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5.진흙소가 건너는 강
제 2부. 5.진흙소가 건너는 강
  • 혜범 스님
  • 승인 2021.06.1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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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 미륵

 

 “병실은?”
 “병실이요?”
 수납창구 직원이 지명을 건네 봤다. 또 누군가가 위급한지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직원은 6인용 병상에 베드가 없다고 말했다. 지명은 이마를 찌푸렸다. 순간 사실인지 6인용 병실을 직접 돌아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2인용은?”
 “지금 병실이 없는 데요. 특실하고 1인용 병실이 있어요.”
 특실 가격은 60만원이라고 했고 1인용 병실은 30만원이라는 것이다. 병실 입원비가 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 했다. 직원은 1인용 아니면 특실을 잡지 않으면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듯 굉장히 딱딱하게 말해서 지명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하고 만신창이가 된 듯 얼굴을 찡그리며 정우를 내려다봤다.
 “1인용으로 하죠, 스님. 우리가 거기서 잘 수도 있으니까요.”
 정우가 끼어 들었다.
 “그럴까.”
 직원의 말에 울며 겨자 먹기 식이었다. 맹장수술 하는데 수술비용보다 입원비가 더 나올 판이었지만 정우와 지명이 들락거리는데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6층 601호실입니다.”
 “수술실은?”
 “3층입니다.”
 창구에서 결제가 되어서야 자비행 보살은 수술대기실로 실려 올라갈 수 있었다. 병원은 철저했다. 병원비가 결제되지 않았다면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된다 한 들 병원 측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듯 했다. 
 “스님 이제 나는 어떻게 하면 돼요? 저는 한 번도 행복해본 적이 없어요.”
 뭔가 짐짐했는데 정우까지 징징댔다. 정우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그동안 삶을 지탱해왔던 끈을 놓쳐버린 듯 정우가 말했다. 찌르르한 통증이 지나갔다.
 “실컷 불행했으니 더 이상 불행해질 게 없겠지.”
 “그렇겠죠?”
 수술 대기실로 향하던 지명을 올려다보며 정우가 입을 열었다. 세상 곳곳에 정상적인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고 허세 부리던 얼굴이 아니다. 심장이 터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리라.
 “너, 영어 좀 한다고 했지?”
 “······예. 조금요.”
 “해석해봐. May all living beings be happy.”
 죽을상을 하고 있는 정우에게 지명이 영어 문장을 늘어놓았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May all living beings be happy and live in harmony.”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고 조화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One of the best feelings in the world is knowing that someone is happy because of you.”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감정 중 하나는 당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내가 자고 일어나면 아침마다 외우는 발원문이야. 너의 아빤 충분히 행복해 하셨어.”
 “······.”
 “이제 너를 위해 살아라.”
 “······.”
 엘리베이터가 3층에 다다랐다. 승강기를 나오며 정우가 피식 바람 같은 헛웃음을 날렸다.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었다. 몸 안의 피톨들이 긴장과 흥분으로 발끝에서 머리 끝가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양이었다. 기다리면 좋은 날 봄날이 올 거라고 말 했는데. 수술실 앞에는 수술대기중 환자, 백*영 이란 이름이 전자 판에 불빛으로 반짝였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등받이가 높은 소파들이 놓여 있었다. 
 “스님.”
 “응?”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정우가 백 팩을 등에 진 채 소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는데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모든 것은 덧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명이 생각해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의 성별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나쁜 놈들이었다. 실체적 진실은 뭘까.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그냥 날 좀 가만히 두지.’ 하던 지명은 눈을 부라렸다. ‘너희들이 임자를 잘못 만났지. 이 나쁜 놈들아.’ 지명은 혼잣말을 하며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번뇌에서 머물 지도 말고 번뇌에서 떠나지도 마라. 번뇌는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요, 바깥에 있는 것도 아니요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저한텐 왜 이리도 하루하루가 사무친 거예요?”
 “자아,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수술하려면 한 시간, 마취에서 깨려면 한 시간 걸린다니 병실에 가방을 두고 우리 나갔다 오자.”
 “…….”
 “6층 601호실이라고 했냐?”
 “······예.”
 지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딱히 정우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가슴이 쿵쾅쿵쾅 요동을 쳤다. 똑똑한 아이였다. 찢어지고 터져 멍 들었는데 또 넘어지고 엎어져 생긴 그렇게 쉽게 아물 상처들이 아니었다. 이윽고 정우는 머리에 올렸던 두 팔을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비비 꼬다가 끈끈하고 물컹거리는 울음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진 목숨, 잘 견딘다 싶었다.  
 4357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지명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4357은 죽음으로 놈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자살을 당한 것이다.
 ‘스님 제발 제 아들을 지켜주세요’, 라고 말 했을 때 지명은 흘려 들었다. 심지어 죽이러 온다던 말도. 코끝에서 알싸한 것들이 올라오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가자니까.”
 “······.”
 “달은 가득 차기도 하고 이지러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달은 본래 가득 차거나 이지러지는 일 없이 언제나 둥글다.”
 병실에 도착한 소년은 소파에 무너지듯 앉았다. 병실은 따스한 온기가 들었다. 드러누워 좀 쉬었음 했지만 두 사람 다 점심도 거른 상태였다. 그리고 팍 고개를 수그렸다. 그래도 소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 줄곧 소년의 아버지는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다. 세상도 재판부도 그의 무죄를 밝힐 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삶은 불덩이 같았다. 고요한 침묵. 세상은 고해의 바다.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사건에 연루되었을까. 지명은 한숨을 포옥 내질렀다. 좀처럼 사건에 얽히기 싫어하던 지명이었다.
 “가슴이 아파요.”
 “·······.”
 “스님 이제 어찌 해야 하나요?”
 “정의를 구현하는 데는 대가가 따른다.”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어요.”
 소년이 고개를 쳐들었다.
 “Accept what is, Let go of what was, and have faith in what in what will be.”
 “예전 건 가도록 두고 앞으로 올 것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무엇이었는지 받아들이고, 무엇이 무어이었는지를 떠나, 무엇이 다가올 것인지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오는지 정우는 걸으며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는 눈치였다.
 “스님, 놈들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그렇지? 끝끝내 우리가 싸우다 죽어도?”
 “네, 스님.”
 눈물을 뚝뚝 흘리던 정우가 끅끅대며 말했다.
 “그런데 난 왜 네가 이렇게 고통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게요.”
 담담한척 했지만 정우의 말끝이 떨렸다.
 “이제부턴 네가 똑똑하게 굴어야 해.”
 “어디서부터 전단을 구해야 할지……. 제가 혼자 감당하기는 좀 그러네요.”
 “……나도 있잖아. 이제 넌 혼자가 아니야. 일어나자고.”
 “……불공평해요.”
 “……나가자니까.”
 “…….”
 “그거, 가방도 두고.”
 “…….”
 정우가 마지못해 가방을 벗었다. 병실 창문 밖에는 눈이 그친 하늘은 창백했다. 오후 네 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흐린 날씨 탓인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가보자고.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순 없고. 밥도 좀 먹고.”
 “······.”
 지명이 거의 손을 끌다시피 해서 정우를 데리고 나왔다.
 병원을 나온 두 사람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추워도 너무 추운 겨울이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그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내복과 두꺼운 겨울옷으로 몸을 감쌌지만 추위는 살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런 게 세상이야. 네가 공평하게 만들어. 세상은 너의 바다야. 삶과 죽음은 바다 위의 파도와 같지.”
 “여기까지 오기 참 힘들었어요. 먼 길을 돌아왔고요. 잘 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찬 공기들이 폐부로 들어와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머뭇거리다 정우가 말했다. 울분과 저주에 찬 격정을 못 이겨 사뭇 떨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미안하다, 정우야. 너의 아버지를 죽게 해서.”
 “왜 스님이 미안 해 하세요?”
 “나도 너의 아버지를 죽인 어른들에 속해 있으니까.”
 “스님은 아무 잘못이 없잖아요. 그런데 무서워요. 걱정이 되요.”
 “……그래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래도 받아들여야 할 거야. 현실을.”
 여전히 찬 공기는 허공에 출렁거렸는데 파도에 밀려와 쌓이는 것처럼 지명에게 달라와 붙었다. 코끝으로 다가오는 찬 공기. 여전히 철썩이며 부서지는 파도의 흰 거품처럼 파도처럼 정우는 어둠속에 눈을 굴리면서 신음을 삼키고 있었다.
 입바른 말을 해놓고 지명이 푸 한숨을 내쉬었다. 도리 수 있으면 정우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아야 한다. 얼핏 지명은 현기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전화기 좀 줘봐. 아니, 아까 우리가 통화했던 교도소, 그 교도관에게 전화를 걸어줘.”
 두 사람이 병실을 나왔다. 긴 복도를 따라 승강기를 찾아 앞에 섰던 정우가 전화번호를 찾아 발신을 눌러 주었다. 엘리베이터가 6층에 도착했다. 그러나 지명도 정우도 승강기를 타지 않았다.
 “여보세요?”
 “아, 예. 저 아까 만났던 지명입니다.”
 “예······. 그렇지만 저의 입장도 있고 곤란합니다.”
 4357이 자살한 방에 있던 수형자들의 명단을 지명이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교도관은 또 한 명의 자살이 있었다고 그 명단을 건네 줄 수 없다는 거였다.  
 “그럼, 또 다시 자살한 이의 이름만이라도.”
 “······선배님.”
 “후배님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명호입니다.”
 “저희가 먼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또 한 사람의 죽음?’ 4357을 죽인 놈이 자살을 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교도소 측은 곤혹스런 모양이었다. 이미 4357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숙이고 서있던 지명은 ‘가자’하며 다시 올라온 엘리베이터를 탔다. 승강기에 탄 정우의 모습이 지친 표정이었다.
 옆에 선 채 미간을 찌푸리고 섰던 정우가 귀를 곤두세우고 온 신경을 바짝 끌어 모으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얼마나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며 울어댔을까. 지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적한 심사가 얼굴에 다 나와 있었었다. 입술은 부르텄고 그때 정우가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라고 말했다.
 “······어떻게?”
 “내일 출소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내일?”
 “네. 먼저 출소하는 사람이 있어 아버지가 제게 전해줄 게 있다고 했어요.”
 “그래······. 그럼, 우리 고기 먹으러 가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하지 않았냐. 자비행 보살이 맛난 거 사먹으라고 했잖아.”
 “……자살한 이 명호라는 이의 뒤를 캐보면 아버지를 살해한 놈들을 찾아낼 수 있겠네요.”
 “죽이고 죽음까지 선택하게 한 뒷배를 보아······. 그렇게 쉽게 놈들이 꼬리자르기를 했겠냐?”
 “······.”
 병원건물을 나오자 바람이 파도처럼 불어왔다 불어가곤 했다. 
 “너는 나의 파도야. 부서져 하얗게 거품을 내뿜는. 신음하다 은빛으로 튀어 올라 새벽 갈매기 되는. 너는 나의 먼 뱃고동이야. 끝없는 바다 위로 떠오르고 떨어지는 삶과 죽음들, 파도는 더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출렁이는 욕망의 몸부림들.”
 4357이 정우에게 하던 말이었다.
 “너의 아버지가 다른 말은 안 했어?”
 “……내일 출소하는 사람이 스님과 저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뭐야? 놈들이 때를 노린 거였구나.”
 “역 앞에 보면 홍성식당이라고 있대요. 거기 가서 정한 숙소를 메모에 적어 계산대에 맡겨 놓으라고 했어요.”
 “다른 말씀은…….”
 “…….”
 입이 무거운 아이였다. 미행하는 이가 없다면 스스로 찾아오겠다는 얘기였다. 지명은 이미 4357이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는 예측할 수 있었다. 순간, 지명은 가슴이 저릿해왔다. 그리고 이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 같은 게 쳤다. 
 “제가 갔다 올 게요.”
 “아냐, 위험해, 같이 가.”
 정우의 말을 들으며 지명은 ‘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하며 습관처럼 혼잣말을 했다.
 그때 고기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추우니까, 아무데나 들어가자.”
 “스님, 고기 드셔도 되요?”
 정우가 지진아처럼 물었다.
 “살생을 하지 마라, 했지 육식을 하지 말라, 라 하지 않았다. 너를 위함이야, 그리고 나를 위함.”
 식당은 깔끔했다. 실내에 들어서자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여기, 이거하고 소주 좀 먼저 주세요.”
 삼겹살 목살하고 안창살 살치살 갈비살을 가리키며 지명이 말했다.
 “스님, 고기 드셔도 되요?”
 합장을 하던 주인집 여자가 정우와 같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약으로 먹으려고요. 힘 좀 써야 할 거 같아서.” 
 번뇌를 아는 것도 나의 마음이고 번뇌를 끊으려 하는 것도 마음이었다. 경전을 읽고 면벽을 해보아도 존재의 의미는 찾아지지 않았다. 
 “이런 고기 먹어본 게 언제냐?”
 “삼겹살은 먹어봤는데 기억에 없어요.”
 선(禪)이란 때와 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시선 무처선(無時禪無處禪)으로 앉아서 하면 좌선(坐禪), 서서 하면 입선(立禪), 걸으면서 하면 행선(行禪), 일하면서 일심으로 하면 사상선(事上禪)이다. 
 “제 안에는 제가 없었습니다. 존재의 의미도 정체성도 없었습니다. 내 밖에 바깥에 스님과 저 사이에, 정우와 나 사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 존재라는 기본재 위에 시간 그리고 공간, 제가 인간이 있었습니다.”
 4357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좌선보다 행선(行禪)을 더 중요시 하는 입장이었다. 사상선(事上禪)도 크게 보면 행선(行禪)의 가지였다. 심지어 기도와 독경(讀經), 주송(呪誦), 염불(念佛), 의식주 소화 배설까지도 지명은 행선(行禪)이라 했다.
 “수행이란 내가 사는 것입니다. 번뇌를 깨닫는 것입니다.  편안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음이요. 절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진리가 아니라 번뇌입니다. 깨달음이 아니라 열반인 것입니다.”
 4357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었다.  
 “생멸을 멸이하면 적멸이 위락이다. 부처님의 가피를 기대하지 마라. 부처님은 네놈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집착에서 벗어나라. 집착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치러야할 업보일 뿐이다.”
 “업보요?”
 부자간 두 사람간의 대화가 끊겼었다. 지명은 면회했을 때의 대화대용을 떠올리며 정우가 바라보았다. 
 “놈들이 무엇 때문에 방어막을 치는 거지?”
 “스님, 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
 “자아, 드셔도 되요.”
 그때 고기를 굽던 여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대화는 그만하고 식기 전에 고기부터 먹으라는 얘기인가 보았다.
 정우가 소주잔에 소주를 채웠다.
 “스님 이제 나는 어떻게 하면 돼요?” 
 고기를 구워주던 여자가 집게로 고기를 접시에 놓아주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정우를 내려다보았다. 
 “……살면 돼.”
 지명의 말에 고기 집 여자가 피식 웃으며 ‘스님 어디 계세요?’ 하고 물었다.
 “나, 여기 있잖소.”
 지명의 말에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던 정우가 입가에 쓴 웃음을 삼켰다.

-계속-

 

혜범 스님

1976년 입산, 1991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바다, 뭍, 바람」당선. 1992년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영화화되었으며, 1993년 대전일보에 장편소설 『불꽃바람』을 연재했고, 1996년 대일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소설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흙출판사),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청림출판사), 『천기를 누설한 여자』(흙출판사) 『반야심경』(밀알출판사), 『업보』(밀알출판사), 『남사당패』(태일출판사), 『시절인연』(밀알출판사), 『플랫폼에 서다』(북인) 등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는 『행복할 권리』(도서출판 북인), 『나비는 나비를 낳지 않는다』(밀알출판사), 『달을 삼킨 개구리』(북갤럽), 『숟가락은 밥맛을 모른다』(북갤럽)를 펴냈다.

현재 강원도 원주 송정암에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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