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5. 꽃구경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5. 꽃구경
  • 전재민
  • 승인 2021.04.12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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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벤쿠버는
흑백 세상


흑백 티비만 보던
아이 흙뭍은 바짓 가랭이
콧물까지 훌쩍이다
손등으로
소맷자락으로
쓱 문지르고
웃음짓던 아이
 

흑백 필름 카메라 앞에
가짜 배경판 세워두고
모래 퍼나르다
찍은 하나뿐인 독사진은
어데로 갔나
 

원래 세상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처럼
칼러였건만
 

흑백으로 티비 보고
흑백사진 찍을 땐
세상은 흑백
꿈도 흑백이었지


화려한 꽃송이 앞에
배시시 웃음짓던
동네 가시나 얼굴
포개어진다
 

지금은 주름진 내 얼굴처럼
주름진 얼굴일까
쌍커플 수술은 했나.

 

#작가의 변
요즘 한창 꽃들이 숨겨두었던 선물을 뒷 춤에서 하나씩 꺼내 보이듯이 벚꽃도, 목련도, 모두가 자태를 자랑하는 계절인 듯 싶습니다. 벚꽃도 좋고, 자목련도 좋고, 이곳에선 보지 못하는 진달래가 온통 산을 두른 한국의 산 사진들을 보면서 고향땅에 두고 온 친구와 가족의 흑백 가족사진 속에 들어 있던 추억을 다시 회상하고 흙 뭍은 손으로 소꿉장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린 배를 두레박으로 퍼 올린 우물물로 채우고 살았어도 눈빛은 살아 있던 아이들,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몰라서 밥상머리에 앉아 아버지가 가르쳐 주시던 밥상머리 교육을 받던 아이, 네가 힘들면 내가 들어 주고, 내가 울면 함께 울어 줄 친구가 있던 아이, 그 흑백사진에 있던 아이, 흑백티브에 있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꾸만 잊고 너무나 멀리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멀리 떠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을 하고 머리도 히끗 히끗 해졌을 동무들이 웃던 기억나지 않는 웃음이 꽃처럼 환하게 웃는 것만 같습니다. 꽃처럼 함박웃음 짓는 어릴 적 동무들이 꽃송이처럼 나무에 영글어 가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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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벤쿠버는
흑백 세상

흑백 티비만 보던
아이 흙뭍은 바짓 가랭이
콧물까지 훌쩍이다
손등으로
소맷자락으로
쓱 문지르고
웃음짓던 아이
 

흑백 필름 카메라 앞에
가짜 배경판 세워두고
모래 퍼나르다
찍은 하나뿐인 독사진은
어데로 갔나
 

원래 세상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처럼
칼러였건만
 

흑백으로 티비 보고
흑백사진 찍을 땐
세상은 흑백
꿈도 흑백이었지

화려한 꽃송이 앞에
배시시 웃음짓던
동네 가시나 얼굴
포개어진다
 

지금은 주름진 내 얼굴처럼
주름진 얼굴일까
쌍커플 수술은 했나.

 

#작가의 변
요즘 한창 꽃들이 숨겨두었던 선물을 뒷 춤에서 하나씩 꺼내 보이듯이 벚꽃도, 목련도, 모두가 자태를 자랑하는 계절인 듯 싶습니다. 벚꽃도 좋고, 자목련도 좋고, 이곳에선 보지 못하는 진달래가 온통 산을 두른 한국의 산 사진들을 보면서 고향땅에 두고 온 친구와 가족의 흑백 가족사진 속에 들어 있던 추억을 다시 회상하고 흙 뭍은 손으로 소꿉장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린 배를 두레박으로 퍼 올린 우물물로 채우고 살았어도 눈빛은 살아 있던 아이들,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몰라서 밥상머리에 앉아 아버지가 가르쳐 주시던 밥상머리 교육을 받던 아이, 네가 힘들면 내가 들어 주고, 내가 울면 함께 울어 줄 친구가 있던 아이, 그 흑백사진에 있던 아이, 흑백티브에 있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꾸만 잊고 너무나 멀리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멀리 떠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을 하고 머리도 히끗 히끗 해졌을 동무들이 웃던 기억나지 않는 웃음이 꽃처럼 환하게 웃는 것만 같습니다. 꽃처럼 함박웃음 짓는 어릴 적 동무들이 꽃송이처럼 나무에 영글어 가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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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벤쿠버는
흑백 세상


흑백 티비만 보던
아이 흙뭍은 바짓 가랭이
콧물까지 훌쩍이다
손등으로
소맷자락으로
쓱 문지르고
웃음짓던 아이
 

흑백 필름 카메라 앞에
가짜 배경판 세워두고
모래 퍼나르다
찍은 하나뿐인 독사진은
어데로 갔나
 

원래 세상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처럼
칼러였건만
 

흑백으로 티비 보고
흑백사진 찍을 땐
세상은 흑백
꿈도 흑백이었지


화려한 꽃송이 앞에
배시시 웃음짓던
동네 가시나 얼굴
포개어진다
 

지금은 주름진 내 얼굴처럼
주름진 얼굴일까
쌍커플 수술은 했나.

 

#작가의 변
요즘 한창 꽃들이 숨겨두었던 선물을 뒷 춤에서 하나씩 꺼내 보이듯이 벚꽃도, 목련도, 모두가 자태를 자랑하는 계절인 듯 싶습니다. 벚꽃도 좋고, 자목련도 좋고, 이곳에선 보지 못하는 진달래가 온통 산을 두른 한국의 산 사진들을 보면서 고향땅에 두고 온 친구와 가족의 흑백 가족사진 속에 들어 있던 추억을 다시 회상하고 흙 뭍은 손으로 소꿉장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린 배를 두레박으로 퍼 올린 우물물로 채우고 살았어도 눈빛은 살아 있던 아이들,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몰라서 밥상머리에 앉아 아버지가 가르쳐 주시던 밥상머리 교육을 받던 아이, 네가 힘들면 내가 들어 주고, 내가 울면 함께 울어 줄 친구가 있던 아이, 그 흑백사진에 있던 아이, 흑백티브에 있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꾸만 잊고 너무나 멀리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멀리 떠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을 하고 머리도 히끗 히끗 해졌을 동무들이 웃던 기억나지 않는 웃음이 꽃처럼 환하게 웃는 것만 같습니다. 꽃처럼 함박웃음 짓는 어릴 적 동무들이 꽃송이처럼 나무에 영글어 가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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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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