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스스로 정치하면, 웃는 자는 따로 있다

중앙종회-집행부 모두 상처…임시회 열어 책임 보여줘야

2021-11-18     서현욱 기자
지난

조계종 중앙종회가 한 해의 살림살이를 심사 승인해야 할 정기회를 거듭된 유회로 자동 폐회했다. 총무원은 총무부장을 잃는 상처를 입었다. 총무부장은 총무원 수석부장이다. 총무원장 유고시 권한대행 1순위이며 종무회의를 관장하는 부서장이다. 사회로 보면 국무총리 격이다. 그런 총무부장을 중앙종회가 정청래 의원에 대한 무성의 등을 명분으로 사퇴케 했지만, 입법부도 ‘책임 방기’라는 상처를 입었다. 승자 없이 패자만 남았다는 평가다.


중앙종회는 총무원 집행부가 정청래 의원의 직접 사과를 받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이재명 후보의 사과에 머무른다고 비판하고, 종무보고와 종책질의에 와병 중인 부서장의 불참을 대의기구에 대한 집행부의 ‘무성의’로 질책했지만, 중앙종회는 내년도 중앙종무기관의 행정업무를 정상 운영이 어렵게 했다. 중앙종회의 종회의원 개개인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 차례 ‘유회’ 후 책임 있게 나섰다면 어땠을까. 조계종은 행정 입법 사법의 3원 체제다. 어느 한 곳이 삐걱대면 종단 운영은 원활할 수 없다.

총무원 집행부는 ‘1080배 참회정진’으로 입법부의 질책에 답했다. 정기회 유회의 책임이 집행부에 있다는 중앙종회의 입장과 집행부 책임론에 대한 중앙종회의 명분이 부족한 상황도 지적된다. 날선 종무보고와 종책질의로 집행부를 질타하고 심도 있는 예산안 심의로 입법부의 건강성을 더 보여주지 못한 채 집행부 퇴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회의 유회 명분은 희석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현 총무원장은 남은 임기 종무행정 장악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고, 차기 총무원장 선출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을 맞았다. 3년 넘게 총무원을 지킨 수석부장의 퇴로는 짐을 벗어버리는 것으로 보인다. 짐을 덜 면 가벼워진다. 차기 총무부장 적격자를 보는 관점도 각색일 수밖에 없다. 현직 총무원장이 수석 부장을 뜻대로 맞을 수 있을까? 상처뿐인 파화합에 최종 책임은 특정인물로 집중되는 게 당연하다.

중앙종회는 어떨까? 결국 책임성을 보여줘야 유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중앙종회 의장 정문 스님은 16일 ‘유회’ 선언에 앞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임시회를 빠른 시일 내 열겠다”고 했다.

중앙종회의 구조는 이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현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보면 여당 내의 여당인 종책모임은 유회 등 일련의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었다. 야당 없는 여당뿐인 중앙종회는 여당 내부 경쟁이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여당 내의 야당처럼 된 세 개 종책모임이 결국 임시회 개원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 같다. 의장단 분과위원장 종책모임 대표들까지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그런데, 각자위정(各自爲政), 저마다 스스로 정치하면, 웃는 이는 따로 생긴다. 

급해졌다. 의장 정문 스님의 말처럼 “빠른 시일” 내 임시회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종정 추대가 코 앞이다. 임시회 의사일정을 잡을 계기가 없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