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박원순, 세상을 등지다

"모든 분에 죄송하고 감사, 가족에 미안...모두 안녕"

2020-07-10     조현성 기자
박원순

 

불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성북동 와룡공원에서 실종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5일 동안 치룰 예정이다.

불자였던 박 시장은 명진 스님 주지 시절 봉은사 자문기구인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가 하면, 자승 총무원장 당시 조계종 성역화사업 등에 관심을 가졌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전문 지도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박 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의 불자 집안에서 태어나 고교 시절 청담 광덕 스님 등을 만나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다.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됐을 당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고 "물질과 명예보다는 영혼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그였다. 박 시장은 청년들에게 추천도서로 <싯다르타>를 소개해 왔다.

박 시장은 변호사로서 최초의 성추행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맡았고 위안부 피해 관련 여성국제전범법정에 대한민국 측 검사로 참여했다.

6일

 

박 시장은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해 여성가장 창업, 독거노인 돕기 등을 했다. 생명나눔에도 앞장선 그는, 2001년 조계종이 생명나눔실천운동을 시작한 때 첫 기증서약을 하고, 2008년 6월 법장 스님 사후 일면 스님이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을 맡은 때 안구 장기 등을 기증한 확인서를 받았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하면서는 '전통문화유산 보존'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서울시장이 되어서도 "전통문화를 가꿔야 관광객이 늘어난다"며 불교문화 등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연등회 세계문화유산 등록에도 힘썼다. 불교계에서는 박 시장에게 만해대상과 불교인권상 등을 수여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06년 미리 작성해 둔 공개 유언장에서 신라 향가 '제망매가'를 언급하는 등 박 시장 삶에는 불교적 정서가 베어 있었다.
 

박원순

 

박 시장이 실종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10일 공개됐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박 시장 죽음에 "박 시장은 일팽생을 민주주의 가치와 공공성 확대를 위해 헌신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생명나눔 운동을 외쳐왔다"는 내용의 애도문을 발표했다.

한편, 박 시장 여비서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 실종 전날인) 8일 고소장을 접수하고 변호인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A씨는 비서 일을 시작한 2017년부터 박원순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근 사직 후 정신과 상담을 받던 중 엄중한 법의 심판과 사회적 보호가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박 시장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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