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요청에 의한 수정]“스님들 말 달라? 선시는 뜻 달라”

선시해설 ‘선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펴낸 향적 스님

2014-04-02     조현성
 
 
 
2014년 04월 01일 (화) 16:44:52 [조회수 : 485]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종회의원)스님들이 비구니스님들에게 하는 말과 내게 하는 말이 달랐다. 표결하면 어려울 것 같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비구니스님들이 거절했다. 결국 부결됐다.”

지난달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가 부결된 것과 관련, 중앙종회의장 향적 스님(사진)이 심경을 밝혔다. 스님은 1일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저서 <선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출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감대 형성 못한 원칙, 안타까워”

스님은 “비구니스님 갈마 관련, 해인사 율주 종진 스님에게 자문도 구해봤다. 부처님 재세시 비구니갈마는 비구니가 담당했다. 또, 20명 이상 대중이 모였을 때 전원 만장일치가 있을 때만 징계가 가능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종헌은 무기명 투표가 원칙이다. 투표 결과 2/3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면서도 “비구니 갈마는 비구니스님이 해야 한다는 원칙이 종회의원스님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 같다. 호계원에 비구니스님이 참여하는 갈마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극복할 생각”이라고 했다.

“선시는 이상 노래한 시 아닌 시”

스님은 “기득권 포기가 쉽지 않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며 “출가수행자는 현실주의자보다 이상주의자여야 한다”고 했다. “일반인이 말하는 현실문제는 흑백을 가려야 하지만 이상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긍정의 세계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옛스님들은 선시로 이상세계를 표현했다. 선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도송·열반송은 시라는 형식을 빌어 진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저서에 수록한 진각혜심(1178~1234) 스님의 시 ‘은하수 길어다가 차를 달이니’를 인용하며 “‘북두칠성으로 은하수를 길어다 차를 달이는 밤’ 구절은 물욕 등을 여읜 맑은 심성에서만 가능한 표현”이라고 했다.


“짧지만 깊은 뜻 담긴 선시 만끽하길”

스님은 “책에 담긴 선시들은 해인사 지족암에서 법문에 인용했던 시들이다. 3년여 동안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것을 신도들에 도움이 될까 해서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요즘 신도들은 한문 세대가 아니라 한문에 두려움을 가진 이가 많다. 짧지만 깊은 뜻을 가진 한시, 그 가운데서도 선지식의 깨달음이 담긴 선시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사들의 깨달음의 경계가 담긴 선시를 암송하는 시간만큼은 풍진 세상의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깨달음이란, 동체대비”

스님은 “사람들은 깨달음이라고 하면 생사를 초월하고 고통이 없는 등 신비롭게 생각한다. 부처님 삶을 비춰보면 깨달음은 모든 존재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기(緣起)와 나라고 고집할 것이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이다. 중생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아는 것이 깨달음 아니겠느냐”고 했다.

스님은 “이 같은 동체대비(同體大悲)의 가르침을 알고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한 이가
부처님이었다. 선시를 통해 한사람이라도 더 부처님 경지를 맛보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스님은 책 처음에 은사 일타 스님의 ‘문을 여니 꽃이 웃으며 다가오고’ 시를 싣고는 “구름과 산을 보다가 나까지 잊어버리는 경계, 그렇게 나를 잊어버린다면 그 무엇이 나의 자유를 구속하겠는가”라고 적었다.


선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향적 스님┃조계종출판사┃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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