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어떨 때 성립하고 성립하지 않는가

서울남부지법 "공익을 위한 행위는 명예훼손 아니다"

2020-10-21     차승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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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렙] 최근 한 프랜차이즈 대표에 관한 폭로 사건이 불거지면서 관련된 명예훼손 판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모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B씨의 가족 A씨는 올해 1월 이 업체 광고모델 C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놀랍게도 대표 B씨가 노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으니 이 사실을 알아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편지는 이 모델 소속사로 갔고 회사 관계자가 읽어보게 됐다.

이에 B씨는 A씨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김인택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이 사건 선고 공판에서 편지 내용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고, 공연성이 없으며, 공공의 이익에 관한 내용을 공익을 위하여 행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죄란 무엇이고 어떨 때 성립하는 것일까. 거꾸로 불성립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더 쉬울 수 있다.

명예훼손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죄인데, 불성립 요건은 크게 세가지다. 다음 사항들을 만족할 때 이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게 판례 다수설이다.

첫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어야 한다.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어야 한다.

둘째, 공연성이 없어야 한다. 광범위한 전파라는 결과 뿐 아니라 전파가능성에 대한 내심의 의사도 확인이 되어야 공연성은 성립된다.

셋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공익을 위한 행위이어야 한다.

앞의 사건은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인정돼 무죄를 받은 사례로 평가 받는다.

먼저 증거자료들로 볼 때 편지 내용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있었고, 수신인이 광고모델 한 사람이라는 점, 소속사를 통한 전파가능성이 없는 점 등이 인정됐다. 그리고 편지를 보낸 경위를 볼 때 비방 목적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인정됐다.

이 사건 판결에서 법원의 판단은 '명예훼손'과 '공익제보'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는 한 준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