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양우 장관의 국정감사장 답변을 규탄한다!
[전문] 박양우 장관의 국정감사장 답변을 규탄한다!
  • 영화산업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 승인 2020.10.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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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장관의 국정감사장 답변을 규탄한다!
대한민국 문화부장관직과 CJ 사외이사직을 구별 못하는 박양우씨는 즉시
장관직을 사퇴하라!

“(영화의 상영과 배급의) 수직계열화가 한국영화산업의 확장과 다양성을 가로막고 획일화된 장르, 중소제작사들의 발전, 국민의 다양한 볼거리 수요를 침해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10월 27일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박양우 장관에게 한 질문이다. 이에 박장관은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기본적으로 상영배급 겸업 문제는 다양성에 관한 문제도 있지만, 자본투자를 통해서 국제경쟁력을 진흥시킨다는 측면도 있어서 굉장히 논란이 많습니다.”

즉, 대기업에 의한 상영과 배급의 겸업 혹은 수직계열화는 영화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자본투자를 통해서 국제경쟁력을 진흥시킨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므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박 장관의 입장이다.

대기업들이 국내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통해 중소기업의 권익과 소비자 복리후생을 침해했다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대기업이 내세우는 방어 논리가 바로 ‘국제경쟁력 진흥’이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소간의 불합리한 행위는 대기업의 규모를 더욱 키워서 해외시장에서 돈을 더 벌어옴으로써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업에는 그러한 논리가 깊이 적용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다. 자동차는 현대차에 의한 독점구조이고 가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과점하고 있으나, 막대한 수출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문화 예술는 여타의 산업과 다르다. BTS가 이룬 전대미문의 세계적인 성공은 대기업의 기술력, 영업력, 자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방시혁 프로듀서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라는 중소기업과 BTS 구성원들의 재능과 노력에 의해 달성한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쾌거도 비록 CJ의 자본이 투입되긴 하였으나, 그것은 봉준호 감독과 작가, 제작자, 배우들, 촬영감독, 미술, 편집, 음악 등등 영화인 개개인의 재능과 노력이 결집된 산물이다. CJ가 아닌 다른 중소 투자배급사나 금융기관에서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기생충’은 단 한 씬도 달라지지 않는다.

즉, 문화 예술은 독과점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산업이 아니다. 자유롭고,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 속에서 개별 창작 주체들이 창작력을 극대화시키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낼 때 문화 예술의 힘은 최고조에 달한다. 따라서 산업자본의 축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진흥한다는 발상은 문화 예술의 속성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거꾸로 일국의 문화 역량을 궤멸시킬 수 있는 위험한 인식이다. 영화인들은 박양우 장관의 인선에 대해서 CJ ENM에서 오랫동안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그의 전력을 들어 반대했었다. 당시의 우려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박 장관이 말하는 국제경쟁력의 주체도 부적절하다. 한국영화산업에서 대기업에 의한 배급과 상영의 겸업이 초래하는 폐해의 핵심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계열 투자배급사를 방패막이 삼아 시장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투자배급업이 벌어들여야 하는 정당한 이윤을 압착시킨다는 데 있다. 일례로 CGV의 경우 2019년 영화 상영 시작시간 이후 10분간 상영하는 기업광고를 통해 일으킨 광고매출이 1,800억 원이었다. 그중에 해당 영화에 투자하며 리스크를 전담했던 투자배급사에 분배해준 광고수익은 0원이었다. 본 사안은 문화부도 박장관이 지시한 간담회를 통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CGV의 시장점유율이 50%이므로 전체 멀티플렉스가 벌어들이는 광고매출은 대략 4,000억 원이다. 2019년은 극장에 최다 관객이 몰렸던 해였다. 그 해에 순수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한국 상업영화 45편이 벌어들인 총수익은 270억 원가량으로 수익률은 6%였다. 멀티플렉스의 전체 광고매출 4,000억 원의 일부가 투자배급사에 공정하게 배분되었더라면 한국영화의 수익률이 크게 올라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투자배급사의 이윤이 멀티플렉스의 ‘갑질’에 의해 압착 되면, 국세를 포함하여 한국 영화에 투자되는 자본의 수익률이 불공정하게 낮아지고, 영화 창작자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한 수익이 모두 멀티플렉스로 빨려 들어간다. 멀티플렉스와 결합된 투자배급사는 의미 있고 좋은 스토리를 선별하는 안목을 기르기보다는 상영업 부문이 빨아들이는 막대한 수익에 기생하기를 택한다. 이에 투자되는 영화는 인지도 높은 스타 중심의 대형영화로 획일화되어간다. 스토리의 질은 부차적인 요소로 전락했다.

배급과 상영이 수직계열화된 작금의 산업구조를 통해 자본이 축적되는 곳은 극장이다. 그런데 극장은 핸드폰이나 TV 같은 하드웨어일 뿐이다. 결국, 박장관은 대기업 극장체인이라는 하드웨어의 해외 진출을 위해 문화 소프트웨어인 영화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영화 창작자의 권익이 침탈되며, 혈세가 부당하게 전용되고, 국민의 문화향유권이 침해되는 것을 감내하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국의 문화부 장관으로서의 인식이 아니라 CJ 사외이사로서의 인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19년 3월 열린 박양우 장관 지명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영화인들이 박양우 지명자의 기업활동 경력으로 인해 반발하고 있다며, 만약 장관이 되면 영화인들이 우려하는 대기업 편들기를 하지 않고 독과점 문제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노력을 어떻게 하실지 밝혀달라고 했다. 그때 박양우 지명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중소제작자들의 권익이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작, 투자, 배급, 상영의 전체적인 생태계가 균등하게 갈 수 있도록 유념하겠습니다.”

이랬던 박장관은 10월 27일 국정감사장에서 유정주 의원의 질문에 상영과 배급이 결합된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영화생태계의 파괴, 혈세의 남용, 국민 권리의 침해가 일방적으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의 대기업 친화적인 본색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는 인사청문회에서 직접 질문했던 민주당에 대한 기만이고, 국회 전체에 대한 눈속임이며, 국민에 대한 거짓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로, ‘함께 사는 세상, 사람 중심의 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해당 국정 목표 아래 5개 전략 중 하나는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로, “갑질과 편법이 용납되지 않고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제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장관으로서도 실격이다.

게다가 박장관은 2021년 2월 2~5일에 열리는 유네스코의 ‘문화 예술 다양성의 보호와 진흥’을 위한 회의에서 의장역을 하기로 되어있다. 문화 예술을 자동차나 가전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이해하는 박장관이 국제무대에서 문화 예술 다양성의 보호와 진흥을 위한 논의를 이끈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거나 혹은 국제적 위선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문화에 문외한 박양우 문화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

영화산업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본 준비모임은 올 2월에 1,356명의 영화인이 서명했던
<영화산업 구조개선 요구 영화인 선언>을 주도했던 영화인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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