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녕이 위치한 지형

[연재] 풍수란 무엇인가 17

2020-07-13     김규순
광양

 

구녕은 풍수 전문용어로는 혈이다. 

용의 분류는 보이지 않는 기를 기준으로 분류를 하는데 반해 혈의 분류는 보이는 모양에 따라 분류를 하는 것이 다르다. 살아있는 기운이 가득하다는 생룡, 죽은 기운의 사룡, 병든 기운의 병룡, 미친 기운의 광룡 등등으로 분류한다. 혈은 용의 여의주이므로 용의 기운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즉 생룡에 있는 혈이면 생혈이 되고, 사룡에 있는 혈이면 사혈이 되며, 병룡에 있는 혈이면 병혈이고, 광룡에 있는 혈이면 광혈인 것이다. 

선각국사

 

혈을 찾는 것이 풍수술의 목표이고, 혈은 용의 기운이 맺혀 있는 곳이다. 따라서 혈을 찾기 전에 용의 성향을 먼저 분석하는 것이 풍수술의 순서가 된 것이다. 이것이 풍수의 사과(四科) 또는 오결(五訣)을 말할 때 용이 첫째로 거론되는 이유이다. 풍수의 사과[오결]은 용혈사수[향]을 말한다.

양주

 

혈은 낭중지추의 원리에 따라 혈의 내공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혈은 땅 속에 있지만 혈은 특정적인 지형에 숨어 있는데, 풍수전문가들은 혈이 위치한 지형과 모양에 따라 상세하게 분류하였다. 크게 4가지로 분류하는데, 소쿠리 모양에 위치한 혈은 와혈, 젓가락 지형에 위치한 경혈, 젖가슴 모양의 지형에 위치한 혈은 유혈, 굴뚝처럼 불쑥 솟은 지형에 위치하면 돌혈이라고 한다. 이러한 분류는 혈이 위치한 지형만을 묘사한 것이지 진짜 혈인지의 여부를 알려주는 준거는 되지 못한다. 모양이나 지형적 특징으로 혈을 찾고자 하지만 실질적으로 진짜 혈의 여부는 발복에 달려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양주

 

따라서 풍수지형을 적용할 수 없는 구녕에서 발복이 나타나면 이를 괴이한 구녕이라는 의미로 괴혈(怪穴)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몰랑’이며, 천장지비(天藏地秘) 즉 하늘이 숨기고 땅이 비밀로 한 것이라고 전해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풍수사들이 글로써 배운 지식으로 찾은 혈은 작은 구녕에 불과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따라서 이런 작은 구녕들은 사대부 풍수이다. 큰 구녕 즉 힘찬 리더를 생산해내거나 만인에게 혜택을 주는 구녕은 여전히 찾기 힘든데 이를 천장지비라고 한다. 

양주회암사지

 

역사적으로 많은 혈자리를 잡아주었던 두 분의 풍수사가 있다. 작은 혈은 한 집안의 위안에 되겠지만 풍수의 경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선지식인이었다. 도선국사는 왕건이 태어난 생가를 구축해준 것으로, 무학대사는 한양을 조선의 도읍지로 선정해 준 것으로 자기의 역할을 극대화시켰다. 풍수사라면 이 정도의 선지식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