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택주가 푸는 평화살림] ⑥ 형용모순 벗어난 자리에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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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택주
  • 승인 2021.06.0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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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조건에 바탕을 둔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을 하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힘주어 밝혔다. 또 북녘 인권 개선에 힘 모으고, 가장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북녘 사람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한다는 뜻을 나눴다고 했다.

여느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전작권을 가져올 기회를 걷어찬 것은 우리 정부다. 2005년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국군이 힘을 보여주면 전작권을 넘겨준다는 데 뜻을 모은다. 이듬해 한국군이 이끈 한미연합훈련을 지켜본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어진 위협과 준비 수준을 볼 때 한국군만으로도 방어할 수 있다.”라고 추켜세운다. 럼스펠드는 “2009년에 전작권을 전환하자는 그 아이디어가 마땅하다고 여겨진다.”라고 맞장구친다. 그러나 정작 전작권을 찾아오겠다고 서두르던 노무현 정부가 뜻밖에 2012년으로 늦추자며 물러선다. 옥신각신한 끝에 2012년 4월 17일로 늦추기로 한다.

이어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2012년 4월 17일 전작권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작권 찾아오기를 미루겠다던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이듬해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지지 세력이 돌아설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다시 협의하자고 되돌린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의장 칼 레빈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세계 10위권인 한국이 아직도 전작권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손사래 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에 들어오는 것을 구실로 전작권 전환을 2015년 12월로 미루도록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으로 한미공동성명을 발표했다.(사진=청와대)



전작권 전환을 미루려고
‘시기’에 ‘조건’이 따라붙어

반드시 전작권을 미루지 않고 가져오겠다는 공약을 앞세우며 태어난 박근혜 정부도 2013년 5월 전작권 전환을 미루겠다며 나선다. 이때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조건’을 붙인다. 그즈음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있던 월터 샤프가 낸 <전작권 이양 보고서>에는 한국군은 많은 훈련과 세계 곳곳에서 펼친 임무를 제대로 해 전작권을 펼칠 힘이 있음을 증명했다고 나온다. 또 샤프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가더라도 한미상호보호조약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2015년 12월이라는 ‘시기’엔 ‘조건’도 담겨 있다고 맞받아친다. 그러나 빛을 보지 못하고 2014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미루는 게 좋은지 살피기로 뜻을 모은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을 다시 살핀다는 빌미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하고, 한일군사정보호협정(지소미아)을 맺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다.

1948년에 창설한 한국군은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네 살이다. 전작권을 넘긴 지도 일흔두 해. 어려서부터 기둥에 묶어 기른 코끼리가 다 자라서도 가는 새끼줄을 끊고 떠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는 코끼리와 전작권 돌려받기를 미룬 한국이 판박이다.

2022년 5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작권을 돌려받겠다던 문재인 정부. 바이든 정부와 첫 정상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라 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하고 한 한미정상회담에서 ‘조건’ 확인에 이어 두 번째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한미정상이 만나 전작권 얘기를 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시기에 ‘조건’을 덧붙였을 때 “시기엔 ‘조건’도 담겨 있다”라고 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말을 꺼내 들고 ‘조건’을 지우고, 한국군 전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앞세워 무기를 더 사는 선에서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끌려온 지 여러 해 이제 미국 정부는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내세운 2020년 한미 ‘연합임무필수과제’는 90개에서 155개로 늘었다.

평화는 국방력과 나란히 갈까?
한반도 평화 이바지한 남북합의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을 맞추려고 게걸스러우리만큼 무섭게 무기를 사들이면서 박근혜 정부 때 세계 12위이던 국방력을 2020년 6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북한 국방력은 2019년 18위에서 2021년 28위로 열 계단이나 내려갔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480억 달러(약 53조 원)이고 북한은 35억 달러다.

평화는 국방력과 나란히 갈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한 것은 거듭 키워온 국방력이 아니라 2018년에 맺은 9·19 남북군사 합의였다. 핵심은 육해공 모든 곳에서 긴장과 충돌을 가져올 모든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19 남북군사 합의를 하고 나서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15만 남짓한 북녘 사람들을 앞에 두고 한반도에서 전쟁 공포와 무력 충돌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면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외쳤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17년 북한이 남으로 침투하거나 도발한 횟수가 264건이었으나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한 건밖에 없었다. 군비를 늘리기보다 남과 북이 어깨동무하며 뜻을 모은 힘이 더 크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사람이 모이기 어려움을 무릅쓰고 한미연합훈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전작권을 넘겨받으려는 몸부림이다. 국방력이 크게 떨어진 북녘 사람들은 국방력이 치솟은 남녘이 남북 군사합의를 밀쳐두고 한미연합훈련을 이어가는 걸 어떻게 느낄까? 두려울 것이다. 두려움에 휩싸인 북녘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군비를 늘리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자칫 남북 사이에 팽팽하니 긴장도가 흐르던 2017년으로 돌아가거나 그보다 더한 위기에 놓일지도 모른다.

본질을 꿰뚫어 보며 쏠리지 않아야 중립
중립은 독립, 스스로 서기에서 비롯한다

중립이란 단순히 쏠리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바탕에서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도록 중심 잡기가 중립이다. 중립은 독립, 스스로 서기에서 비롯한다. 갓난아기도 한 돌이 지나면 스스로 서서 걷는데 국방력 세계 6위란 나라가 전작권을 남이 휘두르도록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니. 한국군이 스스로 서고 남녘이 스스로 서서 북녘과 어깨동무하는 첫발 떼기, 조건 없이 전작권을 넘겨받는 데서 온다.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5월 18일 미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한국이 모든 조건을 이루려면 몇 해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고 전투에서 이기려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전작권을 틀어쥐고 끊임없이 흔들겠다는 속셈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보수 언론들조차도 “동맹이 복원됐다”라고 반긴다. 동맹이 강력해지면 평화로울까? 아니다. 우리가 군비를 늘리며 미국과 동맹이 깊을수록 북녘 사람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못할 것이다.

무너져 내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되살릴 수 있을까? 그러려면 북녘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한미연합훈련을 멈추고 북녘 숨통을 틔워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멈추자니 제정신이냐며 나설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 내 몸무게에 14배나 되는 사람이 100배도 넘는 사람과 어울려 나와 싸우겠다며 벼르는데 어찌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갈지 않을 수 있으랴. 북녘 사람들이 두려울 수 록 남녘 안전이 보장되고 평화가 깃들기 바란다면 형용모순이다. 형용모순이란 무엇이나 뚫을 수 있는 칼과 어떤 칼과 창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처럼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있을 수는 없다.

이번 한미공동성명에서 나온 북한 인권 개선에 힘 모으고, 가장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하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뜻을 함께 나눴다는 말 또한 형용모순이다. 북한이 인권을 억누른다고 을러대면서 북한 주민을 돕겠다고 나서거나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하면 북녘 사람들이 흔연히 받아들일까? 또 엊그제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 금강산 개별 방문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 말에 미국 국무부는 남북협력 ‘지지’, 대북 제재 ‘유지’ 기조를 다시 확인했단다. 이것도 형용모순이다. 어떻게 남북협력과 대북 제재가 같이 갈 수 있단 말인가. 이토록 꾸민 말에 놀아나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며 중립에 서야만 평화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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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으로 한미공동성명을 발표했다.(사진=청와대)

전작권 전환을 미루려고
‘시기’에 ‘조건’이 따라붙어

반드시 전작권을 미루지 않고 가져오겠다는 공약을 앞세우며 태어난 박근혜 정부도 2013년 5월 전작권 전환을 미루겠다며 나선다. 이때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조건’을 붙인다. 그즈음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있던 월터 샤프가 낸 <전작권 이양 보고서>에는 한국군은 많은 훈련과 세계 곳곳에서 펼친 임무를 제대로 해 전작권을 펼칠 힘이 있음을 증명했다고 나온다. 또 샤프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가더라도 한미상호보호조약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2015년 12월이라는 ‘시기’엔 ‘조건’도 담겨 있다고 맞받아친다. 그러나 빛을 보지 못하고 2014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미루는 게 좋은지 살피기로 뜻을 모은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을 다시 살핀다는 빌미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하고, 한일군사정보호협정(지소미아)을 맺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다.

1948년에 창설한 한국군은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네 살이다. 전작권을 넘긴 지도 일흔두 해. 어려서부터 기둥에 묶어 기른 코끼리가 다 자라서도 가는 새끼줄을 끊고 떠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는 코끼리와 전작권 돌려받기를 미룬 한국이 판박이다.

2022년 5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작권을 돌려받겠다던 문재인 정부. 바이든 정부와 첫 정상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라 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하고 한 한미정상회담에서 ‘조건’ 확인에 이어 두 번째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한미정상이 만나 전작권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시기에 ‘조건’을 덧붙였을 때 “시기엔 ‘조건’도 담겨 있다”라고 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말을 꺼내 들고 ‘조건’을 지우고, 한국군 전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앞세워 무기를 더 사는 선에서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끌려온 지 여러 해 이제 미국 정부는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내세운 2020년 한미 ‘연합임무필수과제’는 90개에서 155개로 늘었다.

평화는 국방력과 나란히 갈까?
한반도 평화 이바지한 남북합의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을 맞추려고 게걸스러우리만큼 무섭게 무기를 사들이면서 박근혜 정부 때 세계 12위이던 국방력을 2020년 6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북한 국방력은 2019년 18위에서 2021년 28위로 열 계단이나 내려갔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480억 달러(약 53조 원)이고 북한은 35억 달러다.

평화는 국방력과 나란히 갈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한 것은 거듭 키워온 국방력이 아니라 2018년에 맺은 9·19 남북군사 합의였다. 핵심은 육해공 모든 곳에서 긴장과 충돌을 가져올 모든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19 남북군사 합의를 하고 나서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15만 남짓한 북녘 사람들을 앞에 두고 한반도에서 전쟁 공포와 무력 충돌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면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외쳤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17년 북한이 남으로 침투하거나 도발한 횟수가 264건이었으나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한 건밖에 없었다. 군비를 늘리기보다 남과 북이 어깨동무하며 뜻을 모은 힘이 더 크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사람이 모이기 어려운데도 한미연합훈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전작권을 넘겨받으려는 몸부림이다. 국방력이 크게 떨어진 북녘 사람들은 국방력이 치솟은 남녘이 남북 군사합의를 밀쳐두고 한미연합훈련을 이어가는 걸 어떻게 느낄까? 두려울 것이다. 두려움에 휩싸인 북녘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군비를 늘리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자칫 남북 사이에 팽팽하니 긴장도가 흐르던 2017년으로 돌아가거나 그보다 더한 위기에 놓일지도 모른다.

본질을 꿰뚫어 보며 쏠리지 않아야 중립
중립은 독립, 스스로 서기에서 비롯한다

중립이란 단순히 쏠리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바탕에서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도록 중심 잡기가 중립이다. 중립은 독립, 스스로 서기에서 비롯한다. 갓난아기도 한 돌이 지나면 스스로 서서 걷는데 국방력 세계 6위란 나라가 전작권을 남이 휘두르도록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니. 한국군이 스스로 서고 남녘이 스스로 서서 북녘과 어깨동무하는 첫발 떼기, 조건 없이 전작권을 넘겨받는 데서 온다.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5월 18일 미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한국이 모든 조건을 이루려면 몇 해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고 전투에서 이기려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전작권을 틀어쥐고 끊임없이 흔들겠다는 속셈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보수 언론들조차도 “동맹이 복원됐다”라고 반긴다. 동맹이 강력해지면 평화로울까? 아니다. 우리가 군비를 늘리며 미국과 동맹이 깊을수록 북녘 사람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못할 것이다.

무너져 내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되살릴 수 있을까? 그러려면 북녘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한미연합훈련을 멈추고 북녘 숨통을 틔워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멈추자니 제정신이냐며 나설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 내 몸무게에 14배나 되는 사람이 100배도 넘는 사람과 어울려 나와 싸우겠다며 벼르는데 어찌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갈지 않을 수 있으랴. 북녘 사람들이 두려울 수 록 남녘 안전이 보장되고 평화가 깃들기 바란다면 형용모순이다. 형용모순이란 무엇이나 뚫을 수 있는 칼과 어떤 칼과 창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처럼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있을 수는 없다.

이번 한미공동성명에서 나온 북한 인권 개선에 힘 모으고, 가장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하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뜻을 함께 나눴다는 말 또한 형용모순이다. 북한이 인권을 억누른다고 을러대면서 북한 주민을 돕겠다고 나서거나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하면 북녘 사람들이 흔연히 받아들일까? 또 엊그제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 금강산 개별 방문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 말에 미국 국무부는 남북협력 ‘지지’, 대북 제재 ‘유지’ 기조를 다시 확인했단다. 이것도 형용모순이다. 어떻게 남북협력과 대북 제재가 같이 갈 수 있단 말인가. 이토록 꾸민 말에 놀아나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며 중립에 서야만 평화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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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택주
“배운 걸 세상에 돌리지 않으면 제구실하지 않는 것”이란 법정 스님 말씀에 따라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면서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에 몸담고 있다. 나라 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한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평화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기 놀이하면서 쉬운 겨레말 쓰기 놀이도 한다. 법명은 지광(智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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