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님의 마지막 발원 “도제장학금 마련”

선학원 재무이사 정덕 스님 서화·조형물 전시회이달 22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아리수

2019-05-09     박선영 기자

 

“생의 마지막 발원이라 생각합니다.”

87세의 정덕 스님이 재단법인 선학원의 도제장학금 마련을 위해 전시회를 연다.

정덕 스님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몸이 아프다는 걸 알면서 붓을 잡았다.

참 불연(佛緣)은 놀랍다고 스님은 말한다. 다섯 살부터 키우기 시작한 딸 같은 아이가 성인이 됐는데 평소 스님을 향한 효성이 깊다. 그 아이가 작년 스님의 생일을 즈음해 선물로 종합검진을 받게 해드렸다. 그런데 뇌 MRA 촬영에서 아주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수술도 쉽지 않아 여러 번 병원을 옮기며 소개 받아 올 4월에 시술했다. 다행히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그 사이 스님은 매일 그림을 그렸다.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전에 그려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 눈썰미나 손재주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자신감으로 그저 붓을 잡았다. 밤 9시부터 1시까지 매일 그렸으니 그림은 수백 점이 됐다. 신도나 주변 스님에게 나눠주다 생각하니, 그림으로 좋은 일도 가능하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과감하게 전시회를 기획했다.

스님의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듯 천진난만하고 색감은 화사하다. 코끼리를 탄 토끼가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고 아래에서 노루가 광주리를 들고 기다리는 그림에 ‘자비’라고 써놓았다. 꽃병에 꽃이 꽂혀 있지 않고 병 안에 꽃이 들어있기도 하다. 민화풍의 작품도 있고 서예나 선화(禪畵)도 틀을 갖추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밑그림도 없이 그저 붓 가는대로 그리다보니 어떤 그림을 그리고는 사무량심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 그림 뒤에 그 내용을 적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솔방울을 염색하거나 계란을 이용해 만든 아기자기한 조형물도 등장한다. 스님은 관람객들이 최대한 재미있도록 전시회를 볼거리가 풍성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기에 그림이 불자들에게 가서 그 에너지를 전달할 거라 믿어요.”

작품 판매 수입은 전액 선학원의 도제 장학금에 쓰일 예정이다. 총 70여 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5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의 갤러리 아리수에서 열린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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