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삶을 건너가는 이유

범일 스님의 ‘통과 통과’

2017-08-03     조현성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생활 철학을 실천하느라 스님들은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 푸성귀쯤은 직접 길러 먹는다. 산 속 작은 절에 사는 스님이라면 다들 자급자족의 노하우 한두 개 정도는 갖고 있는 1인 생활의 달인들이다.


살기 좋은 양평 산기슭에 자리한 넉넉한 절 서종사. 그곳에서 17년째 밥 짓고, 풀 뽑고, 길 고치고, 방 훔치는 담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범일 스님이 있다. 스님은 오래전부터 홈페이지 ‘조아질라고(joajilrago.org)’에 글과 사진을 올려왔다.

스님의 글에는 함께 일하고 공부하며 살아가는 벗들과의 정다운 교류, 개와 고양이, 꽃과 나무를 기르는 가지런한 마음, 몸을 움직여 절을 가꾸는 삶이 주는 만족감 등이 담소하게 담겼다. 스님의 글은 읽는 이에게 진실한 삶의 지혜를 준다.

책 <통과통과>는 스님이 전작 <조아질라고> 이후 8년 동안 써온 1500여 편에서 정선한 글 105편과 46컷 사진을 정갈하게 엮어 만든 짧은 에세이집이다. 웬만큼 힘든 일도 다 ‘조아질라고’ 일어난 것이니 맘에 두지 않고 ‘통과’시켜버리는 스님의 여유가 계곡물에 발을 담근 것 같은 시원함을 준다.

저자 범일 스님은 범어사에서 성오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범어사, 태안사, 해운정사 등에서 참선 수행을 했다. 중앙승가대 재학 시절 학생회장을 역임했고, 봉은사에서는 총무국장을 지냈다. 지난 2001년부터 양평 화야산 기슭 서종사에 머물며 온라인 도량 조아질라고(joajilrago.org)를 가꾸고 있다. 현재 부산 운수사 주지이다.

통과통과┃범일 스님 지음┃불광출판사┃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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