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의 만인평등성

[연재] 이것이 풍수다 23

2020-08-25     김규순
천손종족은

 

풍수는 어디서부터 또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하는 물음은 할 수 있지만 그 답을 찾기는 무척 어렵다. 역사적 기록이 없으므로 고구려시대부터라던가 더 나아가 은나라부터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 시대의 무덤에서 어떤 패턴이 관찰되지만 그것을 풍수라고 주장하기에는 근거도 미약하다. 그 대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그 사상적 시원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동아시아의 사상과 철학은 동이족계열의 작품이다. 동아시아의 역사는 유목민이 주류였던 동이족과 농경사회를 주축으로 한 서부족의 투쟁사이다. 동이족은 천손사상이, 서부족은 천자사상을 바탕으로 했다.

수도산

 

묘지풍수는 땅의 좋은 기운과 조상의 유골이 조화를 일으켜 동기감응을 통해 후손들이 영민해지거나 운이 좋아지게 되어 성공적인 인생이 되도록 하며, 건물풍수는 길지에 살면서 지기의 영향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이 총기를 얻게 되거나 행운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풍수의 메커니즘에 왕후장상의 씨가 별도로 있다는 원칙은 없다. 그 누구나 제왕지지에 묻히면 그 후손에서 제왕이 배출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풍수는 천손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캄차카의 이주민인 석탈해가 가옥풍수에 의해 신라의 왕이 되었으며, 개성의 평민인 왕건이 건물풍수에 의해 왕이 되었고, 고려말 원나라로 망명했던 이안사가 고려말 원나라로 망명했었고 그후 150여년이 지나 후손인 이성계가 귀국하여 왕이 된 것은 묘지풍수에 의한 것이었다. 풍수적 예언이 곧 천명과 연결되어 있음을 활용한 사례이다. 왕의 핏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천손종족이라면 그 누구라도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왕의

 


천손사상은 모계사회를 바탕으로 하며 사상의 근간에는 북극성 신앙이 있다. 밤하늘의 별은 밝기에 차이는 있지만 비슷비슷하다. 천손종족은 밤하늘의 별과 같이 모두 형제이다. 현대 천문학에서 밝혀진 것이지만 북극성은 지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2000년마다 변한다. 기원전 1500년경에는 작은곰자리의 베타별이, 서기 500년경에는 작은곰자리의 알파별이 북극성이었고, 서기 3000년까지는 세페우스의 감마별이, 서기 8000년에는 세페우스의 알파별이 서기 10000년에는 백조자리의 알파별이 북극성이 된다. 그 당시에 이러한 변화를 인식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메커니즘을 모계사회에서 적용하고 있었다. 이를 보면 신석기인의 지력이 현대인의 지력보다 뛰어났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한다.

무력에 기반한 부계사회는 천자사상 즉 자기만이 하늘의 아들이므로 하늘에 하나밖에 없는 태양신을 모셨고 왕권의 장자상속을 원칙으로 했다. 따라서 땅의 기운을 독점하기 위한 풍수해코지가 나타났다. 그 사례로 태종 이방원은 회안대군묘의 용맥을 끊었고, 수양대군으로 유명한 세조는 단종의 어머니인 형수의 무덤을 파헤쳤다는 것은 풍수 발복을 독점하기 위한 행위였으며, 세조가 자기의 무덤을 정하면서 오로지 자기의 혈손으로 조선이 유지되기를 희망했다는 일화는 풍수 발복의 평등성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한 것이다.

만인평등성은 유교사상보다 도가사상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