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천주교 성지? 폐사 당한 ‘주어사’ 유물 확인

조계종 불교문화재硏, 여주 주어사지 건물지 명문 기와편 등 공개

2022-05-19     조현성 기자
여주시

 

200년 전 박해받던 천주교인을 숨겨주다 폐사 당한 ‘주어사’, 천주교가 '천주교 발상지'로 성역화를 진행하던 곳에서 감춰졌던 '주어사'의 실체가 드러났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 스님)은 여주시 산북면 주어리 앵자봉 서쪽 소재 ‘여주 주어사지’ 시굴조사를 지난 10일부터 하고 있다. 이 조사는 여주시의 주어사지 종합정비계획을 위한 역사고증을 위한 작업이다.


조사에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조선시대 건물지 3동, 담장, 석렬, 경작지 등 주어사지 관련 유구와 폐사 후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숯가마를 확인했다. 또, 추정 ‘造瓦以主信(조와이주신)’명 기와편, 범자문 암막새편, 백자편, 상평통보 등 유물을 출토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현장담당자 김진덕 팀장은 “주어사지 중심사역에서는 건물지, 담장, 축대 등이 확인됐다. 건물지 내부에는 구들장과 온돌시설이 남아있다. 숯가마 하부에서는 건물지가 확인됐고 금당지로 추정된다.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구는 정밀 발굴조사를 통해 산지 사찰의 가람배치 특성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여주 주어사 창건 연대와 폐사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주어사는 해운당대사 의징의 비석과 다산 정약용이 지은 정약전 묘지명, 권철신의 묘지명 등에서 확인된다. 해운당대사 의징의 비석에 ‘崇禎紀元後戊寅五月日’(숭정기원후무인오월일, 1698년 5월) ‘상좌 수견천심이 세웠다’는 기록이 있고, 정조 3년(1779) 남인 실학자 ‘권철신이 천진암 주어사에서 육경과 양명학 등을 강학했다’는 기록 등으로 보아 주어사는 17세기 후반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여주 주어사지에 남아있던 해운당대사 의징비는 1973년 '절두산 천주교 순교성지'에 옮겨져 있다. 취암당대사 정여의 승탑은 1997년 여주박물관으로 이전했다.

주어사지에서
주어사지에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여주 주어사지에서 확인한 유구와 유물, 문헌사료를 통해 주어사가 조선시대 후기인 17~19세기 유지됐던 것으로 판단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은 “주어사지는 중장기적인 보존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밀발굴조사가 필요하다. 향후 주어사지에 대한 문화재 지정, 정비, 복원 등이 이뤄진다면 또 다른 여주 대표 문화유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천주교는 산북성역화위원회를 두고 정기적으로 주어사지를 순례하고 미사를 보는 등 주어사지 일대의 성역화를 진행해 왔다.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말 조계종 등 한국불교계가 '범종단 종교편향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를 성토하는 전국승려대회를 열면서 주어사지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스님이 이항진 여주시장을 만나 주어사지 관련 불교계 입장을 전달하면서 주어사지 복원이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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