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통해 불교 바로보기

고상현의 ‘정도전의 불교비판을 비판한다’

2014-10-02     조현성

누가 나를 비판한다. 욕이라 외면하고 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진단하고 수용‧개선하는 사람이 있다. 더 나아가 해명과 반박을 통해 잘못된 상대의 시각을 바로잡기까지 한다.


정도전은 <불씨잡변>을 통해 불교를 비판했다. 많은 불자가 유학자의 불교 비하라고 그의 저술을 외면했다. 정도전의 삐딱한 불교 보기를 반박한 이도 있었다. 용성 스님(1864~1940)이 <귀원정종>을 통해 <불씨잡변> 같은 유교, 개신교의 불교 비판을 반박한 것이 한 본보기이다.   

조계종 교육원 고상현 연구원이 펴낸 <정도전의 불교 비판을 비판한다>은 정도전 반박에서 그치지 않는다. 삐뚤어진 정도전의 시각을 바로 잡는 노력을 통해 자신과 독자의 불교 지식을 탄탄하게 만든다. 책이 호법서이면서 개론서인 까닭이다.

저자는 <불씨잡변>에 담긴 정도전의 불교비판 논리를 ▷심성론 ▷윤회인과론 ▷사회윤리적인 면 ▷신앙적인 면 ▷역사적인 면으로 나눠 살핀다. 그리고 각각의 비판에 담긴 문제점을 불교 경전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저자는 “불교 경전을 면밀히 살피면 정도전의 불교 비판이 피상적이고 소략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전에 흐르는 기본 사상은 같은데 표현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정도전의 불교 심성론 비판은 비판이 아닌 비난이었다고 주장한다. 윤회인과설에 대해서는 정도전이 핵심은 파악했어도 그 의미는 거부한 듯 보인다고 본다. 또, 불교에는 출‧재가자가 있는데도 정도전은 출가자만을 본보기로 들어 불교를 비판했다고 지적한다. 사리신앙을 들어 불교의 신앙을 비판한 것도 통시
적인 감각이 없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정도전은 이단 배척이라는 사명감에 지나치게 경도돼 불교를 바라봤다. 불교를 불교가 아닌 성리학적 세계관으로만 살폈다. 정도전의 불교 비판이 ‘비속하고 자질구레할 뿐’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라고 말한다.



정도전의 불교비판을 비판한다┃고상현 지음┃푸른역사┃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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