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4.똥을 통해 협상의 귀재 생태 속 미생물을 만나다
[똥본위화폐] 4.똥을 통해 협상의 귀재 생태 속 미생물을 만나다
  • 조재원 울산과기원 교수
  • 승인 2021.04.19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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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지성 같은 미생물과 협상 때는 싸우지 말아야”

미생물 없이 인간은 생존할 수 없고 함께 사려면 부딪힐 수밖에 없다. 즉, 협상이 필요하다. 협상에 성공하면 공생할 수 있다. 미생물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협상에 나선다. 협상하면 으레 소수의 대표가 나서고 대표도 한번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인간과는 달리 미생물 협상의 대표는 때와 조건에 따라 바뀌고 또 그들의 대표단은 다수의 집단을 이루고 나타난다. 북미협상을 하면 김정은과 트럼프가 나와 진행하며, 그들의 결정을 양국의 국민은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른 정상회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협상과 회담 이후에 국민들에게 결과를 알리고 동의를 구하기도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 의견을 물어가면서 협상에 나서는 전략을 바꾸지는 않는다. 미생물은 다르다. 인간이라는 강한 상대와 협상하면서 그들은 끊임없이 시시각각으로 협상 대표를 바꾼다. 조건에 따라 행동하는 패턴도 달라진다. 협상이 결렬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져도 당황하지 않고 그들의 동료가 마무리 해 나갈 것이라 믿고 실제는 모르지만 겉보기에는 그들 자신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협상의 분위기가 바뀌면 지금껏 주도적인 협상을 해왔었던 미생물 대표군집들은 뒤로 빠져 보조하면서 바뀐 분위기와 조건에서 가장 활발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미생물 대표군집들이 전면에 나선다. 미생물과 협상할 때 싸워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협상결과, 일부 미생물을 소독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협상조건도 미생물들은 받아들인다. 미생물들은 군집이라는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대와 협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으로 치면 집단지성을 연상할 수 있다. 공기가 부족하면 부족한 산소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미생물 종류의 군집이 대표로 활동하고 그 결과를 나머지 미생물 집단들은 조용히 기다린다. 환경이 바꿔 산소가 풍부해지면 그동안 숨죽여 지냈었던 산소로 호흡하는 미생물 군집이 전면에 나서 활동하면서 그 역할을 하고 산소가 없을 때 도움을 받았었던 미생물 군집에게 은혜를 갚는다. 미생물에게는 집단지성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그 결과는 집단지성과 유사하다. 미생물은 이처럼 지혜롭다. 이런 결과를 우리는 우연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연처럼 보이는 지혜로운 공생이라고 한다. 미생물 집단의 공생을 위해 그들은 인간과의 협상에 나서며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보는 것이 인간에게도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미생물과 협상하는 것은 어쩌면 가족과 협상하는 것과 같다. 미생물은 인간 외부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몸속에도 존재하다. 호흡을 통해 많은 미생물을 받아들이고 내 뱉기도 한다. 음식을 통해 미생물을 먹고 대장 미생물과는 함께 살면서 생존전략을 세워야 하며, 똥을 통해 생태계로 내 보내기도 한다. 분신이기도 하고 가족 같은 미생물과 협상하는 방법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협상의 결과가 좋으면 인간은 건강해지며 좋지 않으면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싸움은 곧 병과 고통을 동반한다. 가족과 싸우면 아픔이 뒤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항생제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박테리아”

웬만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인간과의 협상에 응하던 미생물들이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미생물 중에서도 특히 바이러스인 경우에 더욱 그렇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크기가 작고 자신이 먹이를 찾을 수 없으며 유전자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대신 다른 숙주에 기생하면서 유전자 정보를 만들어 내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고 번식도 한다. 감기, 독감, 콜레라, 돼지열병, 에이즈는 모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다. 바이러스는 공기와 물속에 있을 때는 소독에 의해 쉽게 죽는다. 박테리아에 비해 훨씬 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일단 숙주 안으로 들어가면 다스리기 힘들다. 특정 DNA유전자를 지니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는 대신 특정 DNA유전자를 상황에 따라 만들어 낼 수 있는 RNA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박테리아, 식물, 동물, 사람은 태어날 때 받은 DNA를 유지하지만 바이러스는 고유 DNA 없이 생존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다. 쉽게 소독되어 죽기도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를 바이러스는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전략인 듯하다. 약하니까 어떤 방법이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선택한다. 공격적인 바이러스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들을 만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행하고 있는 돼지열병, 광우병, 조류독감 등을 통해 가축축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해당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미연에 없애기 위함이다.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우호적인 박테리아도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가 있다.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와는 달리 고유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 생애 주기가 짧은 박테리아는 자신이 겪은 삶을 다른 세대에 전달하여 짧은 시간 안에 진화할 수 있다. 만약 인간이 박테리아 미생물과 공생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모든 박테리아를 죽이는 방법을 택한다면 박테리아는 거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찾은 정보를 동료들과 나누며, 또 그 길을 유전자 정보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할 것이다. 항생제 남용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생을 위한 희생의 차원이 아닌 전멸의 상황이 오면 박테리아는 숨죽여 때를 기다리지 않고 생존전략을 바꾼다. 이제 협상은 깨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생제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자신들의 몸을 만든다. 박테리아가 어떻게 항생제에 견딜 수 있는지 일부 밝혀지기도 했지만 아마 밝혀지지 않은 박테리아의 전략도 있을 것이다. 박테리아는 세포벽 부분에 항생제가 침투할 수 없는 독특한 물질을 쌓아 자신들을 보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박테리아라는 이름의 미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박테리아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미생물과 공생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지나친 약물과 소독 남용, 지나칠 정도의 공장형 가축 축사환경은 미생물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고 그 결과는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과학적 답을 찾기 어렵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할 인간, 동물, 미생물들이 어우러진 과학은 분명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미생물 박테리아와의 공생 생태를 받아들일 때 과학적 답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답은 이미 인류의 곁에 존재한다. 박테리아는 지구생명체 소통의 "매개"역할을 자처했고, 잊혀진 "생명 소통 매개"가 회복될 때 비로소 형성되는 생명그물망 연결이 과학이다. 답이 어렵다고 조작된 답을 적을 수는 없지 않은가. 글 그림=조재원 교수 제공.



“산소호흡 박테리아가 똥을 흙으로 돌려보내도록 도와야”

화가 나 전쟁을 선포한 박테리아를 다시 협상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슈퍼박테리아와 같이 인간과의 협상을 거부한 폭력적인 미생물은 다행히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인간과 함께 공생을 해 왔던 우호적인 박테리아들과 계속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호적인 미생물과의 조화로운 관계회복은 자연스럽게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을 하고 있는 미생물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길도 찾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게 애당초 자연스러운 조화였기 때문이다. 인간들 사이의 전쟁에서도 계속 전쟁이 이어지기를 원하는 인간은 거의 없듯이, 다른 생명체의 죽음과 고통을 자신의 생명 유지 에너지로 삼는 미생물 군집이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멸을 의미한다. 인간과 오랜 기간 함께 해왔던 미생물은 인간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국가 간 전쟁이 한 국가 국민의 전멸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 전쟁의 목적이 사라지고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지도자 또는 집단이 전쟁을 통해 힘을 잃으면 그 전쟁은 끝이 나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생물에게는 정부가 없다. 집단지성처럼 보이고 그렇게 움직이는 군집이 있을 뿐이다. 우호적인 미생물 군집이 다시 주류가 되고 그 움직임이 인간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생물은 사람과 동물의 똥에 많이 존재한다. 문제도 똥에서 생기고 해결의 길도 똥에 있는 것이다. 똥을 함부로 다루었다면 그것은 그 속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들을 함부로 대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미생물들의 일상적 조화가 깨지고 인간을 공격하는 미생물 집단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원래의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파악해서 이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 동물의 똥은 일단 몸 밖으로 나오면 공기와 최대한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어 산소로 호흡하는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그 똥을 분해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위생이다. 똥은 더러 우니 안 보이는 곳으로 빨리 치워버리고 살고 있는 주위만 깨끗하게 하는 것은 위생의 진실이 아니다. 똥은 가까운 곳이든 먼 곳으로 옮겨진 곳이든 공기와 만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똥은 안정화과정을 거쳐 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똥이 몸 속 대장에 있는 동안에는 대장 미생물인 대장균 박테리아가 똥을 분해하는 것을 돕고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똥이 몸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많은 공기를 제공하여 이번에는 산소호흡 박테리아가 똥을 흙으로 돌려보내도록 도와야 한다.

“똥에서 얻은 메탄가스는 어떤 에너지원보다 안정적 확보 가능한 원천”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집단지성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미생물 군집의 능력을 보면 똥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 길이 보인다. 미생물이 똥을 먹고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내는데 그 중 하나가 메탄가스이다. 그래서 우리는 방귀를 낀다. 방귀를 끼면 메탄가스가 포함되어 있고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똥을 미생물을 이용하여 처리하면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똥을 이용해서 메탄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의 대장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미생물에게 똥을 주면 된다. 사람의 몸 밖으로 나온 똥을 사람의 대장과 유사한 여러 조건들을 가진 큰 반응조에 담아 주어 미생물들이 똥을 계속 분해하고 메탄을 생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의 대장 속 미생물은 똥을 먹고 이를 분해하는데 대장 속에는 산소가 없어 미생물은 산소로 호흡할 수 없다. 그런데 미생물은 질식하지 않고 생존하는데, 산소가 아닌 다른 기체 또는 원소를 이용하여 호흡하는 길을 찾기 때문이다. 이를 혐기성 미생물이라고 한다. 산소를 싫어하는 미생물이라는 뜻이다. 엄밀하게 보면 산소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하므로 생존하기 위해 다른 기체나 물질로 숨을 쉬는 것이다. 사람의 대장을 나온 똥 속의 미생물들은 사람이 만든 인조 대장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면서 똥을 먹이로 하여 생존한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부산물이 메탄이다. 사람이 만든 인조 대장을 그 안에서 사는 미생물 이름을 따 혐기성 소화조라고 한다. 산소를 싫어하는 미생물들이 똥을 먹고 소화시키는 곳이란 뜻이다.

메탄은 현재 도시에서 난방 등에 사용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주 성분이다. 천연가스의 80% 이상이 메탄이다. 천연가스는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을 통한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도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똥에서 만들어지는 메탄도 당연히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사람은 똥을 반드시 누어야 한다. 그러니 똥은 원하기만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사용하는 양에 비해 적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똥에서 메탄가스를 얻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안정적으로 확보가능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미생물과 조화로운 공생은 인류 생존과 직결”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의 양은 200~800그램이다. 평균 약 500그램이다. 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 연구센터’라는 곳에서 2015년 이후 실험한 결과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에서 약 50리터의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었다. 열량으로는 600kcal이며, 50도씨의 뜨거운 물을 30리터 정도 만들 수 있다. 전기로 전환하면 0.5kWh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인데, 이를 이용하면 전기 버스를 500미터, 전기 승용차는 3킬로미터 정도를 운행할 수 있다. 혐기성 소화는 대개 30일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매일 일정량의 똥이 혐기성 소화조로 공급되기 때문에 매일 이 만큼의 에너지가 생산될 수 있다. 30일은 똥이 머무는 평균 기간일 뿐이다. 처음으로 혐기성 소화조에 똥을 넣고 첫 에너지까지 30일을 기다리지만 그 이후에는 매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혐기성 소화조를 거친 똥은 30일 이후에 몸집이 30% 정도로 줄어든다. 소화조를 나온 찌꺼기는 공기 중에 두면 산소로 호흡하는 미생물에 의해 퇴비화과정을 거치고 퇴비가 된다. 퇴비는 도시텃밭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사이언스월든’에서는 이 연구를 지금도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이라는 살면서 실험하는 과학자, 예술가, 인문학자의 실험공간에서 하고 있다.

미생물과의 협상전략은 다름 아닌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미생물은 협상을 통해 인간에게 생태계 속 조화로운 삶의 실천과 생명에 대한 배려, 지나친 욕망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생물과의 조화로운 공생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협상할지 슬기롭지 못한 전쟁을 이어갈지 인간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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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답을 찾기 어렵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할 인간, 동물, 미생물들이 어우러진 과학은 분명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미생물 박테리아와의 공생 생태를 받아들일 때 과학적 답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답은 이미 인류의 곁에 존재한다. 박테리아는 지구생명체 소통의 "매개"역할을 자처했고, 잊혀진 "생명 소통 매개"가 회복될 때 비로소 형성되는 생명그물망 연결이 과학이다. 답이 어렵다고 조작된 답을 적을 수는 없지 않은가. 글 그림=조재원 교수 제공.

“산소호흡 박테리아가 똥을 흙으로 돌려보내도록 도와야”

화가 나 전쟁을 선포한 박테리아를 다시 협상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슈퍼박테리아와 같이 인간과의 협상을 거부한 폭력적인 미생물은 다행히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인간과 함께 공생을 해 왔던 우호적인 박테리아들과 계속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호적인 미생물과의 조화로운 관계회복은 자연스럽게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을 하고 있는 미생물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길도 찾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게 애당초 자연스러운 조화였기 때문이다. 인간들 사이의 전쟁에서도 계속 전쟁이 이어지기를 원하는 인간은 거의 없듯이, 다른 생명체의 죽음과 고통을 자신의 생명 유지 에너지로 삼는 미생물 군집이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멸을 의미한다. 인간과 오랜 기간 함께 해왔던 미생물은 인간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국가 간 전쟁이 한 국가 국민의 전멸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 전쟁의 목적이 사라지고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지도자 또는 집단이 전쟁을 통해 힘을 잃으면 그 전쟁은 끝이 나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생물에게는 정부가 없다. 집단지성처럼 보이고 그렇게 움직이는 군집이 있을 뿐이다. 우호적인 미생물 군집이 다시 주류가 되고 그 움직임이 인간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생물은 사람과 동물의 똥에 많이 존재한다. 문제도 똥에서 생기고 해결의 길도 똥에 있는 것이다. 똥을 함부로 다루었다면 그것은 그 속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들을 함부로 대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미생물들의 일상적 조화가 깨지고 인간을 공격하는 미생물 집단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원래의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파악해서 이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 동물의 똥은 일단 몸 밖으로 나오면 공기와 최대한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어 산소로 호흡하는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그 똥을 분해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위생이다. 똥은 더러 우니 안 보이는 곳으로 빨리 치워버리고 살고 있는 주위만 깨끗하게 하는 것은 위생의 진실이 아니다. 똥은 가까운 곳이든 먼 곳으로 옮겨진 곳이든 공기와 만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똥은 안정화과정을 거쳐 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똥이 몸 속 대장에 있는 동안에는 대장 미생물인 대장균 박테리아가 똥을 분해하는 것을 돕고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똥이 몸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많은 공기를 제공하여 이번에는 산소호흡 박테리아가 똥을 흙으로 돌려보내도록 도와야 한다.

“똥에서 얻은 메탄가스는 어떤 에너지원보다 안정적 확보 가능한 원천”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집단지성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미생물 군집의 능력을 보면 똥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 길이 보인다. 미생물이 똥을 먹고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내는데 그 중 하나가 메탄가스이다. 그래서 우리는 방귀를 낀다. 방귀를 끼면 메탄가스가 포함되어 있고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똥을 미생물을 이용하여 처리하면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똥을 이용해서 메탄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의 대장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미생물에게 똥을 주면 된다. 사람의 몸 밖으로 나온 똥을 사람의 대장과 유사한 여러 조건들을 가진 큰 반응조에 담아 주어 미생물들이 똥을 계속 분해하고 메탄을 생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의 대장 속 미생물은 똥을 먹고 이를 분해하는데 대장 속에는 산소가 없어 미생물은 산소로 호흡할 수 없다. 그런데 미생물은 질식하지 않고 생존하는데, 산소가 아닌 다른 기체 또는 원소를 이용하여 호흡하는 길을 찾기 때문이다. 이를 혐기성 미생물이라고 한다. 산소를 싫어하는 미생물이라는 뜻이다. 엄밀하게 보면 산소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하므로 생존하기 위해 다른 기체나 물질로 숨을 쉬는 것이다. 사람의 대장을 나온 똥 속의 미생물들은 사람이 만든 인조 대장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면서 똥을 먹이로 하여 생존한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부산물이 메탄이다. 사람이 만든 인조 대장을 그 안에서 사는 미생물 이름을 따 혐기성 소화조라고 한다. 산소를 싫어하는 미생물들이 똥을 먹고 소화시키는 곳이란 뜻이다.

메탄은 현재 도시에서 난방 등에 사용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주 성분이다. 천연가스의 80% 이상이 메탄이다. 천연가스는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을 통한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도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똥에서 만들어지는 메탄도 당연히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사람은 똥을 반드시 누어야 한다. 그러니 똥은 원하기만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사용하는 양에 비해 적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똥에서 메탄가스를 얻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안정적으로 확보가능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미생물과 조화로운 공생은 인류 생존과 직결”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의 양은 200~800그램이다. 평균 약 500그램이다. 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 연구센터’라는 곳에서 2015년 이후 실험한 결과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에서 약 50리터의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었다. 열량으로는 600kcal이며, 50도씨의 뜨거운 물을 30리터 정도 만들 수 있다. 전기로 전환하면 0.5kWh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인데, 이를 이용하면 전기 버스를 500미터, 전기 승용차는 3킬로미터 정도를 운행할 수 있다. 혐기성 소화는 대개 30일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매일 일정량의 똥이 혐기성 소화조로 공급되기 때문에 매일 이 만큼의 에너지가 생산될 수 있다. 30일은 똥이 머무는 평균 기간일 뿐이다. 처음으로 혐기성 소화조에 똥을 넣고 첫 에너지까지 30일을 기다리지만 그 이후에는 매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혐기성 소화조를 거친 똥은 30일 이후에 몸집이 30% 정도로 줄어든다. 소화조를 나온 찌꺼기는 공기 중에 두면 산소로 호흡하는 미생물에 의해 퇴비화과정을 거치고 퇴비가 된다. 퇴비는 도시텃밭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사이언스월든’에서는 이 연구를 지금도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이라는 살면서 실험하는 과학자, 예술가, 인문학자의 실험공간에서 하고 있다.

미생물과의 협상전략은 다름 아닌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미생물은 협상을 통해 인간에게 생태계 속 조화로운 삶의 실천과 생명에 대한 배려, 지나친 욕망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생물과의 조화로운 공생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협상할지 슬기롭지 못한 전쟁을 이어갈지 인간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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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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