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17. 미래에서 불안을 뺄 수만 있다면
[똥본위화폐] 17. 미래에서 불안을 뺄 수만 있다면
  •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 승인 2021.07.19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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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대안적 기본소득

미래를 준비하는 두 가지 방법, 돈, 자급자족

미래를 준비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최대한 돈을 모아 준비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다가올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완벽하게 미래를 책임져 주지 못한다. 물론 국가가 많은 것을 보장해 주기는 한다. 만약 국가가 없다면 현재로서는 해결할 길이 없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해 줄 수는 없다. 국가에는 대표하는 정부가 있고, 다양한 정부 형태에 따라, 경제 상황에 따라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정부는 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많은 일을 하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국가가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정부 권력이 때론 국민을 위한 일 아닌 것들을 한다. 국가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에 의존한다. 돈은 국가와 다르다. 돈은 조건 없이 많은 것을 보장해 줄 수 있다. 돈은 살 곳, 먹을 것, 아프면 치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돈만큼 고마운 존재도 드물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에도 돈은 인간 존엄성을 지켜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겪는 고충을 잘 아는데 돈을 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탓하기 힘들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돈도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두 번째 방법은 돈을 쓰지 않고도 또는 최소한의 돈만으로도 살아 갈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살 곳을 마련해 두고 웬만한 먹을거리는 직접 농사로 해결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공동체에 참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을 공동체 속에서 살면서 마을구성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은 공동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똥본위화폐를 매일 7%씩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자연이라는 질서 속으로 보내 저장하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은행에 맡겨 두었다가 다시 돌려받는다.



지불 가능한 새로운 돈 만들기

불안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그런데 하나 더 있다. 여태껏 일부 극소수 사람을 제외하곤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다. 새로운 돈을 만드는 것이다. 악착같이 모을 필요가 없는 돈, 국가와 정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돈, 자립이 가능한 힘센 몸을 가지지 않아도, 공동체에 속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만드는 것이다.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돈은 정부나 공동체와 같이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없다. 집착하지 않으려면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사물처럼 탄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야 한다. 식물이 시들 듯 사람이 죽듯 돈도 그렇게 사라져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론가 돌아가듯 돈도 어딘가로 돌아가야 한다. 자연에서 모든 것이 부패하여 사라지듯 조금씩 줄어드는 돈을 만들 수도 있겠다. 물론 돈의 기본적인 기능은 한다. 아무리 자연스런 돈이라고 하더라도 돈은 지불 가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치의 기준이 필요하다. 만들고자 하는 돈의 가치기준은 금, 은이 아닌, 힘세고 부자나라인 미국의 달러도 아니다. 숭고한 신념의 이름으로 의무를 지우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숨 쉬고 살아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위의 결과가 새롭게 만들 돈의 가치 기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좋은 돈이 만약 가능했다면 왜 진작 생기지 않았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돈, 가치기준이 인간에 있는 돈은 철학과 예술의 성숙, 과학기술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디지털 사회 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적 감성도 디지털기술로만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디지털 시대의 개막은 돈과 자본의 진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협력과 배려, 분산, 사라짐 등 특징 담은 대안화폐는

많은 대안화폐들이 제안되었고 이미 사용되고 있다. 지역화폐, 상품권, 그리고, 암호화폐 등이 있다. 항공마일리지, 백화점 및 영화관 포인트도 넓은 범위에서는 대안화폐이다.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백화점 물건 구입, 영화 볼 때 포인트라는 이름의 돈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이미 존재하고 기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돈이냐고 할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사용 중인 포인트, 마일리지는 현재 사용하는 돈과 동일한 가치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도 현재 화폐로의 환전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현재 화폐와 동일한 가치 기준을 갖는다. 지역화폐도 환전이 가능하기도 하며 또는 환전이 안 된다 하더라도 상품을 구매할 때의 기준은 현재 화폐의 기준과 동일하다. 문제를 만든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포인트와 마일리지는 돈으로 소비한 결과로 생긴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현재 화폐의 가치와 제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가치 기준이 다르고 금융자본의 형태가 배제된 돈의 존재, 쓰면 쓸 수 록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아이디어를 가진 돈을 디자인할 수도 있겠다.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준이 되는 돈, 환경 문제 해결이 가치기준이 되는 돈, 인간존엄성 실천이 기준이 되는 돈일 수도 있겠다. 가치의 기준이 달라 마치 다른 세상을 사는 것과 같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돈이다. 현재 화폐가 중앙 집중, 소유와 경쟁, 강함을 지향한다면, 만들고자 하는 대안화폐는 협력과 배려, 분산, 사라짐 등의 특징을 가졌으면 한다.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공감만 형성된다면 디지털 기술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돈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은 꼭 수익모델, 경제성 기반 모델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행복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으면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세금 지원을 받지 않는 기본소득 가능하다. 대중이 서로 믿는다면 세금의 부담없이 기본소득 역할을 하는 똥본위화폐 기본소득 만들 수 있다. Non-Governmental Basic Income (NGBI)



국가나 은행 보장 없는 새로운 돈 가능할까

하지만, 돈은 돈일 수밖에 없고 당연한 얘기지만 돈의 기본역할은 반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은 무엇보다 교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만약 새로운 돈이 경제활동, 즉, 교환의 도구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멋진 가치가 있어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그럼 왜 사람들은 지금 사용하는 달러, 유로화, 원화 등의 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교환의 도구로 사용하는가. 그것은 국가와 은행이 지급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돈과 국가는 어떤 면에서 서로의 가치를 보장하면서 경쟁한다. 국가가 돈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돈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돈이 없는 국가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와 돈 중심의 자본주의는 어쩌면 동전의 양면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화폐는 국가가 보증하니 그 돈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돈을 모음으로써 우리는 미래를 보장받기 원한다. 지역화폐도 지방정부 또는 최소한 발행을 하는 공동체가 있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마일리지를 발행한 항공사가 사용을 보장한다. 쇼핑몰, 백화점 포인트는 포인트를 발행한 쇼핑몰, 백화점에서 보장한다. 영화관 마일리지, 카페의 쿠폰도 마찬가지이다. 발행의 주체가 없는, 즉, 특정가치와 교환될 수 있다는 국가나 은행의 보장 없는 새로운 돈이 생기고, 화폐로써 사용되기를 원한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아니 그것이 정말 가능할까?

모든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 모두에게 지불하는 새로운 돈

이 책은 국가나 은행의 보장 없는 새로운 돈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그 믿음을 정치적 또는 종교적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방법론으로 증명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얘기하다보면 겉보기로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근거로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에는 과학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을 꼭 밝혀두고 싶다. 즉, 국가나 은행의 보장 없이도 사람들이 새로운 돈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고, 만들어지는 돈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인간중심, 인간 본연의 가치를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어느 정도 새로운 화폐를 통해 해소시킬 수 있다. 그렇게 돈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소득 불균형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돈의 개념에는 경제에 활력도 줄 수 있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이미 포함돼 있다. 연령, 소득수준 등의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의 형태로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있다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어느 정도 떨쳐 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재원이 세금으로부터 와야 하므로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힘들다. 새롭게 제안하고자 하는 돈은 그 재원이 세금에 있지 않다. 지금 현재의 돈과는 가치의 기준이 뚜렷하게 다르며 기본소득의 역할을 하면서도 세금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국가, 심지어 공동체의 힘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새로운 화폐는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라 기본소득과 닮아있지만 기본소득과는 달리 국가가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 모두에게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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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본위화폐를 매일 7%씩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자연이라는 질서 속으로 보내 저장하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은행에 맡겨 두었다가 다시 돌려받는다.

지불 가능한 새로운 돈 만들기

불안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그런데 하나 더 있다. 여태껏 일부 극소수 사람을 제외하곤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다. 새로운 돈을 만드는 것이다. 악착같이 모을 필요가 없는 돈, 국가와 정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돈, 자립이 가능한 힘센 몸을 가지지 않아도, 공동체에 속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만드는 것이다.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돈은 정부나 공동체와 같이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없다. 집착하지 않으려면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사물처럼 탄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야 한다. 식물이 시들 듯 사람이 죽듯 돈도 그렇게 사라져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론가 돌아가듯 돈도 어딘가로 돌아가야 한다. 자연에서 모든 것이 부패하여 사라지듯 조금씩 줄어드는 돈을 만들 수도 있겠다. 물론 돈의 기본적인 기능은 한다. 아무리 자연스런 돈이라고 하더라도 돈은 지불 가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치의 기준이 필요하다. 만들고자 하는 돈의 가치기준은 금, 은이 아닌, 힘세고 부자나라인 미국의 달러도 아니다. 숭고한 신념의 이름으로 의무를 지우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숨 쉬고 살아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위의 결과가 새롭게 만들 돈의 가치 기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좋은 돈이 만약 가능했다면 왜 진작 생기지 않았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돈, 가치기준이 인간에 있는 돈은 철학과 예술의 성숙, 과학기술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디지털 사회 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적 감성도 디지털기술로만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디지털 시대의 개막은 돈과 자본의 진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협력과 배려, 분산, 사라짐 등 특징 담은 대안화폐는

많은 대안화폐들이 제안되었고 이미 사용되고 있다. 지역화폐, 상품권, 그리고, 암호화폐 등이 있다. 항공마일리지, 백화점 및 영화관 포인트도 넓은 범위에서는 대안화폐이다.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백화점 물건 구입, 영화 볼 때 포인트라는 이름의 돈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이미 존재하고 기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돈이냐고 할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사용 중인 포인트, 마일리지는 현재 사용하는 돈과 동일한 가치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도 현재 화폐로의 환전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현재 화폐와 동일한 가치 기준을 갖는다. 지역화폐도 환전이 가능하기도 하며 또는 환전이 안 된다 하더라도 상품을 구매할 때의 기준은 현재 화폐의 기준과 동일하다. 문제를 만든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포인트와 마일리지는 돈으로 소비한 결과로 생긴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현재 화폐의 가치와 제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가치 기준이 다르고 금융자본의 형태가 배제된 돈의 존재, 쓰면 쓸 수 록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아이디어를 가진 돈을 디자인할 수도 있겠다.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기준이 되는 돈, 환경 문제 해결이 가치기준이 되는 돈, 인간존엄성 실천이 기준이 되는 돈일 수도 있겠다. 가치의 기준이 달라 마치 다른 세상을 사는 것과 같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돈이다. 현재 화폐가 중앙 집중, 소유와 경쟁, 강함을 지향한다면, 만들고자 하는 대안화폐는 협력과 배려, 분산, 사라짐 등의 특징을 가졌으면 한다.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공감만 형성된다면 디지털 기술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돈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은 꼭 수익모델, 경제성 기반 모델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행복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으면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세금 지원을 받지 않는 기본소득 가능하다. 대중이 서로 믿는다면 세금의 부담없이 기본소득 역할을 하는 똥본위화폐 기본소득 만들 수 있다. Non-Governmental Basic Income (NGBI)
국가의 세금 지원을 받지 않는 기본소득 가능하다. 대중이 서로 믿는다면 세금의 부담없이 기본소득 역할을 하는 똥본위화폐 기본소득 만들 수 있다. Non-Governmental Basic Income (NGBI)

국가나 은행 보장 없는 새로운 돈 가능할까

하지만, 돈은 돈일 수밖에 없고 당연한 얘기지만 돈의 기본역할은 반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은 무엇보다 교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만약 새로운 돈이 경제활동, 즉, 교환의 도구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멋진 가치가 있어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그럼 왜 사람들은 지금 사용하는 달러, 유로화, 원화 등의 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교환의 도구로 사용하는가. 그것은 국가와 은행이 지급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돈과 국가는 어떤 면에서 서로의 가치를 보장하면서 경쟁한다. 국가가 돈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돈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돈이 없는 국가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와 돈 중심의 자본주의는 어쩌면 동전의 양면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화폐는 국가가 보증하니 그 돈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돈을 모음으로써 우리는 미래를 보장받기 원한다. 지역화폐도 지방정부 또는 최소한 발행을 하는 공동체가 있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마일리지를 발행한 항공사가 사용을 보장한다. 쇼핑몰, 백화점 포인트는 포인트를 발행한 쇼핑몰, 백화점에서 보장한다. 영화관 마일리지, 카페의 쿠폰도 마찬가지이다. 발행의 주체가 없는, 즉, 특정가치와 교환될 수 있다는 국가나 은행의 보장 없는 새로운 돈이 생기고, 화폐로써 사용되기를 원한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아니 그것이 정말 가능할까?

모든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 모두에게 지불하는 새로운 돈

이 책은 국가나 은행의 보장 없는 새로운 돈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그 믿음을 정치적 또는 종교적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방법론으로 증명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얘기하다보면 겉보기로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근거로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에는 과학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을 꼭 밝혀두고 싶다. 즉, 국가나 은행의 보장 없이도 사람들이 새로운 돈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고, 만들어지는 돈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인간중심, 인간 본연의 가치를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어느 정도 새로운 화폐를 통해 해소시킬 수 있다. 그렇게 돈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소득 불균형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돈의 개념에는 경제에 활력도 줄 수 있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이미 포함돼 있다. 연령, 소득수준 등의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의 형태로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있다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어느 정도 떨쳐 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재원이 세금으로부터 와야 하므로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힘들다. 새롭게 제안하고자 하는 돈은 그 재원이 세금에 있지 않다. 지금 현재의 돈과는 가치의 기준이 뚜렷하게 다르며 기본소득의 역할을 하면서도 세금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국가, 심지어 공동체의 힘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새로운 화폐는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라 기본소득과 닮아있지만 기본소득과는 달리 국가가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 모두에게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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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 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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