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원로의원 인환 스님 회고록

매주 2시간 1년간 구술 '나의 발심수행장'

2017-09-12     조현성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인환 스님(경국사 한주, 전 동국대 교수)이 회고록을 펴냈다. 책은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1년 동안 모두 27차례 구술녹취 작업한 것을 풀고 추렸다. 인환 스님은 올해 법납 67년, 세납 87년이다.


경국사(주지 해운 스님)는 8일 경내에서 인환 스님 회고록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고불식에서는 회고록과 함께 출간한 <선리참구> <증도가>를 불전에 올렸다. 인환 스님이 대운 스님(지장사)에게 전계했다. 경허-혜월-석호-석암을 이은 인환 스님이 79대, 대운 스님이 80대이다.
 
인환 스님은 "세속에서는 훌륭한 사람이 회고록을 펴낸다.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지난 2011~2012년 동국대 불고학술원장을 지낼 때 최동순 박사의 제안으로 생애를 구술한 것이 회고록 편찬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스님이 함께 펴낸 <선리참구>와 <증도가>는 선학원이 매월 발간하는 <선원>지에 연재한 것들을 모은 것이다. 스님은 회고록과 <선리참구> <증도가>를 판매하지 않고 모두 법보시로 공양한다.

스님은 구순 가까이 살아온 인생 중에 가장 생각나는 일로 일본 유학시절을 꼽았다. 1966년 동국대 불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스님은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스님은 일어를 익히면서 공부하고, 학비를 마련해 가면서 공부했다고 했다.

스님은 1970년 일본 고마자와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자, 일본 입국관리소에서 출국을 종용했던 일을 말했다.

"박사 논문을 이제 막 쓰려는데 한국으로 왜 돌아가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고민하는 내게 지인이 묘안을 일러줬어. 박사과정을 한번 더 다니면 된다고 하더라고."

고마자와대학 박사과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학비, 생활비를 마련해 다녔지만 스님은 학업을 위해 한번 더 박사과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왕 한번 더 가는 것이면 도쿄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다들 어렵다고 말렸지만, 스님은 응시했고 합격했다.

도쿄대에 붙고 나니 일단 등록금이 저렴했다. 당시 고마자와대학 등록금이 32만엔, 도쿄대는 9000엔이었다.

스님은 숭산 스님과 재일홍법원에서 함께 지낸 일, 재일교포 가정에 가정교사를 했던 일, 일본 기업의 한국 파견 직원을 교육한 일 등 학업을 잇기 위해 했던 많은 일을 이야기했다.


스님은 "우리 나이 신미생 87세가 되니 보행도 불편해지고 눈도 어둡다. 귀도 조금씩 멀어져 작은 소리를 듣기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이것이 노쇠하는 징조이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게만 이런 현상이 닥쳐왔다고 푸념하고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일을 좋은 기회로 삼아서 그러저러한 불편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고 했다.

스님은 "나는 출가 이래 꾸준히 정진하면서 일생을 많은 사람에게 참선정진의 맛과 멋을 알게 하는 인연을 펼쳐왔다. 이제도 이 생애 끝무렵 회향에 조용히 참선삼매에 들고나면서 나의 상락아정을 수용하면서 청정본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인환 스님은 1931년 원산에서 태어났다. 1952년 부산 선암사 소림선원에서 출가 득도. 1955년 해인사 전문강원 수학, 1956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4년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1966년 동국대 대학원 석사과정, 1970년 일본 고마자와대학 박사과정, 1975년 일본 도쿄대 인도철학전공 문학박사, 1977년 국제포교사로 일본 미국 캐나다에서 참선수행 지도, 1982년부터 1996년까지 동국대 교수, 정각원 원장, 불교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 조계종 법계위원회 법계위원, 2010년 한일 불교유학생협의회 대표, 2011년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동국역경원장을 지냈다. 현 조계종 원로의원, 대종사, 서울 경국사 환희당 한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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