이라고도 한다. 인류는 구석시 시대에 동굴에서 살다가 신석기 시대에 움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동굴은 자연상태의 주거공간이었고 그 곳에서 인골이 발견되곤 한다. 움집은 땅바닥에 구멍을 파고 위에는 지붕을 덮어 비바람을 막은 원시가옥이다. 움집터에서 인골이 출토되었다. 가옥에서 살다가 사람이 죽으며 그 곳에 묻었다. 사람이 죽으면 그가 살았던 움집에 묻어주었다. 이것이 혈이 무덤과 가옥을 지칭하는 풍수 용어가 된 유래이다.

이천의

 

혈은 실체가 있는 것이지만 땅 속에 있어서 실제로 보는 것은 어렵다. 혈을 찾았다고 하지만 그 결과로 증명되어야 하므로 혈을 찾았다고 해도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다이아몬드는 형체가 밖으로 들어나기에 알 수 있지만, 혈은 땅속에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 발복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저런 풍수지형을 따져서 혈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혈이라고 했지만 혈이 아닌 곳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았을까.

혈이 가진 지형적 특징이 있는데 그것을 혈증오악(穴證五岳)이라고 한다. 혈증오악이란 입수좌선익우선익당판전순 등등 혈임을 증명해주는 혈의 구조이다. 거시적으로 중조산을 필두고 외청룡외백호 그리고 조산이 형세를 이루고, 명당에서 사신사가 북현무좌청룡우백호남주작이 수호하고, 미시적으로 혈증오악이 있다. 혈증오악을 승금상수혈토인목 등으로 나누어 오행을 접목하여 구분하기도 한다. 이는 사신사의 반복적 구조로 현대물리학에서는 프렉탈 구조라고 한다. 혈증오악만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도 풍수를 아는 척할 수 있다. 

토정이지함선생의

 

혈을 여의주에 비견한다면,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건강미가 매우 중요하지만, 여의주가 지닌 보석으로서 아름다움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혈을 말할 때 땅의 구성요소 즉 지질적인 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흙의 입자는 미세하고 밀도가 높아 공극이 없어서 돌과 같이 단단해야 하고 양명하나 오색을 갖추어야 하고 윤택하면서도 물기가 없어야 된다. 이런 조건을 갖춘 흙을 비석비토(非石非土)라고 하며 지기가 융성한 혈의 전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