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 아닌 이번에 내 이야기”
“스님들 아닌 이번에 내 이야기”
  • 조현성
  • 승인 2012.11.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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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정 에세이집 ‘외로운 존재는 자신을 즐긴다’

 

문윤정 작가는 우리 시대 선지식에 대한 인터뷰집과 선사들의 일화집, 인도ㆍ네팔 기행집 등을 펴낸 중견작가이다. 남의 말만 옮기던 작가가 이번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외로운 존재는 자신을 즐긴다>를 출간했다.

문윤정 작가에게 수필은 구원과도 같다. 문 작가는 “수필을 통해서 자신 안의 응어리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고, 생(生)의 방향도 잡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문윤정은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영혼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작가 자신을 중심으로 한 글들이 실려 있고, 제2부는 작가의 문학적 사유를, 제3부는 여행을 통한 사유를, 제4부는 작가의 불교적 사유를 다룬 글들이 실려 있다.

문 작가의 사유는 경주에 기반한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반월성, 안압지, 계림을 놀이터인 양 열심히 쏘다녔다. 특히 미추왕릉은 신나는 놀이터였다고 회고한다. 철이 들어서는 원효 대사가 지나다녔던 남천 다리를 오고가면서 인생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했다.

제1부와 제2부의 글들 곳곳에서는 고향 경주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알알이 박혀 있다. 특히 2부의 글들에는 그와 동시에 문학을 통한 사유의 편린들도 함께 펼쳐져 있다.

제3부의 글들에는 인도, 네팔, 파키스탄, 중국, 터키 등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고, 이해하고, 들은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제4부의 글들에는 불교적인 사유에 관한 것들로 엮어져 있다. 글 곳곳에서는 작가가 승속(僧俗)을 넘나들면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들은 삶의 지혜와 가르침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던지는 인생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음'이라는 글에서는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스님을 찾아가 묻는다. 마음의 실체를 알기 위해 부처임과 아난의 문답을 동원했지만 그 실체는 확인할 없었고, 작가 문윤정에게 화두로 남았다.

법정스님과 지묵스님의 이야기도 실감나게 잘 그려져 있다. 작가 문윤정의 역량은 불교적인 사유를 문학적

으로 잘 승화시킨 것에 있다.

작가 문윤정의 글들은 하나같이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길어진 것이다.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 고독과 외로움의 시간들을 즐긴다. 외로운 사람들은 자신을 만끽할 수밖에 없고, 홀로 즐기는 가운데서야 정제된 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간된 <외로운 존재는 자신을 즐긴다>는 그런 고독의 한가운데서 빚어진 정화수와 같다.

외로운 존재는 자신을 즐긴다┃문윤정 지음┃바움 펴냄┃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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